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D $3의 가격을 자랑하는 환상적인 캠핑장의 표지판.문종성
'과테말라 아이들은 하루에 $1로 생활하는데 넌 $3짜리 방에서 편히 자겠다고? 고생하러 나왔다는 녀석이… 쯧쯧.'
별안간 과테말라 아이들 생각이 드는 건 왜인가? 또 자전거 여행을 고생이라는 틀 속에 자신을 너무 잡아 가둔다는 생각까지. 비약이 심한 상상들은 언제나 줏대없는 판단을 낳는다. 해서 눈 딱 감고 미련없이 돌아섰다. 그렇게 몇 분을 달렸을까. 지나쳐 온 그 숙소가 여전히 가슴에서 옹알거리는 걸 발견했다. 숙소가 사람도 아닐 텐데 어쩐지 그 숙소가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놓치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 말이다.
'그만한 숙소가 드물지. 모텔 같은 곳은 기본 $50인데.'
다시 돌아가자! CAD $3의 매력적인 숙소를 포기하는 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표지판 앞에 다시 섰을 때….
아… 왜 그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까닭 없이 과테말라의 아이들이 또 눈앞에 그려졌다. 굳은 인상으로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도대체 왜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도 아니고, 동남아시아쪽 나라도 아니고, 주변에 파나마나 온두라스도 아닌 과테말라 아이들 생각이 날까? 영문도 모른 채 길 한가운데서 고민한다. 과테말라에 가면 지금의 상황에 대해 명쾌하게 풀어줄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심경이 복잡하다.
몸이 편해도 마음이 불편하면 오히려 신체리듬에 지장이 있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가자. 그냥 가자. 미련만 남기고 지나쳤던 숙소를 아쉬운 마음에 다시 되돌아왔지만 어쩐지 마음에 부담이 되어 또다시 지나친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여정이다. 좋은 숙소를 포기했지만 의외로 마음은 담담했다. 더 좋은 것으로 채워질 것 같다는 기대감이 마음에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 7시 30분. 어둑어둑해질 무렵 캠핑카들이 몰려있는 두 번째 캠핑장소를 찾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씻을 물을 준비하지 않아서 오늘은 손님을 받지 않는단다. 아이쿠! 이거 참 다급하게 됐다. 해는 지평선이 아닌 구름 뒤로 숨어버렸고 이제 비가 한 방울씩 내 얼굴과 몸을 때리기 시작한다. 자전거가 다니는 길이 고속도로도 아니기에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에 모텔은 고사하고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마저 확보하기가 수월찮다. 그러니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마른 침으로 갈증을 달래고 찝찝하더라도 안 씻고 그냥 텐트에서 자든지 아니면 물이 있는 곳까지 기어코 찾아가든지…. 하지만 오늘은 폭풍 때문에 혼자 야영하기엔 무리가 따를 것 같아 최소한 기댈 공간을 찾아야 한다.
다음 숙소를 찾기 위해 잠자코 빛의 속도로 달린다. 젠장! 순간 벌레가 가쁜 숨을 몰아쉬기 위해 벌린 입 안으로 들어왔다. 혀로 입안 구석구석을 핥으며 찾아내려 했지만 이미 삼켜버린 듯 정체는 발견되지 않고, 마른기침만 해댄다. 평소 땐 그냥 기분 나쁘고 말 텐데 혹시나 이 녀석이 기생충을 낳아 내 몸에서 번식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찝찝하기도 하고,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잠시 후…. 악! 또 벌레다. 다시 벌레가 입 속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목구멍을 정조준하고 가미가제처럼 달려드는 녀석인지라 손 쓸 새도 없이 소화가 된 것 같다. 아놔! 두 번째로 당하니까 이젠 그저 단백질 덩어리가 위 속으로 들어갔구나 긍정적인 체념을 하게 된다.
먹구름 드리운 하늘 아래 안식처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