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게라 강을 기준으로 사진 오른쪽 언덕 위가 탄자니아 루수모 국경사무소이고 왼쪽은 르완다 국경위키피디아
아프리카 국경마을에서는 수탉의 울음소리도 굵다
100여 가구가 채 안 되는 베나코는 전형적인 국경마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래전에 깔린 아스팔트 도로 옆으로 허름한 식당이 선술집처럼 3~4개 정도 있고, "머리 자름(Hair Cut)"이라는 영어로 된 이발소 간판이 한 개 있고, 하드록 카페도 있고, 맥주집도 있다.
길거리 옆에는 짐을 실어 나르기 위한 3대의 대형 트레일러트럭들이 쉬고 있었다. 지난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때는 은가라와 함께 베나코에 르완다 난민촌이 건설됐던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런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이 적막한 산악마을이다.
내가 묵은 숙소 입구 옆에는 포켓볼 2대가 놓여 있었는데, 아프리카 젊은이들이 놀이에 몰두하고 있었다. 대여섯 명의 젊은이들은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희미한 전등 밑에 포켓볼을 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포켓볼 경기에서 진 젊은이가 이긴 상대방에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리무케"라고 소리치며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탄자니아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아프리카 젊은이들이 포켓볼에 열중하는 것을 보았다. 특별한 놀이 기구가 없는 아프리카 젊은이들에게 포켓볼은 인기 있는 놀이로 자리 잡고 있었다.
수많은 별들과 초승달이 베나코 국경마을의 지붕 위에 떠 있는 것을 보면서 자정쯤 잠이 들었다. 삐거덕거리는 침대에 누웠는데, 새벽닭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 때가 새벽 5시쯤. 새벽 6시에 맞춰놓은 자명종이 울리기 전에 닭 울음소리에 일찍 일어난 것이다.
국경 수탉들의 울음소리는 에티오피아 랄리벨라의 닭들보다도 왜 그리도 크고 굵게 울어대는지 모르겠다. 베나코의 닭소리는 "꼬끼오, 꼬꼬"가 아니라 "꾸끼우, 꾹꾹"처럼 바리톤으로 들린다. 그 소리가 하도 커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수탉들은 자신들이 깨우지 않으면 여행객이 새벽 첫차를 놓칠까봐 그렇게 크게 우나보다.
수탉의 울음소리에도 어둠은 물러가지 않았다. 컴컴한 국경의 밤은 어둡기만 하다. 촛불로 방안을 밝힌 뒤 밖으로 나왔다. 새벽별이 여전히 내 머리 위에 비추고 있다. 어두운 하늘과 암흑의 땅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광채이다. 플래시를 들고 나와 대충 얼굴을 씻었다. 국경마을의 밤하늘에 여전히 별이 총총한데 새벽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