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나는 자연산 미역김준
주문진을 비롯해 울진과 포항까지 곳곳에 대게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 아무래도 제대로 대게 맛을 보자는 생각에서 '강구항'까지 들어갔다.
7번 국도를 따라가는 길에는 풍력발전소가 있고, 바닷가에 조성된 작은 공원도 있다.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내내 동해의 푸른 바다를 한없이 볼 수 있다. 철조망 사이로 바다를 보면서 저놈의 철조망 확 걷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문득 일었다. 강원도를 지나 경상북도까지는 철조망이 이어진다.
울진과 삼척을 지나올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이 '무장공비 사건'이었다. 반공교육을 제대로(?) 받은 세대다운 기억인가. 씁쓸하다. 물론 기억이라고 하는 것이 나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강요된 기억도 있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기억은 자발적인 경험보다는 대부분 강요된 기억인 것 같다.
강변에 들어섰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가게마다 원조경쟁이 만만치 않다. 가게 앞에는 지나는 차를 붙들기 위해 너도 나도 손짓을 한다. 이럴 땐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된다. 특별히 잘 가는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처럼 지나다 들리는 사람은 가게를 따라 포구를 몇 바퀴 돌기 십상이다. 두 바퀴 돌고서 겨우 가게를 정했다. 특별히 가게를 정하는 기준은 없다.
제법 규모가 있는 가게들은 저마다 경쟁을 하듯 큼지막하게 방송국 이름과 방송된 날짜를 붙여 두었다. 우리나라의 음식맛은 방송국에서 평가되는 모양이다.
동해 바다 내음을 사각사각 씹는다
힘들게 선택한 가게 입구에 커다란 수족관이 4개가 입구 양쪽에 이층으로 놓여있다. 위쪽에는 오징어와 전어·전복·광어·방어·돔 등이 들어 있고, 아래쪽에는 대게와 킹크랩이 손님을 기다린다.
자리를 잡기 전에 주인이 대게를 보여준다. 한 마리에 3만원, 2~3명이면 6만원에 3마리를 먹기를 권한다. 여기에 밥과 탕이 따라나온다.
동해안을 따라돌면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늘 걱정이었다. 우선은 뭘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동해안에서 유명한 해산물을 먹으려면 적잖은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체가 아닌 한두 명이 다니는 경우는 더욱 그랬다.
어민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알아야 한다. 고기잡는 방법과 먹는 법,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과정 등을 이해해야 어민들을 알 수 있다. 7번 국도를 타고 돌면서 가장 비싼 식사를 했다.
대게를 준비하는 동안 나온 미역이 입맛을 돋운다. 동해안 미역은 일찍부터 임금님에게 진상할 정도로 유명했다. 아니, 임금보다는 새끼고래를 낳은 어미고래가 더 즐겨 했다.
초장에 찍어먹을 수 있도록 생미역을 상에 올려준다. 가장 동해스러운 음식이다. 미역은 일찍부터 사람들과 친한 해조류였다. 서·남해가 해태라면 동해는 미역이었다. 미역은 사각사각 씹히면서 입안에 동해 바다 내음을 그대로 전해준다. 잠시 뒤에 상에 올라올 대게를 기대하며 미역을 초장에 찍지 않고 한 입 몰아넣었다.
대게 하나로 시장기를 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