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시온의 성 메리 옛 교회.김성호
종교적 여성 차별주의가 남긴 여성에 대한 교회 출입금지
에티오피아 여대생 2명은 신교회에서 더 구경을 하고, 나는 옆에 있는 오래된 시온의 성 메리 옛 교회로 갔다. 이곳은 여성이 출입할 수 없는 장소여서 안내자를 데리고 나 혼자 가야 했다. 바하르다르의 타나 호수 위에 있는 여성 출입금지 수도원에 이어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성스럽게 생각한다는 육지의 교회마저 여성 출입을 금지하는 것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여성들을 위해서 지었다는 신교회에 대해서도 남녀평등을 위한 배려로 찬사를 보내야할지, 남녀차별의 고착화로 애통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여성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옛 교회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 여성에게도 출입을 허용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을 가지고, 바로 옆에 똑같은 이름의 교회를 굳이 새로 지을 필요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전통적 남성중심주의와 종교적 여성차별 교리의 잘못된 만남이 빚어낸 시대착오적 현상인 여성 출입금지 관행이 얼마나 에티오피아에 뿌리 깊은 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타나 호수 위에 있는 케브란 가브리엘 수도원을 비롯한 적지 않은 수도원들이 여자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 역시 남자 수도자들의 수행에 방해된다는 측면보다는 전통적인 여성혐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에서는 지금도 적지 않은 수도원과 교회에서 아예 여성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여성들이 신성한 곳에 출입하면 '부정 탄다'는 종교적 금기사항의 전통에 따른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일부 근본주의적인 성직자들은 여성뿐 아니라 암탉이나 암염소, 암탕나귀 등 모든 암컷 동물들까지도 교회 안에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이 정도면 아예 여성혐오가 아니라 '암컷혐오'라고 해야 할 듯.
옛날 어디나 있던 남성 중심주의 전통이 종교적 교리와 합쳐지면서 아예 교조적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다. 여성에 대한 종교적 혐오는 고대 부족시대부터 여성에게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월경을 부정한 것으로 생각해 월경 중의 여자는 종교의식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한 풍속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외과의사이며 인류고고학자인 레너드 쉴레인은 <자연의 선택, 지나 사피엔스>와 <알파벳과 여신>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여성혐오로 나타나는 성차별이 월경과 출산이라는 여성의 고유역할에 의한 생물학적 불리함과 함께 종교의 탄생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흥미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리스 로마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 중국 등 고대 4대 문명의 시기만 해도 여신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여성 신격의 시대였으나, 서양에서 발생한 3대 유일신 종교인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가 일어나면서 세상에 오직 단 하나의 신격만 존재한다는 유일신은 바로 남성이었고, 그 결과 여신은 사라지면서 종교적으로 차별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됐다는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