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전남 대경도를 지나 돌산대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대경도의 오목한 허리자락에 걸린 해는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지 새빨갛다. 붉은 노을 사이로 갈매기들이 한바탕 놀아 재낀다.
늦가을 바다는 궁상스럽고 처량하다. 그래서일까. 저녁노을에 갈매기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서글퍼 보인다. 아마도 산비탈 밭에서 고구마 이삭을 줍고 있던 할머니가 생각나서 인지모르겠다. 바다가 몽돌밭 해변에서 멸치를 말리는 팔순의 할아버지를 뵙고 와서 인지모르겠다.
가막만이 내려다보이는 경사진 산밭, 경사가 족히 45도는 될 성싶다. 이런 밭은 소쟁기가 아니면 밭을 갈 수 없다. 어떤 곳은 밭이라기보다는 자갈밭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듯싶다. 그곳에서도 땅콩 수확을 했는지 군데군데 땅콩이삭들이 떨어져 있고 수확을 덜 끝 낸 곳도 있다.
개도에서 만난 할머니는 얼마 전 논에서 고구마를 80가마 캤다. 직접 캘 수 없어 쟁기질 하는 남자와 고구마를 주어 담을 아줌마 품을 사야했다. 고구마 이랑을 갈아엎는 쟁기질로 일당 5만원, 고구마를 주워 담는 일로 2만 5천원을 지불했다.
"고구마 얼마나 캐셨어요?"
"'가마니로 83개 냈었고, 매상을 했는데."
"할머니 혼자 하셨어요?"
"나는 못해. 갈라먹기로, 일당을 줘 부러. 밭 갈아주는 남자는 5만원, 여자는 간별 해 주는데 2만 5천원. 밭 무큰다 무큰다 해도 묵크기가 힘들어서 곡식을 허쳐놓지."
"수확하고 나면 자식들에게도 부쳐주지요?"
"하문이다. 감자도 부치주고, 깨도 꼬치도 부치주고."
"자식은 어떻게 두셨어요?"
"아들이 육남매, 옛날시상에는 낳기 싫도록 안 낳았오. 옛날 시상에는 열도 넘고, 난 얼마 안낳았다고 그랬어잉. 얼마 안났어."
바다일, 하늘이 점지해 줘야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