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벨리스크 유적지 입구. 가운데 큰 돌기둥이 에자나 왕의 오벨리스크김성호
에티오피아뿐 만아니라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도 약탈의 대상이 되었다. 현재 영국 런던의 템스 강과 이탈리아의 성 베드로 광장에 서 있는 오벨리스크는 바로 이집트에서 빼앗아 간 것. 오벨리스크가 서방세계의 약탈대상이 된 것은 이 돌기둥의 태양신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돌기둥인 오벨리스크만큼 제국의 영광과 위엄을 과시하기 좋은 상징물은 없다. 그러나 남의 유물로 자신의 위엄을 드러내려는 것은 제국주의의 위선일 뿐.
하나의 화강암 돌기둥을 깎아서 만든 오벨리스크는 이미 5천 년 전부터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등 북동아프리카에서 지배자의 무덤비석 겸 기념비로 세워졌다. 사각형의 모양으로 위로 올라 갈수록 피라미드 꼴인 오벨리스크는 고대인들이 섬기던 태양신의 결과물이다. 바벨탑처럼 하늘을 향해 거대한 돌기둥을 세움으로써 태양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오벨리스크는 코끼리와 굴림대 등을 이용해 세운 것으로 고고학자들은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서구 제국주의가 약탈해간 문화재가 어찌 오벨리스크뿐이랴. 영국은 지난 1868년 에티오피아 막달라 요새를 공격해 양가죽 성경과 금관, 금으로 만든 십자가 등을 약탈해 갔으나 일부만 돌려주고 아직까지 대부분 대영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대영박물관에는 이집트의 로제타석 뿐 아니라 수많은 파라오시대 유물,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 석판 등이 마치 자신들의 유물인양 버젓이 전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과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도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2005년 10월 북관대첩비가 일본으로부터 반환되었으나 아직도 조선전기의 대표적 화가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등 수 만 점의 우리 문화재가 일본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파시즘 청산의 상징적 조치로 에티오피아에 오벨리스크를 반환했듯이, 서방선진국들도 제국주의 청산의 상징적 조치로 약탈해간 문화재를 원래 소유국으로 돌려줘야 할 것이다. 가장 반문명적인 문화재 약탈행위를 사과하고 돌려주지 않고서 '전 세계가 한 가족'이라는 세계화 시대를 말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뚝 솟은 에자나 왕의 오벨리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