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판교 신도시 견본주택 전시장에 설치된 신도시 축소 모형에서 자신이 살게 될 아파트를 찾고 있는 시민들.오마이뉴스 안홍기
평생 재테크라고는 모르고 살았던 강씨 부부는 3년 전에 집을 사면서부터 다른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집 하나 잘 사서 돈도 크게 벌었던데 지금까지 너무 바보같이 살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평생 벌어 만든 예적금 통장을 과감히 깨고 아파트를 샀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아파트들이 그동안 폭등에 가까울 정도로 오르는 동안 강씨 부부의 아파트 가격은 3년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최근에야 경전철 개통 등의 호재로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당연히 지금 파는 것은 손해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 수도권 아파트 가격에 대해 거품이 있느니 없느니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아파트 가격이 앞으로 더 많이 오를 것이란 가정은 대단히 불확실한 가정이다.
한마디로 바라고 소망하는대로 오를 수도 있고 아니면 거품의 논란이 비인기지역 중 하나인 강씨 부부의 아파트 가격 하락을 부추겨 더 떨어질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강씨 부부가 그 아파트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확정적인 것이다.
집값이 오를지 떨어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 가뜩이나 부족한 현금을 유지비로 까먹고 마는 것은 늘어나는 수명을 생각하면 막연한 가정에 도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강씨 부부는 이후 가격 상승기대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설사 팔고 나서 오르더라도 배 아파 할 것도 아니다. 아마도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일 경우 강씨 부부는 그 집 파는 것을 계속 미뤘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이제나저제나 적당한 수익실현 시점을 따지고 있는 동안 현금은 바닥이 나고 심지어 집 담보대출로 생활을 유지하려는 무모함까지 가질 위험도 분명히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에 대한 집착,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환상은 그런 위험을 충분히 감수하고도 남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③ 버틸 때까지 버티다 아주 급할 때 파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마디로 대단히 위험하고 극단적인 생각이다. 부동산은 현금화가 용이한 자산이 아니다. 버티다 돈이 묶여 위험한 재무상황에 놓이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다.
기업이 흑자 도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보유 자산의 가치는 높은데 현금흐름이 막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저히 버티기 힘들어 팔려고 내놓았는데 마침 그 시기가 부동산 매매 침체기여서 매매가 얼어붙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헐값에 급매하게 될 상황까지 가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수익을 제대로 실현하는 것은 매매가 활성화되고 가격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오르고 있는 시점이 가장 적기이다.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 적극적인 매각을 서두르는 것이 합리적이다.
양도소득세 면세기준에도 부합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팔아서 20평형대의 작은 집으로 전세를 얻는 것이 낫다. 그렇게 해서 현금화시킨 자산을 새로운 은퇴설계를 통해 안전한 현금흐름으로 변화시키는 게 적절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집에 대한 강한 집착이 대부분의 서민에게는 주거불안으로 고생했던 기억에서 생겨난 것이기에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렇지만 자칫 합리적이고 치밀한 계산이 전제되지 않은 집착으로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은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현실이다.
덧붙이는 글 | * 위 기사는 재무설계 과정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작성된 것입니다.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안은 많은 부분 생략되어 있으므로 참고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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