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야갯벌위령제 참가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김준
방조제 위에 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들판의 보리가 목탁소리에 맞춰 고개를 하늘거린다. 10년 전 이곳은 와라쓰보우(망둑어)가 뛰놀고 무스고로우(짱뚱어)가 갯벌을 뒤집어 쓰고 자맥질을 했을 것이다. 어민들은 뻘배를 타고 쓰보카끼(망둑어를 잡는 어구)를 휘저으며 놈들을 잡으려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눈치 빠른 칠게들은 작은 인기척에도 구멍 속으로 몸을 감추고, 미처 피하지 못한 놈들은 어김없이 도요새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 이곳은 육상식물이 자리하고 후미진 곳곳 간간히 염생식물이 혹시나 하며 고개를 내밀지만 이내 풀이 죽어 있다.
'보물의 바다' 유명해(有名海)의 자궁 간조(諫早)갯벌
아리아케가이는 일본 규슈의 서해안에 위치해 있다. 첫눈에 너무도 친근하다. 줄지어 세워진 김 양식 말목들과 돌을 쌓거나 대나무를 박아 울을 만든 바지락 양식장, 뻘배를 타고 망둑어와 짱뚱어를 잡는 모습 등. 서남해안 갯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갯벌에서 나오는 어민들이 금방이라도 '어디서 왔소, 뭐 하러 왔소'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다.
나가사키현, 사가현, 후쿠오카현, 구마모토현으로 둘러싸인 아리아케가이를 어민들은 '보물의 바다'라고 부른다. 이곳은 평균 수심이 20미터를 넘지 않고, 각 현에서 내려오는 크고 작은 하천이 10여개가 넘어 넓은 하구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이중 나가사키의 이사하야시는 나가사키(長崎)·운젠(雲仙)·시마바라(島原)·오오무라(大村)의 중심에 위치해 교역의 중심에 자리한 도시다. 이곳 갯벌은 조석간만의 차가 6m를 넘고 갯벌면적만 3500ha로 단일갯벌로는 일본에서 가장 넓다(그래봤자 새만금의 1/10에 불과하다). 지금도 방조제 밖에서는 새우를 잡고, 바지락을 캐고, 김 양식을 하고, 키조개를 캐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민들은 이사하야만을 "아리아케해의 자궁", "천수해(泉水海)"라고 부른다. 모래와 펄의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이사하야만의 3000ha에 이르는 광활한 갯벌에는 다양한 어업자원이 풍부하고, 산란과 서식장소일 뿐만 아니라 각종 패류가 서식하기 때문이다.
아리아케가이의 갯벌은 일본의 현존 갯벌의 4%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갯벌연구가들이 이사하야만에 주목했던 것은 지역 고유종과 특산종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이곳 갯벌에서 확인된 지역 특산종이 20여 종에 이르며, 조개, 바지락, 키조개 등 조개류와 새우, 숭어, 민어 등 어족자원이 풍부한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도요새와 저어새 등이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새들의 휴식장소로 매중 중요한 역할을 했던 날아드는 '생태계의 보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