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과 합동 해상 훈련중인 잠수함.정의승
"잠수함이면 가능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해군 잠수함 U-보트의 활약상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습니다. U-보트는 영국을 비롯한 연합국 해군과 상선단에 무차별 공격을 가해 통상 파괴를 통한 SLOC 봉쇄작전을 폈는데, 그 결과 영국이 중심이 된 연합군 해군력이 막강한데도 실질적 재해권을 상실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었잖아요."
수중에서 '암약'하는 잠수함은 은밀성을 생명으로 하는 게릴라적 무기체계이다. 앞에서 기자가 처음 알았다던, 잠수함은 배터리로 움직인다는 상식을 상기하며 '암약'이란 단어의 뜻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그런데 문제는 잠수함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은밀성만큼이나 전투생존성과 공격능력의 우수성이 요구된다.
잠수함의 은밀성과 우수성은 상대방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다방에서도, 술집에서도, 아무데서나 나오는 '방위병'이라는, 오래 전 우스갯소리는 예측 불가능한 적에 대해서 체계적인 방어전략을 세울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 상당한 공격 능력을 가진 무기(잠수함)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를 만큼 은밀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그것 자체로 엄청난 힘이다.
세계 최고 잠수함운용·조선기술, 이젠 설계력!
| | '잠수함 입국' 주장하는 잠수함 전도사 | | | 정의승 이사장은 누구? | | | |
| | ▲ 정의승 이사장 | ⓒ조성일 | | '잠수함 전도사'로 통하는 정의승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이사장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신문배달을 하며 고학을 해야 할 만큼 가난하게 살았다.
의예과를 지망했으나 2지망으로 생물학과에 들어가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면 의예과로 전과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절망적이라는 판단이 서자 미련 없이 서울대를 그만두고 학비가 들어가지 않는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간다.
해사를 졸업한 정 이사장은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미국 관련 일을 자주 보고, 유학도 하고, 월남전에 참전하면서 14년간 복무하다 해군 중령으로 예편했다. 독일 엔진 제작사인 MTU사에 스카우트 된 것이다.
군 복무를 통해 '국가는 해양, 군대는 잠수함이 살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정 이사장은 잠수함과 관련한 사업을 하며 '잠수함 입국'에 대한 강한 신념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는 1997년 한국해양전략연구소를 세워 해양력과 해양사상 고취 등 연구 활동에 진력하면서 평생꿈인 잠수함 강국론을 펼치고 있다. | | | | | |
정의승 이사장은 국가간의 분쟁이 야기됐을 때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국방력을 총동원하고 모든 전력과 전술을 망라하는 정규전이 유용하지만 세계 굴지의 초강대국만 이웃하고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현실에서 볼 때 주변 강대국들과의 정규전은 사실상 불가항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비용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잠수함 강국론'은 설득력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의 잠수함 강국론은, 해양통제권(Sea control, 제해권)과 흔히 해군에서 사용되는 두 가지 작전 개념 중의 하나인 해양거부권(Sea Denial)에 근거한다.
해양거부권은 상대방이 맘대로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공격 억지력을 말한다. 잠수함이 평상시에는 전쟁 억지 전력으로 평화 유지에 기여하고 유사시에는 국가와 국민을 위기로부터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RIMPAC(환태평양국가 해군합동훈련)에서 최고 실력을 보여준 바 있는 잠수함의 운용능력과 이미 세계 굴지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조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첨단급 잠수함의 성능을 좌우하는 설계 능력만 확보되면 잠수함 입국의 꿈은 실현될 것입니다."
그래서 정 이사장은 율곡이 10만 양병론을 주장하듯 300여명의 잠수함 설계요원을 양성하자고 주장한다. '싸우면 이길 수 있는 첨단 잠수함'을 창출할 수 있는 설계요원의 확보를 위해 현재 국가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국형 잠수함 획득사업인 'KSX'(Korea Submarine eXperimental)를 활용, 선진 기술과 어깨를 나란히 해 잠수함을 함께 설계하는 공동설계와 설계실습 및 함 성능 보장과정을 몇 차례 반복 이수하면 가능하다는 게 정 이사장의 제안이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
"세계의 패권은 바다를 누가 지배하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역사를 보면 대륙 세력이 세계를 지배한 적은 없습니다. 대륙세력이랄 수 있는 몽골제국이 세계를 지배했다고는 하지만 고작 150여년에 불과했습니다. 로마시대는 지중해를, 중세시대에는 대서양을 지배하던 자가 세계적 강자로 군림했고 지금은 태평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 패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잠수함 전도사인 정의승 이사장은 해양입국론자이기도 하다. ▲바다를 아는 지식 ▲바다 경영 능력 ▲바다를 지키는 힘 등 이 세 가지를 망라해 '해양력'이라고 정의하는 정 이사장은 우리의 해양력이 막강하다고 했다. 조선 세계 1위, 물동량 세계 5위, 선복량 세계 8위, 수산채취력 세계 12위로 종합하면 세계 10위권이라는 것.
그러나 이런 막강한 해양력에도 불구하고 해군력이 약한 게 문제라며, 정 이사장은 적은 비용으로 막강 해군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잠수함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며 다시 '잠수함 강국론'으로 이야기를 돌려 수미쌍괄식으로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