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꽃에 대해서 관심도 없던 사람이 몇 번 나와 산행을 하더니만 어느 날 갑자기 꽃이 보이기 시작했는지 내가 보지도 못하는 꽃들을 보면서 이름을 물어본다. 들어도 들어도 이름을 알지 못하겠다고 하더니만 꽃 이름을 기억하게 해주려고 꾸며낸 이야기들을 듣고는 좋아라 한다.
날씨가 더워 까치가 수영하러 물가에 나와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 같아 '까치수영', 꽃은 작아도 물고기 잡을 때 이 나뭇가지를 잘라 작살로 사용하면 그만이라서 '작살나무', 꿩의다리를 닮아서 '꿩의다리', 귀지를 파는 귀이개를 닮아서 '귀이개'라고 하니 이런 이름은 한 번만 들어도 잊지 않을 것 같단다.
그런데 세상에 잊지 말고 살아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꽃이름을 잊지 않을까? 꽃이름 척척 불러준다고 그를 더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그를 바라보는 마음이 중요한 것인데 이름 좀 더 많이 안다고 더 사랑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살아가는 것이지.
꿩의다리는 폭죽 같기도 했고, 솜사탕 같기도 했다. 시원하게 죽 뻗은 가지에서 하얀 축제의 꽃을 피운 꿩의다리, 그 꽃의 마음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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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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