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영
우리 집 개, 곰순이 녀석이 부쩍 컸습니다. 아이들 몸집만큼이나 자랐고 힘도 그만큼 세졌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낑낑거리며 겨우 들어 안을 수 있을 만큼 굵은 나무토막에 목줄을 연결해 놓았는데 그걸 굴리고 다닐 정도로 힘이 엄청 세졌습니다. 말귀도 썩 잘 알아듣습니다.
"나 밭에 갔다 올게 잉. 전화 오믄 밭에 있다구 혀."
@BRI@뒷밭으로 나설 때마다 아내에게 신고를 하고 나서는데 녀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줄에서 빠져나옵니다. 노루처럼 펄쩍 펄쩍 뛰면서 따라옵니다. 평소에는 목줄에 묶여 얌전히 있다가도 밭에만 가면 흥분을 합니다. 녀석이 설마 밭에 간다는 말을 알아듣는 것일까요?
그래서 그냥 장난삼아 마루에 걸터앉아 "밭에 간다"고 내뱉었더니 녀석이 앞발을 치켜들며 낑낑거리기 시작합니다. 분명 밭에 간다는 말을 알아듣는 것이었습니다. 녀석에게는 밭이 자유의 공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동네 산책길에 나설 때는 목줄을 사용하지만 밭에 나갈 때는 목줄을 풀어줍니다. 녀석은 새끼 때부터 밭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녔습니다. 밭을 두르고 있는 산을 온통 헤집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밭에 나서면 맘껏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 역시 밭에 가면 자유롭습니다. 밭에는 생활의 목줄 같은 전화도 없고 컴퓨터도 없습니다. 나무와 물과 흙이 전부인 공간에서 별 생각 없이 일만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일하다가 힘들면 한여름에는 그늘 아래나 물가에, 날씨가 쌀쌀하면 볕 잘 드는 풀밭에 쪼그려앉아 생각을 비울 수 있어 또 좋습니다. 점심을 훌쩍 넘겨도 배고프지 않았습니다. 아마 녀석도 밭에 가면 그런 자유를 누리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