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을 맞아 남녘 바다에 사는 도다리가 살이 오를 대로 통통하게 올랐다이종찬
도다리쑥국 맛 볼 수 있는 때는 이른 봄 한 달 남짓뿐
이른 봄, 마른 풀숲 헤집으며 빼꼼히 올라오는 연초록빛 쑥이 땅 위의 봄을 알려주는 반가운 손님이라면 푸른 바다의 봄을 날쌔게 몰고 오는 반가운 손님은 향긋한 도다리다. 예로부터 남녘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해마다 봄이 다가오면 '땅 위엔 쑥, 바다엔 도다리'라 하여 도다리쑥국을 즐겨 끓여 먹었다.
도다리쑥국은 향긋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이 아주 깊고 시원하다. 이는 이른 봄에 캐는 어린 쑥이 웃자란 쑥과는 달리 향기가 은은하면서도 상큼한데다, 이른 봄이 되어야 살이 탱글탱글 꽉 차오르면서 알을 듬뿍 배는 도다리의 향긋하고도 부드러운 맛이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봄맛을 빚어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 년 중 도다리쑥국을 맛볼 수 있는 때는 이른 봄 한 달 남짓뿐이다. 봄이 점점 깊어가면서 쑥이 웃자랄 때가 되면 도다리도 향긋한 맛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도다리쑥국을 아무리 정성 들여 끓여도 맛이 별로 없어진다. 바로 이 때문에 남녘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봄이 다가오기 무섭게 도다리쑥국을 끓인다.
남녘 바닷가 사람들은 도다리쑥국을 끓여 먹어야 춘곤증을 막을 수 있고, 봄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고 여기는 것이다. 더불어 이 지역 사람들은 도다리쑥국을 끓일 때부터 지난 겨우 내내 묵혀두었던 농기구와 어구들을 꺼내 꼼꼼하게 손질을 한다. 그리고 이른 새벽이면 들녘과 바다로 나가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