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8월 말 북한을 방문한 이탈리아 상원 외교위 의원들이 지난 3일 방북 목적과 구체적인 협의안건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두고 이탈리아 사회의 의견이 분분하다.

안토니오 라치(66·PdL 자유국민당) 상원 외교위 서기장과 마태오 살비니(41·LN 북부연합당 중진) 이탈리아 상원의원은 '이탈리아-북한 친선그룹'에 속한 의원 20명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다. 이들은 27일 평양 금수산 태양궁전을 방문한 데 이어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를 만났고, 29일에는 김영남 상임위원장 등을 만난 뒤 3일 오전 귀국했다.

이번 방북 그룹엔 이들 외에도 민간 투자 기업인들,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함께해 이탈리아 북부 경제지구와 북한간의 밀착 문화교류 및 무역, 투자 등 사업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오는 6일부터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가 독일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을 공식 순방할 예정이며 9월 중순 이내로 북한측 스포츠 문화 교류단이 이탈리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북한과의 적극적 문화교류와 사업투자에 주도적으로 나선 지역들이 최근 이탈리아 경기침체와는 상관없이 꾸준히 월등한 경제소득을 올리면서 '이탈리아에서 독립해 단독정부를 세우자'는 움직임 속에 있는 북부 베네토지방(베네치아)을 비롯해 트렌티노 티롤지방, 베네치아 푸리울리지방, 롬바르디아지방(밀라노)등 이른바 이탈리아의 '문화-경제 우월지대'이기에 소식을 접한 현지인들의 충격은 상당하다.

이탈리아인들 놀라게 한 상원의원들의 방북

이탈리아 상원의원들의 방북 소식에 이탈리아 현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탈리아 상원의원들의 방북 소식에 이탈리아 현지 여론이 들끓고 있다.
ⓒ sxc

관련사진보기


관련 기사를 보도한 일부 일간지 온라인 통신란은 '베네토지방이 왜 이탈리아 남부가 아닌 세계에서 고립된 북한에 투자를 하느냐'는 비난 댓글이 연이어 달리면서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이탈리아 현지인들은 북한과의 문화-경제 교류 중심축이 된 게 예전의 좌파 민주당(PD)이 아닌, 보수인 자유국민당(PdL)과 북부연합당(LN)의 핵심 인물들이란 사실에 놀랐다. 일각에는 세계에서 고립된 나라인 북한에 투자해서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고 '왜 국제분쟁을 자초하느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아울러 북한 사람들의 인권 문제는 외면한 채 북한 정권과 밀착하는 모습을 질타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이번이 벌써 7번째 방북인 안토니오 라치 상원 외교위 서기장은 스위스에서 직물 사업을 하다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자유국민당 소속이 되어 국회에 진출했다. 그 뒤 베를루스코니 측근이 되어 북한을 자주 방문하기 시작한 친북 인사다. 그는 2013년 방북 후 연 귀국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해 몇몇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북한은 아시아의 스위스다. 범죄가 없고 길거리는 깨끗하고 모든 게 정돈된 모습이 정말 모두에게 이상적인 나라다. 김정은은 나의 친구다. 그는 독어를 아주 잘해서 우리는 통역 없이 독어로 대화한다. 그는 이탈리아를 무척 사랑하고 대단한 파티를 열어주었다. 그는 더없이 친절하고 위트가 넘치는 호감형이다. ... 서방의 북한보도들은 모두 왜곡된 거짓들이다. 나는 베를루스코니의 사업적 특명을 받고 그것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 물론 김정은에게 핵 이야기도 물었다. 그의 대답은, '우리는 화살만 있다. 그런 우리에게 저들은 폭탄을 던진다. 과연 누가 더 위험한 자들이라고 보나?'였다. 난 그가 평화를 사랑하고 원하는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아는가? 북한과 우리가 친밀한 교류를 함으로써 북한이 개방되고 남북한 화해모드가 조성되어 통일을 이룰지."

그런 그가 작년에 이어 또다시 이탈리아 축구팀 매니저, 코치 지도자들로 구성된 축구관계자들을 데리고 북한을 방문했다. 오는 9월 중순 두 팀의 청소년축구팀이 이탈리아를 방문해 훈련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이어 이탈리아가 북한 청소년팀 육성에 관심 높고 그것을 위해 피포 인자기(AC밀란)감독을 파견하고 그들의 훈련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성인 축구선수 15명도 이탈리아를 방문해 프로팀(밀란, 인테르, 유벤투스, 페루지아, 코르치아노)과 입단 계약을 논의할 예정인데, 이미 이번 방북팀에 관계자들이 합류해 북한 선수 12명에 대한 테스트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라치 의원은 또 "이번 방북에 티롤지방의 사과농장주들을 비롯해 베네토지방의 기업인들, 투자자들도 함께하여 앞으로 북한에 대한 투자 및 무역교류를 타진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에 나비모양 순금장식 선물

이번에 라치 의원과 함께 방북한, 마태오 살비니의 반응 또한 현지 여론들을 놀라게 했다.  북부연합당의 실질적인 리더인 그는 이탈리아 경제개혁의 중심에 있는 신세대 정치인이다.

"나는 이제껏 라치 의원을 개인적으로 전혀 몰랐지만 이번 그의 방북팀에 기꺼이 합류했고, 참 잘했다고 스스로 만족할 만큼 구체적이고 뛰어난 결과들을 얻었다. 북한은 더없이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일주일간 그곳에서 지낸 시간들을 잊지 못 할 것이다. 사르데냐에 가서 복잡한 휴가를 보내느니 다들 북한에 가서 평온한 시간을 갖으라고 권하고 싶다. 또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많은 말들이 있지만 나는 민주국가 이탈리아의 상원의원임을 스스로 잘 안다. 난 경제부문을 위해 방북했었다. 북한의 정치 및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내 관심사는 아니었다. 이번에 난 김정은 최고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박두익을 만난 게 꿈만 같고 축구의 영웅인 그와 시간을 함께해서 행복했다(박두익: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우승을 꿈꾸던 이탈리아 대표팀을 좌절시킴으로써, 전 이탈리아인들이 기억하는 북한 선수). 박두익은 우리와 함께 북한축구의 미래를 기획해 나갈 것이다. 그 외 전문 문화계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문화교류와 무역, 투자 등을 이뤄갈 것이다. 나는 경제에 관심이 있고, 그것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는데, 방문에 더없이 만족한다."

이들 방북의원들은 김영남 상원위원장을 통해 김정은 최고위원장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달했다고 한다. 아부루쩨 지방의 유명 세공업체 F사가 만든 나비모양의 순금장식품으로, 양 날개에는 이탈리아와 북한의 국기가 새겨졌다고 한다.

이러한 소식들을 접하는 현지인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한 누리꾼은 관련 소식을 다룬 기사에 "북부연합등이 북부 '끼리끼리 당'인 건 알겠는데 이젠 저어기 '북'한까지 가나?"라고 비웃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북한이 아시아의 스위스? 그렇게 좋으면 거기서 살지 왜 다시왔나?"라고 냉소했다. 이외에도 "북부연합당이 이탈리아남부에 투자한다해도 쇼킹할텐데, 어디라고?북한에?", "이탈리아를 떠나라, 아니 아예 지구를 떠나라. 도대체 제정신들인가?"라는 의견도 올라왔다.

이처럼 이탈리아 현지인들의 반응은 좋지 않지만,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북한과 이탈리아 북부, 특히 베네토 지방과의 관계는 '원래 오래 전부터' 밀접했고 특별한 사이였다는 점이다. 남북통일은 대박이라고들 하는데 그 대박을 '베니스의 상인' 후손들이 차지하는 건 아닌지...


태그:#이탈리아의원들 방북, #이탈리아북부지방, #베네토지방과 북한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