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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황우석 교수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연구실로 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황우석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진위논쟁은 이미 끝났다. 황 교수와 공동저자들이 자진철회를 요청하면서 문제의 논문은 '학문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황우석 교수는 논문에 '돌이킬 수 없는 인위적 실수'가 있었다고 하지만 김선종 연구원은 논문이 '조작'된 것이며 '허위'라고 말했다. 이렇게 논문에 대한 논란은 끝나가고 있다.

그러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과연 한두개라도 존재했는지, 또 누군가 그것을 미즈메디의 수정란 줄기세포와 바꿔치기 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존재 유무에 대한 진실을 알고있는 핵심 당사자들이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황우석 교수 외에 연구결과의 실체, 즉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존재여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로는 강성근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와 연구팀의 권대기 줄기세포 연구팀장, 윤현수 전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 소장이자 현 한양대 의대 교수 등이 꼽힌다.

왜 강성근·권대기·윤현수인가

▲ 황우석 교수 등 25명 공저자로 <사이언스>에 수록된 논문의 줄기세포 사진(첫째줄 왼쪽부터 2번·3번, 둘째줄 왼쪽부터 4·5·6번, 세째줄 왼쪽부터 7·8·9번, 네째줄 왼쪼부터 10·11번. 12번 줄기세포는 논문에 사진이 수록되지 않음). 하지만 이들은 조작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은 < PD수첩 >팀이 지난 11월 12일 황 교수팀과 공동검증 합의서를 작성한 뒤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로 줄기세포를 받으러 갔을 때 현장에 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날 줄기세포 5개 라인(2·3·4·10·11번)을 < PD수첩 >팀에게 건네준 사람은 권대기 줄기세포연구팀장. 권 팀장이 연구실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줄기세포를 직접 꺼냈고, 이를 강성근 교수에게 넘겨줬다. 강 교수는 이를 확인한 뒤 다시 권 팀장에게 건넸으며, 권 팀장은 사진을 찍고나서 < PD수첩 >팀에게 검증용 시료를 줬다.

당시 이 자리에 있던 또 한 사람은 윤현수 한양대 교수. 윤 교수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셀(세포) 배양이 잘 됐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올해 2월 한양대 의대 해부·세포생물학 부교수로 옮기기 전까지 최근 10년간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장을 맡아왔다.

이들 3명은 줄기세포 연구의 핵심인물이다. 우선 강성근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의 총책이자 관리 책임자. 권대기 팀장은 모든 줄기세포를 분석하고 반출하는 일을 맡았고, 윤현수 교수 등 미즈메디병원 연구원들은 체세포 핵이식으로 복제된 세포를 줄기세포로 키워내고 배양하는 작업을 했기 때문. 따라서 이들은 연구결과의 실체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이다.

[강성근 교수] '녹아웃 기법'으로 황 교수의 신임

▲ 강성근 교수. 그는 '좌 병천 우 성근'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번 연구에 깊이 개입해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강 교수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황 교수의 핵심 측근 가운데 한 명이다. '좌 병천 우 성근'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번 연구에 깊이 개입했다.

2002년에 황 교수팀에 합류한 강 교수는 DNA의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는 이른바 '녹아웃 기법'으로 황 교수의 신임을 받았다. 2003년 세계 처음으로 광우병 내성 소와 장기이식용 무균돼지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했다.

알려진 대로라면 강 교수는 황 교수팀의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관리 책임자다. 때문에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의혹이 터질 때마다 모습을 드러냈다. 배아줄기세포 진위논란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장본인인 것.

강 교수는 황 교수와 함께 김선종 연구원에게 데이터 조작을 지시했을 뿐 아니라 < PD수첩 > 측에 지난 11월 12일 줄기세포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배아줄기세포가 전달된 뒤부터는 < PD수첩 > 측의 DNA 검사 자체 결과의 오류를 지적하는 등 배아줄기세포의 보호막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해 왔다.

당시 그는 "시액을 트리졸 대신 파라포름알데히드(4%)를 사용한 점, 한 마리의 쥐에서 만들어진 5개의 영양세포(줄기세포에 영양을 제공하는 세포)의 DNA 분석 결과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들며 < PD수첩 > DNA 검증 결과를 반박했다.

12월 9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11개가 모두 서울대 수의대에 보관돼 있다"고 밝히며, 존재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한꺼번에 일축했다. 하지만 "줄기세포가 뒤바뀌었다"는 황 교수의 의혹제기로 이 말은 거짓으로 판명나게 됐다.

검증 대상으로 사용될 배아줄기세포를 직접 건넸고, 또한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차례 방어논리를 개발했던 정황을 볼 때 그는 누구보다도 배아줄기세포의 진위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대기 줄기세포연구팀장] '만 27세의 대학원생'으로만 알려져 있어

▲ 황 교수팀의 모든 줄기세포를 분석하고 반출하는 일을 맡았던 권대기 줄기세포연구팀장.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그는 '만 27세의 대학원생'으로만 알려져 있다.
ⓒ 오마이뉴스 고정미
황 교수팀의 모든 줄기세포를 분석하고 반출하는 일을 맡았던 권대기 줄기세포연구팀장도 사건의 내막을 소상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그는 '만 27세의 대학원생'으로만 알려져 있다. 권 팀장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기자회견 발언에도 등장한다.

"앞뒤가 같다고 하는 것으로 9개의 DNA 핑거 프린팅을 조작하라는 것이다. 어제 낮에 다시 김선종 연구원에 확인했다. 네가 둘로 나눴냐, 아니면 둘로 나뉜 걸 받아서 핑거 프린팅을 해줬냐. 누구로부터 받았냐. 황 박사 랩 권대기로부터 받았고 둘로 나눠진 것을 받았다고 하더라. '너는 조작된 것을 받았구나, 조작은 황 랩에서 시작됐구나, 너는 힘없는 연구원이구나' 김선종 연구원은 명령을 받아서 수행한 팀원이다."

즉, 노 이사장의 주장에 따르면 김선종 연구원에게 조작된 줄기세포를 건넨 사람이 바로 권대기 팀장이다. 황 교수의 조작 지시와 김선종 연구원의 사진 조작 사이에 권대기 팀장이 서 있는 셈이다.

특히 그는 황 교수와 줄기세포를 현미경으로 확인한 6명의 연구원 중 한 명이다. 줄기세포의 실체를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황 교수의 지시에 따라 문제의 줄기세포를 미즈메디 병원으로 전달한 핵심 인물이기에 그의 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6개월 이상 황 교수를 취재해온 < PD수첩 >도 권 팀장을 별도로 접촉하지 못했고, 지난 10월 31일 황 교수팀을 인터뷰할 때도 그는 인터뷰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2004년 2월 25일자 기사를 통해 이른 아침 서울대 수의대에서 가락동 도축장으로 가축들의 난소를 채취하러 가는 그의 모습을 묘사한 바 있다.

[윤현수 교수] YTN의 김선종 연구원 취재 때 미국 동행

▲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장이었던 윤현수 한양대 교수. 황 교수팀은 난자에서 핵을 빼내고 여기에 체세포 핵을 이식했고, 윤 소장은 복제된 세포를 줄기세포로 키워내고 배양하는 과정을 맡았다.
ⓒ 연합뉴스 김재선
황 교수팀과 공동연구사업을 진행할 당시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장이었던 윤현수 한양대 교수. 94년 설립된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는 세계적인 배아줄기세포 연구기관으로 2004년에는 서울대 황우석, 문신용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체세포 핵이식 복제기술을 이용해 인간배아 줄기세포주 배양에 성공,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윤현수 당시 소장은 핵이식 난자를 배양해 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하기까지 핵심연구 과정을 맡았다. 황 교수팀은 난자에서 핵을 빼내고 여기에 체세포 핵을 이식했다. 그러면 윤 소장은 복제된 세포를 줄기세포로 키워내고 배양하는 과정을 맡았다.

< PD수첩 >에 따르면 그는 국립과학수사원 장성 분소에 DNA 검사를 의뢰했던 장본인이다. 또한 윤 소장은 YTN과 김선종 연구원과의 현지 인터뷰 때 안규리 교수와 동행하기도 했다.

그가 사건의 실체에 근접해 있다고 짐작케 하는 대목은 바로 최초제보자와 < PD수첩 >과의 인터뷰 증언이다. MBC에 관련 사실을 최초로 제보한 연구원은 "황 교수님이 원래 미즈메디에 잉여로 갖고있던 11개 체외수정 배아 줄기세포를 이대로 썩혀서는 안 되겠다고 설득해서 윤현수 선생 주도 아래 체세포 이식된 배아줄기세포로 탈바꿈을 한 거죠"라고 진술했다.

이 제보내용이 사실이라면 황 교수가 말한 '줄기세포를 뒤바꾼' 인물은 김선종 연구원이 아니라 황 교수와 윤현수 소장일 확률이 높아진다. 경우에 따라선 줄기세포가 뒤바뀐 것이 아니라 황 교수 자신과 윤 소장의 주도로 고의로 뒤바꾼 것이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한 황 교수가 김선종 연구원을 시켜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에 보관중이던 2·3번 셀라인의 앰플 각각 49개를 회수할 때 윤 교수는 의과학연구소의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노 이사장의 말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관중이던 앰플을 회수한 사실을 연구소의 실질적 책임자인 윤 교수가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그의 역할은 한 가지 더 있다. 윤 교수는 < PD수첩 >과의 인터뷰에서 11개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의 테라토마를 자신이 다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2번, 3번 줄기세포만 테라토마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왜 이런 거짓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가 직접 해명한다면 조작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대강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우석 교수-노성일 이사장의 진실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3명의 또다른 핵심 인사가 입을 계속 다물고 있으면 줄기세포 진위논란은 장기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리하게 계속되고 있는 가짜 줄기세포 논란으로 국민이 입고 있는 고통과 국력의 낭비를 고려할 때 이 세 사람이 이제 국민 앞에 나서 진실을 이야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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