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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주변 지역 강변이 훼손되어 있다.
 충남 공주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주변 지역 강변이 훼손되어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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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나루는 어떤 곳?
고마나루는 충남 공주에 있는 명승지로 금강변 나루 일대를 말한다. 고마나루에는 나무꾼과 곰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려 현종(1010)과 조선 인조(1624)가 이 나루를 통해 공주로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백제 멸망 뒤에는 이곳에 웅진도덕부가 설치돼 백제역사 중심 무대로 역할을 했으며, 천신·지신·산천신에게 제사를 올려오던 공식적인 국가 제당이기도 하다.
환경부 소속 금강유역환경청이 수질오염사고 합동 방제훈련을 목적으로 공주시에 평탄작업 요청을 하면서 공주시가 문화재청의 협조도 구하지 않은 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인근 강변 400~500평가량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일 찾아간 공주보 상류 고마나루 인근 강변에는 10톤가량의 사석이 쌓여 방치돼 있었다. 강변 쪽으로는 갈대 등이 자라던 초지가 사라지고 평탄하게 밀리면서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확인 결과, 환경부의 요청에 따라 공주시가 중장비를 동원해 평탄작업을 한 것. 그리고 인근 지천의 사석보호공 작업을 위해 사석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보호법 제13조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보호'에 따르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는 해당 지정문화재의 역사적·예술적·학문적·경관적 가치와 그 주변 환경 및 그 밖에 문화재 보호에 필요한 사항 등을 고려하여 그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안으로 한다'라고 돼 있다. 주변 500m 구간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엄격히 제한되는 구간이다.

그리고 같은 법 제35조 '허가사항'에 따르면 '명승이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거나 가지정된 구역 또는 그 보호구역에서 동물, 식물, 광 물을 포획(捕獲)·채취(採取)하거나 이를 그 구역 밖으로 반출하는 행위는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하여 행위를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환경부 요청으로 중장비 동원... 문화재보호구역인지 몰랐다"

충남 공주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주변 지역 강변이 훼손되어 있다.
 충남 공주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주변 지역 강변이 훼손되어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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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준설에 인한 소하천 합수부가 침식되면서 공사를 위해 사석을 쌓아 놓았다.
 4대강 준설에 인한 소하천 합수부가 침식되면서 공사를 위해 사석을 쌓아 놓았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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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기자의 연락을 받고 현장 온 공주시 안전관리과 담당자는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4월 16일 공문을 받았고, 4월 22일 환경부 담당자가 현장을 방문해서 '이 장소에 방제훈련을 위한 터를 닦아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4월 28일께 중장비를 동원해 평탄작업을 했다"라면서 "문화재보호구역인지 몰랐다, 문화재 관련 부서와 사전 협의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현장을 찾은 공주시 문화재과 담당자는 "이번 일은 문화재보호법을 몰라서 일어난 것이다, (명승 주변의) 형상이 크게 변경된 게 아니라서 억새라도 심어서 원상복구하겠다"라면서 "이곳이 아니어도 (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은데 환경부가 왜 이곳에 요청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설물을 설치나 구조물 설치, 현재의 상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절토나 굴삭을 하는 경우에는 형상 변경 신청을 거치도록 돼 있지만, 공주시 관련 부서가 환경부의 요구에 따라 명승 구간인지 모르고 사전 협의나 검토 없이 200~300평 정도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크게 훼손했다기보다는 경미한 사항으로 판단해 공주시 문화재과에서 자체적으로 공문을 통해 (안전관리과에) 주의 통보를 하고 전 부서에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금강유역환경청 수생태관리과 담당자는 "문화재보호구역인지 모르고 훈련 장소로 적당한 것으로 보여 요구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검토는 그쪽(공주시)에서 해야 하는데 안 된다는 이야기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이 어느 정도 훼손됐는지 확인해서 공주시와 복구·복원을 위해 협의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금강유역환경청에서 공주시로 보낸 협조공문
 금강유역환경청에서 공주시로 보낸 협조공문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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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주시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는 고마나루 명승지 문화유산산을 공주시 공무원들이 몰랐다고 말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건에 당사자인 환경부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이번 문화재 훼손 건과 관련해 비판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환경부가 공주시에 보낸 공문을 보면 '수질오염사고 대비 합동 방제훈련을 통하여 관계기관 정비, 방제조치 등 사고대응 역량 강화로 안전한 수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오는 13일 오후 2시부터 훈련을 하기로 했으나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와 관련하여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금강유역환경청 수생태관리과 담당자는 훈련 잠정 연기에 대해 "(훈련은)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것인데 '안전한국코리아'라는 훈련에 들어가 있었다"라면서 "그래서 올해 '안전한국코리아' 훈련 취소는 안행부에서 결정해 통보를 받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태그:#문화재보호구역,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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