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브룩
배우인 제 미국인 친구가 있는데, 피터 브룩 극장에 가서 그 앞에 땅바닥에 두러 누워서 선망이 대상이 되는 피터 브룩 그 사람을 한번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왔다고 한다. 그것은 모든 연극인들의 꿈이다. 왜냐하면 이 지구상에서 가장 최고의 연출가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단순한 연출자만이 아니다. 엄청난 철학가이다.
위대한 건축가가 인간의 의식주 가운데 주에 관한 문제를 통달하고 있는 것처럼 연극에서 종합성을 가지려면 배우이건 조명예술가건 연출자건 나름대로의 세계라고 부르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로토프스키나 피터 브룩 같은 사람들은 끝까지 간 사람들이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두 사람이 세미나를 했는데 8시간을 했다. 이 두 사람이 연극인들, 언론인들 한 700여명이 가득 모인 자리에서 8시간을 마라톤으로 계속 세미나를 했다. 이 세상에 8시간을 연극에 대해 얘기 할 수 있는 사람도 없거니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무궁무진한 연극에 대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극이라는 것은 인류가 이 지구상에 탄생하면서부터 가지고 온 예술의 한 원초적 형태이다. 음악, 무용, 건축 다 마찬가지이지만 이 사람들은 그런 연극에 대한 많은 지혜를 가지고 있다.
또 하나 내가 그 두 분들이랑 작업하면서 무릎을 쳤던 것은 동양인인 나보다 더 동양연극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서 자빠졌다. 할 얘기가 없다. 내가 나의 정체성을 모르는데, 그 사람은 자기의 정체성 플러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다른 세계인 동양에 대한 예술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다.
나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였다. 그 사람들과 작업을 할 때 일지를 썼는데 지금도 집에 있지만 그 일지를 요즘도 가끔 보면 그것은 혈서다. 나의 각성 플러스 내가 한국에서 공부하고 작업했던 우리 연극이 저 사람들과 얼마만한 차이가 있느냐의 생각까지.
그 사람들이 세계 연극의 새로운 물고를 트는데 그 만큼 기여한 바가 혁혁하다. 지금 그 사람들의 책은 연극인들에게 필독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책마저 원어나 아니면 번역된 책조차 없다. 이제 누구에게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는 것이고 저 스스로라도 우리 연극인들을 위해서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저한테는 두 분의 스승은 뼈를 깎는 많은 것을 심어준 분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감상주의자들이 아니다. 그 사람들의 예술은 면도날 같은 것이다. 너무 면도날을 갈아서 이 사람들이 하는 말, 지적, 이 사람들이 하는 연극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저 사람은 완벽주의자다”라고 감히 말 할 수 없다.
내가 개인예술이라면 내가 얘기를 안 하겠다. 물론 보는 사람들이나 같이 하는 사람들을 계산하겠지만 내가 작가고, 화가고, 작곡가라면 혼자 하는 작업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그것이 아니다. 종합예술을 현장에서 컨트롤하면서 창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완벽주의자고 배우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 무대장치가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 것, 여기에 음악인이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 것, 의상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 소품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 이것을 완전히 꿰고 있다. 그것은 절대자적인 것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너무 정확하고 맞는 말이니까 연기자입장에서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서양연극인들에게 별별 소문이 다 있었다. 1986년도에 그로토프스키가 부력을 한다고 가부좌 틀고 앉아서 몇 시간을 떠있다는 소문이 쫙 돌았다. 그만큼 너무나 완벽하니까 신비적으로 보여 진 것이다.
사실 그 사람들은 평범한 인간들이다. 개인적으로 밥 먹고 그럴 때는 진짜 인간적이다. 나는 내가 어떤 연기를 했을 때 그로토프스키가 나한테 말 한마디도 안하고 네가 맘에 든다는 말을 내 손을 가져가면서 자신의 손에 닿고, 웃고 했다. 나는 그것을 받았을 때 진짜 감격했다.
- 배우의 신체훈련을 중요시하는 그로토프스키와의 만남이 배우로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로토프스키
그로토프스키의 신체훈련은 뭐라 얘기할까?
배우가 하는 신체훈련이 이 지구상에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인도의 전통연극 가운데 카타칼리 같은 경우도 배우의 신체훈련이 있다. 그네들이 쓰는 제스처나 움직임을 종합해서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탈춤 같은 경우 춤사위라는 것이 있다 그 춤사위 자체가 말하자면 우리적으로 표현되고 약속된 연극언어이다. 일본의 노(能)연극도 마찬가지고 인도네시아의 토팽 연극도 마찬가지이다.
그로토프스키가 하는 흥미로운 작업이 뭐였냐 하면 인간의 모든 문화를 떠나자는 것이다. 모든 문화를 떠나면 객체라는 것이 남는다. 인간의 그 자신(himself), 혹은 그녀 자신(herself)이 남는데 그 사람의 언어를 찾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주적(cosmic)인 것이다. 이것은 이 사람의 기발한 발상이다. 이전까지 아무도 해 낼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은 전 세계를 다니면서 자기의 이론과 자기의 연극을 알렸고 이것이 먹힐 수 있었다.
내가 내 연극만을 가지고 러시아 가서, 미국 가서 아무리 이야기한들 그것이 통합니까? 우리 연극인들이 말하듯 정서적 차이가 있어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의 스즈키라는 세계적인 연극인이 있다. 그 사람의 스즈키 메소드를 가지고 서양 세계에 자기 연극을 표현했을 때 사람들이 기립박수하고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적인 것이다. 일본적인 전통에서 가지고 온 바탕이었다.
하지만 그로토프스키나 피터 브룩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터 브룩은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을 떠나가서 지금 불란서 파리에서 작업하고 있고 그로토프스키는 폴란드를 옛날에 떠났다. 그래서 세계를 유랑하면서 다녔다. 그 사람은 스스로 자기를 뭐라고 하냐하면 “나는 국적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비참한 것은 뭔지 아십니까? 국적이 없으면 이 나라, 이 지구상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냐는 것이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왜 내가 미국에 가는데 미국 비자를 받아야 하고, 중국을 가야하는데 중국 비자를 받아야 하며, 이것이 인간세계의 잘못이라는 것이죠. 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 사람의 모든 세계는 인간이 만들어낸 굴래, 시스템 이런 형식을 벗어난 완전한 자유, 그것은 저는 완전한 자유라고 본다. 거기에서 출발해서 연극을 시작한다. 거기에 참여하면 어떻게 되느냐 완전히 선불교랑 똑같다. 이 사람은 그것을 초월한 것이다. 이것이 그 사람의 연극 주의다. 그러니까 끝이 없고 밑이 보이지 않는 깊고 광활하고 그런 연극인이다.
- 그로토프스키나 피터 브룩의 연극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할 의사는 없는가?
| | | 그로토프스키 | | | | 폴란드 출신의 연극 연출가로 제쇼프에서 출생하였다. 크라쿠프의 연극학교를 졸업하고 1959년 오폴레에 실험극장을 창설하였다.
그 이념과 실천은 피터 브룩을 비롯한 서양의 많은 연출가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었다. 그는 연극에서 필요 이상의 분장, 소도구, 조명장치 등을 없애고, 관객의 수도 40∼100명으로 제한하였다. 지각에 호소하는 연극을 창조하여, 배우는 자세와 삶에 대한 방법을 몸으로 나타내는 존재로서의 자기 가능성을 추구하고 평상시의 가면을 벗어던져 자기를 나타내야 한다고 하였으며, 이로써 관객은 무대와의 대결을 통하여 자신을 분석하고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주요 연출작품으로 《아크로폴리스》《포스터스 박사》《불굴의 왕자》 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는 《실험연극론》(1968) 등이 있다.
/ 두산세계백과사전 | | | | |
참 미묘한 질문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12명의 제자들은 생각해 보면. 예수를 미친놈, 이단이라고 말하던 그 세상에서 그렇게 취급받던 사람을 따라다녔다는 그 12명은 대단한 사람이다. 보통사람이 아니다. 그로토프스키나 피터 브룩 그 사람들과 끝까지 작업하고 싶어하는 배우들이 많지 않다.
그분들의 연극주의적인 고품격의 연극방법론을 우리나라에서 한다는 것을 전들 왜 못했겠어요. 아주 비참한 얘기할까요? 연극을 왜 해요?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또 다른 얘기할까요? 연극 안본 사람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부지기수로 많다. 연극영화과를 입학한 학생보고 연극 본 사람 손들어봐 그러면 한 30명 가운데 한 네 다섯 사람밖에 없다. 이런 속에서 그런 것을 못하라는 법은 없지만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다.
그로토프스키나 피터 브룩의 연극 세계는 일단 다른 어떤 것을 다 거친 다음에 일종의 음악으로 말하면 마스터클래스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했을 때 먹힐 수 있는 교육의 효과이다.
보따리를 못 풀면 그냥 가는 거다. 우리의 연극 재산, 우리의 연극 자산 이것도 솔직하게 연구하는 기관도 별로 없고,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것도 안타깝다. 저나 누구나 이런 쪽으로 해야 될 일이 너무 많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궁리만 하고 있다.
- 즉흥연기에 관한 책을 쓰셨는데 즉흥 연기의 효용과 가치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