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해병대 OP에서 내려다 본 백령도 산줄기와 남쪽 한계선 바다박상건
다시 일행은 백령도 해발 184m 산기슭에 자리 잡은 해병대 흑룡부대로 이동했다. OP에서 내려다 본 북한 땅은 지척이었다. 동쪽으로 11㎞ 맞은편이 북한의 유인도 월래도였다. 서쪽 방향 17㎞ 해상에는 몽금포타령의 무대 북한의 장산곶이 있다. 장산곶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남북의 섬, 그 섬의 장병들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참모장은 "이곳 부대는 해군과 공군이 함께 주둔 중이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완벽한 군사 조직과 무기를 갖추고 있는데 그래서 백령도 부대를 '작은 국방부?'라도 부르기도 한다"는 것. 최근 어민들의 생활이나 남북 대치 상황을 묻자, "늘 군사적으로 긴장 지대이고 좁은 어업한계선 때문에 어민들이 고기잡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어민들이 조금만 방심하면 어선이 북쪽으로 밀려 갈 수 있기 때문에 경비정과 지도선이 늘 따라붙는 가운데 조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꽃게가 많이 잡히는 백령도는 5~6월이 성어기이고 건너 편 연평도는 4월이 제철인데 어민과 군인들이 가장 긴장하는 시기란다. 이런 까닭에 이 지역에서는 야간조업을 할 수 없다. 매년 8만여 명의 여행객들이 찾는 백령도이지만 이런 대치상태 때문에 섬 곳곳이 지하벙커 등으로 요새화 되어 있었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60일 동안 전투할 수 있는 무기와 식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게 긴장과 평화가 동시에 출렁이는 섬, 백령도.
이렇게 군사지역이면서도 해양관광의 진면목을 자랑하는 곳이 또한 백령도이다. 앞서 소개한 사곶해변, 콩돌해안에 이어 일행은 두무진으로 향했다. 차량으로 이동하던 섬내 체험코스에서 해안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유람선으로 옮겨 탔다. 유람선은 대중가요를 요란하게 틀고 운행하는 남쪽 바다의 그런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어민들이 어업용으로 사용하는 조금 큰 어선이었다.
두무진 해상관광은 백령도 여행의 백미이다. 비경 중의 비경으로 불리는 두무진은 "서해의 해금강"이라고 일컫는다. 백령도 북서쪽 4km의 해안선이 온통 기암괴석들로 바다에 병풍을 치고 있다. 흑산도 홍도와 거제도 해금강, 거문도 백도의 기암절벽과는 또 다른 맛을 우려내고 있었다. 두무진 절벽은 수 천 년 동안 비바람에 깎이고 다듬어져 짙푸른 바다와 함께 호흡해왔다. 선대바위, 형제바위, 장군바위, 코끼리바위 등이 마치 투구를 쓴 장군들의 회의 장면 같다고 하여 두무진(頭武津)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