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경주 양동마을의 사랑채 <관가정> 풍경사계절출판사
다른 역사서나 문화책들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이다. 수필인가 하면, 이론서이고, 이론서인가 하면 도록이며, 도록인가 하면 만화책이다. 이 말은 이 책이 정확한 고증에 의한 서술이면서도, 감성적인 책이며, 초등학생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100여 컷의 컬러사진, 40여 컷의 컬러그림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들을 보면 먹이나 채색 물감으로 조선 전기 생활상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는데 바로 눈 앞에서 보듯 그리기도 했으며, 하늘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묘사하기도 한다. 또 어느 것이나 그림의 각 부분에 자세한 해설, 사진자료 보강 등의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은 점도 돋보인다.
또 다른 전문서적이나 참고서처럼 중간 중간에 설명상자가 끼어들고 있어 이채롭다. 이 설명상자를 보면 ‘기 수련-선비의 건강법’, ‘양반가의 재테크’, ‘마을 이름의 역사’, ‘재미삼아 보는 점, 답답해서 보는 점’, ‘자격루, 그 이후’ 등 조선사회의 단면을 살펴보기에 쉽게 되어 있다.
훌륭한 책에도 보이는 옥의 티
하지만 이 책에도 약간의 티는 있게 마련. 조선 백자 등 도자기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면서도 서민들의 실생활에 그보다 널리 쓰였을 그릇은 없었고, 왕실의 종묘제례는 상세한 사진과 그림, 도표 등으로 넘쳐 나지만 일반의 제사는 볼 수가 없었다. 또 일상생활 중 주로 주거생활에만 조명을 맞추고, 옷과 음식에 대한 내용이 결여 되는 등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나타나기도 한다.
구체적인 내용 중에서는 선비의 생활상 묘사가 불만스럽다. 조선의 선비는 4예(四藝), 즉 향을 피우고, 차를 마시고, 그림을 걸고, 꽃을 꽂는 일과 함께 삶을 살았으며, 이를 모르면 선비라 할 수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특강실의 ‘성리학과 유교문화, 훈민정음’은 좀 지루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있다. 이것을 좀더 쉽게 설명할 수는 없었을까? 또 ‘국제실-세계의 문자’편은 ‘꼭 넣었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과 함께 이 대신 더 많은 생활상을 담았으면 좋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