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자 <조선일보> 사설.조선 PDF
일부 대학들이 그랬다. 더 나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신 갖고는 안 되니까 수능 성적을 반영해야 하고, 그것 같고도 안 되니까 논술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일부 대학의 주장을 그대로 좇으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전형 요소를 다양화해야 변별력이 강화된다. 그런데 일부 대학은 희한하게도 거꾸로 간다. 내신비중을 줄이려 한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이 한 말이 있다. "작년에 지원한 학생들의 성적을 보면 수능성적과 내신 등급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조선일보>)"고 했다.
내신 신뢰도가 낮다는 얘기다. 그래서 내신비중을 높이면 더 나은 인재를 뽑는데 오차를 발생시킨다는 논리다.
그럴까? 그럼 이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주요' 대학의 내신 실질반영률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오차율에 미치는 영향이 수능이나 논술에 비해 낮다.
논술 채점이 허술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황승연 경희대 교수가 21개 4년제 대학 교수 2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다.
반문할 게 하나 더 있다. '주요' 대학이 시행하는 전형방법 중에 오로지 내신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뽑히는 학생 수가 최대 17%, 보통 5~9%다.
내신의 신뢰도가 낮다면, 실질반영률 10%조차 께름칙할 정도로 불량스러운 게 내신이라면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내신전형을 감행하는 걸까? 이러면 양질의 대학교육은 공염불이 된다. 최대 17%의 '불량 학생'이 강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대학교육은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한다.
할 말은 많다. 교육부의 돈줄죄기에 눌려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는 '주요' 대학을 보면서 양질의 대학교육을 실시할 물적 토대가 마련됐는지 의문이 들지만 접자. 등록금 인상이나 기여입학제를 또 꺼내들 수 있다.
중요한 건 사실이다. 주장과 입장과 시각은 사실에 터 잡는 것이고, 사실을 통해서 정당성을 강화한다. 주장에 주장을 맞세워 봤자 키재기밖에 안 된다.
사실을 검증해야 한다.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만 골라잡는 풍토에서는 더더욱 필요하다. 마구 뒤엉켜 서로를 배척하는 이질적인 사실들을 종합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뫼비우스의 띠가 끊어진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