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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6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6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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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의 '유'자도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경제활성화 등 정책현안만 강조했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따른 '친정', 새누리당의 내홍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현재 새누리당은 지난 25일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 표명으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거듭 고개를 숙이며 박 대통령의 노기를 풀려 노력하고 있지만 친박(친박근혜)은 사퇴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서청원·이정현 등 친박 최고위원들은 이날 평택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고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공개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를 열어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날 예정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박 대통령이 다시 공식적으로 유 원내대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침묵'을 택했다. 다만, 이는 "당이 알아서 정리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유 원내대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고 그에 더하거나 뺄 것도 없다는 뜻인 만큼 당에 대한 '압박'이기도 하다.

추경 논의할 국회 세워놓고 '속도전' 주문

박 대통령이 이날 정책현안만 거론한 것도 이 같은 '여론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일하는 대통령'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만들어 낸 정쟁의 소용돌이에서는 한발 비켜서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메르스와 경제활성화를 강조한 것은 긍정적인 국민 여론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지금은 메르스 종식이 가장 시급한 일이지만 사태종식 후에는 감염병 대응체계를 확실히 혁신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확인한 방역시스템을 철저하게 분석해 향후 다른 신종 감염병이 유입됐을 때 최적의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은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온몸이 땀에 젖어가며 탈진해 쓰러질 정도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라며 "일선에서 뛰는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최근 메르스와 극심한 가뭄 피해가 겹치면서 충격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경제회복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우리 경제를 정상 성장 궤도로 하루빨리 복귀시키고 소비를 비롯한 일상적 경제활동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과감한 소비진작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특단의 경제활성화 대책과 구조개혁 방안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주길 바란다"며 "시간을, 타이밍을 놓치면 돈은 돈대로, 재정은 재정대로 들어가면서 효과는 못 내기 때문에 결국 빚더미를 안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문했다.

즉, 정부가 지난 25일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수습하기 위해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방침에 대한 후속 조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였다.

그러나 추경안을 심의·의결할 국회는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유로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 했고 새누리당조차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내홍으로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국회법 개정안 후폭풍에 휘말린 국회에서는 의도치 않게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붙잡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박 대통령의 '구태 정치' 비판은 이 같은 국회 상황 탓에 더욱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은 "올해 초에 각 부처와 수석실에서 연말까지 역점을 두고 추진할 (24개) 핵심 과제를 선정했는데 이제 그 과제들을 꼭 달성해야 한다"라며 ▲ 일·학습병행제 및 자유학기제 ▲ 개편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 시행 ▲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최 등 정책 현안들을 거론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박근혜, #유승민, #경제활성화, #국회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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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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