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미드 허드슨 감리교회 부활절 예배.미드허드슨감리교회
총각김치에 밥 두 공기를 뚝딱 해치우자 사모님께서 다시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내오신다. 지금은 전도사로 사역 중인 첫째 아들이 나와 동갑이란다. 둘째도 아들인데 육사 출신으로 부시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이 시선을 잡아끈다. '보통 내기가 아닌가 보군.' 도착해서 아직 적응중인 과객을 아들처럼 대해 주시니 오히려 내가 더 고맙고 부담스럽다.
"이거 좀 더 드세요."
따뜻한 미소로 연신 먹을거리를 퍼주는데, 도저히 거절할 재간이 없다. 그래서 하루 네 공기 외에 이것저것 간식까지 챙기게 된다.
"냉장고에 있는 것 무엇이든지 꺼내 드시고, 내 집처럼 편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먹고 싶은 거나,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드신 목사님은 마치 관광가이드처럼 TV와 욕실 사용법, 그리고 며칠 간 머물게 될 숙소에 대해 정성스럽게 설명해 주신다. 편안하다. 기지개를 활짝 피고, 붕어 하품 한 번 하니 피로가 몰려온다.
새벽을 깨운다. 하루 첫 시간 기도를 통해 주님 앞에 나를 낮추며 그 분의 섭리를 알려고 노력한다. 인간은 신 앞에 한없이 나약한 존재거늘 늘 말도 안 들으면서 어린 아이처럼 칭얼대며 바라는 건 또 많기도 하다.
"날씨가 너무 더워요. 그리고 잘 먹게 해 주세요. 편안한 곳에서 잠자게 해 주세요. 좋은 사람들도 만났으면 해요."
이건 뭐 온통 유치의 극을 달리는 기도뿐이다. 인류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 나라의 부흥을 위해 기도하던 대인배의 자세는 어디 가고 훈련병 시절 먹고 자는 것에만 몰두했던 모습처럼 완전히 원초적인 생의 욕구에 대해서만 기도를 늘어놓고 있다. 역시 난 아직 훌륭한 크리스천이 되기까지 멀었나 보다.
"우리 옆사람과 이렇게 인사해 볼까요? 제 옆자리에 앉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은 나의 천사입니다. 내가 당신의 천사인 거 아시죠?"
수요예배 시간.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 뒤 자전거 세계일주 강연이 이어진다.
"여러분의 열정과 사랑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여러분의 꿈과 다짐들, 그 약속들을 지금 지켜나가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기도하고 찬양했던 수많은 고백들은 여전히 삶 가운데 물음표만을 안겨 주고 있지는 않은지요. 저는 저의 자전거 일주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은혜와 감동, 그리고 도전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담대하게 선포한 갈렙의 외침처럼 확신에 찬 믿음으로 나가길 소망합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2003년 자전거 전국일주에서부터 2005년 중국 자전거 종단, 그리고 지난해에 알래스카에 갔던 이야기들을 나눴더니 1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말을 조리 있고 또 재미있게 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능력이 부족한 관계로 머쓱하게 설명만 잔뜩 늘어놓게 된다. 그것도 눈꺼풀을 한없이 끌어내리는 일정한 톤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