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중학교 2학년 시절에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휴가를 가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저도 백사장에서 찍은 사진. 2003년 12월 국정홍보처가 발간한 <대한민국정부 기록사진집>(제7권)에 수록돼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해군 시설이 있는 진해에서 배로 30분 거리의 외딴 섬 저도에서 해마다 2주 간의 여름휴가를 보내곤 했다. 물론 근혜·근영·지만을 데리고 이곳을 찾곤 했다. 그래서 당시 소녀 시절에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찍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사진이 국정홍보처에서 제작한 정부기록사진집에 실리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단출했던 출입기자들이 대통령 가족의 휴가에 동행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주간의 휴가 가운데 기자단을 1주일 동안 저도로 초청해 쉬도록 배려했다. 작고한 이득렬(전 MBC 보도본부장)씨 등 그때 출입기자들은 근혜양과 베드민턴을 치면서 휴가를 보내곤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작고하기 이태 전부터는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괴잠수정이 저도 인근에 출몰하는 것이 포착되어 설악산 등지로 2박3일씩 가볍게 휴가를 떠나는 것으로 일정을 바꾸었다. 대통령 휴가를 앞두고는 청와대 경호실에서 사전답사를 가는데 그때 경호실 사전답사팀장이 전두환·노태우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들이었다.
한산도 제승당 즐겨 찾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에 주로 사용된 대통령 휴양지는 충북 대청호 주변에 새로 만든 '청남대'(靑南臺)이다. 80년 말 대청댐 완공 직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주변을 둘러보며 '이곳에 별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낸 후 공사가 시작돼 83년에 완공되었다.
작전차장보 시절에 외딴 섬 저도 주변에 괴잠수함이 출몰한 정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군·경호실 출신 대통령이기에 그는 저도행을 꺼려 청남대를 만들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재자'가 만든 휴양시설에서 휴가보내는 것을 싫어한 노 대통령은 취임후에 청남대를 주민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해 이곳은 현재 충북도에 귀속되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금융실명제 발표나 전임대통령 구속을 앞두고 청남대에 들어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복절기념사 등을 이곳에서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1년 3월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자 이곳을 찾아 개각구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언론들은 대통령이 이곳으로 가면 으레 '청남대 구상'이란 표현을 써가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행정구역이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산 88-1'인 저도 내의 청해대를 가장 자주 찾은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이곳을 자주 찾은 데는 해군이 관리하는 한적한 섬이라는 점도 있지만 이곳 일대가 박 전 대통령이 '성웅'(聖雄)으로 추앙했던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격파했던 전적지(戰跡地)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휴가를 보낼 때면 인근 한산도의 '제승당'(制勝堂)을 찾아 참배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