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의 금마타리김민수
드디어 꽃다운 꽃이 보였다. 토끼풀, 그랬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토끼풀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이어 사초과의 풀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개망초, 노란씀바귀, 하얗게 피어 여행준비를 하고 있는 띠, 엄마 일 가는 길에 피어 있는 찔레꽃 등등 잡초라고 불리어도 좋을 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지천에 흔하게 피어 있는 꽃, 꽃에도 계급이 있다면 하층민에 속할 저 꽃들이 지천에 피어 있구나. 예쁜꽃도 있고, 귀한 꽃도 있고, 대접받는 꽃들도 있지만 저렇게 흔하디 흔한 꽃, 무지렁뱅이 민중을 닮은 꽃이 먼저 나를 반겨주는구나.'
순간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통일도 결국은 저 흔하디 흔한 잡풀들 같은 민중들이 이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남녘에 피어난 꽃이나 북녘에 피어난 꽃 하나도 다르지 않은데, 남쪽 사람이나 북쪽 사람이나 다르지 않은데 이념이 무엇이길래, 이데올로기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오랜 질곡의 세월을 살아가게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