▲풀숲에 도드라지게 피어 있는 참나리꽃. 누구나 꺾어가고 싶은 욕심을 불러일으킨다.정판수
아무리 젊고 세련된 여인의 부탁이라고 해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저만치 혼자 피어 있는 꽃'을 꺾어다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거절하자 갑자기 그 중 한 여인이 성큼성큼 풀숲으로 걸음을 옮기는 게 아닌가.
"아니 아가씨, 그런 차림으로 저 풀 속으로 들어가면 큰일납니다. 독충들이 있을지 모르는데…."
허나 내 말을 무시하고 자기네들의 부탁을 거절함에 기분 나빠 그랬는지 오히려 나 보란 듯이 꼿꼿이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가장 우려했던 뱀에게 물린 건 아니었다. 짧은 치마에 맨다리로 풀숲으로 들어갔으니 풀쐐기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쏘았던가 보다. 제법 발갛게 부어 있었다.
어제(7월 31일)도 이와 비슷한 일을 아내로부터 들었다. 중씰한 나이의 아저씨 두 사람과 아주머니 두 사람이 놀러왔던 모양이다. 우리 집 입구 땡감나무에 으름덩굴이 많이 늘어져 있는데 아직 익지는 않았으나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큼 자랐다.
누군가 그걸 보았던 모양이다. 아저씨 한 사람이 나무를 타고 올라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가지에 매달린 벌집을 건드렸던 모양이다. 벌에 쏘이고 비명을 지르고 야단도 그런 야단이 없었다고 아내가 전했다. 다행히 생명에 위협을 주는 벌이 아니라 아픔만 주는 어리별쌍살벌이었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