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김을 채취해 어란포구로 돌아오는 채취선.김준
논이 아닌 바다에서 김을 매는 사람들
속살을 파고들던 바람 끝이 무뎌질 쯤, 김을 가득 맨 배들이 어불도를 지나 빨간 등대를 스치듯 물보라를 튕기며 포구로 돌아온다.
남도사람들은 김을 채취하는 일을 '김을 맨다'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추석을 지나 가을에 김발을 양식장에 설치하는 것도 '김발을 맨다'라고 표현한다. 때로는 모두 '김발을 맨다'라고도 한다.
김 양식을 하는 어촌의 여름은 그늘에 앉아 김발을 만드는 일로 시작된다. 그늘이 없으면 햇빛 가리개를 치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 김발을 만든다. 이렇게 김발을 만들어 바지선에 잘 보관해 둔다.
김 양식을 하기 위해서는 100여m가 넘는 굵은 줄을 닻이나 항목(나무 말목)을 이용해 2m 간격으로 바다 속에 고정시켜야 한다. 그리고 폭이 180㎝쯤 되는 김발을 줄에 매단다. 벼농사로 비유한다면 모심기쯤에 해당된다.
모심기를 위해서는 못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김 양식도 못자리에 해당하는 포자(씨앗)를 김발에 붙이는 작업이 김발매기 한 달 전에 이루어진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김발을 매다'는 말이 만들어진 것 같다. 김을 채취하는 것을 '김을 매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풀을 매다' '보리밭을 매다' 등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한 고랑씩 줄을 잡아 풀을 뽑듯 줄지어 있는 김발에서 김을 뜯는다. 특히 옛날 김 양식은 지금과 달리 싸리나무나 대나무를 갯벌에 꽂아 김 양식을 했기 때문에 나무에 붙은 김을 뜯는 것이 풀을 매는 것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