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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을 둘러싼 정책 토론회가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가 지도 반출 신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을 둘러싼 정책 토론회가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가 지도 반출 신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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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때문에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윤영찬 네이버 부사장)
"(국내 기업의) 피해자 코스프레(흉내내기) 아니냐."(권범준 구글 매니저)

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놓고 구글과 네이버가 다시 맞붙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선 정밀 지도 데이터 등 공간정보 국외 반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공간산업정보협회를 비롯한 관련 업계와 이해 당사자들 의견을 듣는 자리로, 정부는 오는 12일 관계 기관장 협의체 회의를 열어 구글이 지난 6월 신청한 정밀 지도 국외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네이버 '국내 기업 역차별' 주장에 구글 '피해자 코스프레' 반박

지난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구글 비판 발언을 계기로 언론을 통해 날선 공방을 이어갔던 구글과 네이버가 이날 토론회에서 처음 얼굴을 맞댔다.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 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그동안 구글 지도 반출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사실이 많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구글이 반출하려는 5천 대 1 정밀 지도 데이터는 이미 국내 제작사(SK텔레콤)에서 안보 시설 데이터를 모두 삭제했고, 구글 어스 등 고해상도 위성 사진은 이미 타사에서도 수십년 동안 유통돼온 것이라 안보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해진 의장은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 센터나 서버를 두면 되는데도 굳이 국외로 반출하려는 건 세금 회피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권 매니저는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에서 세금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면서 "한국에 서버를 둔다고 지도 데이터 반출 이슈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전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지도 서비스를 하려면 지도 데이터를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중복 분산 저장해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국외 반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도 현지에 구글 데이터센터가 없지만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 서비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이 "중국에서 지난 2월 자국에 서버를 안 두면 지도 데이터 반출을 못하게 하는 법령까지 만든 걸로 아는데, 어떻게 중국 지도 서비스를 한다는 건가"라고 따지자, 권 매니저는 "(중국에서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한시적으로 지도 데이터를 개방한 이후에도 계속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 중국 지도 서비스를 변함없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윤 부사장은 "구글 지도는 다운 받을 필요 없이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 기본으로 들어가 있어 10억 명 이상이 쓰고 있다"면서 "우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어 승부는 뻔하다, (구글 지도 반출까지 허용하면) 국내 산업의 혁신이나 성장은 기대할 수 없고 막 태동하는 지도 신산업도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부사장은 "구글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해 달라는 게 아니고 국내외에서 구글과 자유로운 경쟁을 하고 싶다"면서 "다만 스타트라인(출발점)은 같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권범준 매니저는 "지도 데이터 반출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구글 지도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로 스타트라인이 다르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국내 업체에서 너무 약한 말씀을 하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특히 조세 회피 등 지도 반출과 직접 관련 없는 문제로 구글을 비판하는 건 한국 기업들의 지나친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것이다.

권 매니저는 "국내 시장을 둘러싼 대결 구도로 볼 게 아니라 (서로 경쟁하면) 국내 사용자들은 서비스 선택 폭이 넓어지고 새로운 서비스도 창출할 수 있다"며, 최근 네이버의 다국어 서비스 계획이나 T맵 개방을 사례로 들었다.

권 매니저는 "모바일 시대 위치정보와 지도 서비스를 결합한 서비스는 혁신의 중심이고 '포켓몬 고'는 그런 혁신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지도 반출을 불허하면 이런 흐름에서 한국이 뒤처질 우려가 있다"면서 아이폰 국내 도입 당시 상황을 거론했다.

이에 윤영찬 부사장은 "아이폰이 위피 정책 때문에 막혔을 때는 국내 이용자들 요구가 있었는데 지금 이용자들이 구글 지도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나"라고 되묻고는 "구글은 이미 국내에서 지도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지도 반출 때문에 일부러 서비스 품질을 낮춘 게 아니냐 의심할 정도로 질이 낮다"고 꼬집었다.

윤 부사장이 "국내 기업도 구글 수준만큼은 안 돼도 자동차, 자전거 길 찾기나 실내, 3D 지도 서비스 다 하고 있다"면서 "마치 지도 반출을 안 하면 국내 기업은 혁신이나 해외 진출이 없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도 반출과 세금 무관하다는 구글에 "국민 감정 잘 보라" 당부도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을 둘러싼 정책 토론회가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이우현 의원과 공간정보산업협회를 비롯한 국내 공간정보업계 관계자들이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을 둘러싼 정책 토론회가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이우현 의원과 공간정보산업협회를 비롯한 국내 공간정보업계 관계자들이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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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네이버를 비롯한 공간정보산업 업계 종사자들은 구글 지도 반출에 부정적이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이날 권 매니저에게 '피해자 코스프레' 발언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구글에) 주는 건 쉬워도 나중에는 (국내 기업이) 돈 주고 사야 할 수도 있다"면서 "네이버 같은 큰 회사는 구글과 경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지도 산업에 수조 원을 투자한 작은 회사들과 스타트업의 (구글) 종속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지난 2008년 구글 지도 한국 서비스 이후 수차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정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초기에는 정부가 지도 반출을 허용하는 대신 구글 위성사진에서 국내 보안 시설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등 안보 문제가 현안이었지만, 이번엔 구글의 조세 문제와 국내 기업 역차별 때문에 반대하는 더 여론이 많다.

지난 8년 사이 국내에서 유튜브가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하고, 한국이 전세계 모바일 웹마켓(구글 플레이) 다섯 손가락에 들 만큼 성장하면서 구글이 국내에서 벌어가는 수입은 급증했지만 세금 납부 실적 등 국내 산업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를 진행한 사공호상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보에 관한 문제는 신중할 수밖에 없고 상대가 구글이면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는 하버드대 설득·협상학 책 제목을 거론하면서 "국민 감정을 잘 보라, 다음에는 오늘과 다른 감정으로 얘기하길 바란다"고 구글에 당부했다.


태그:#구글 지도, #지도 반출,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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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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