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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28일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으며,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를 출범함으로써 공식적인 정치세력화를 시작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또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최선을 다해서 책임있게 참여하겠다"며 신당의 향후 계획에 대한 포부를 밝혔는데, 이와 관련하여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로 출마하려는 인물들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 계획을 밝히며 공식적인 정치세력화 추진을 선언하고 있다.
▲ 안철수 의원, 신당 창당 공식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 계획을 밝히며 공식적인 정치세력화 추진을 선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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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세력화 선언 하루 전인 27일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이계안 전 의원의 경우, 지난 2006년에는 강금실 후보와 그리고 2010년에는 한명숙 후보와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안철수 신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되는 것이 아니냐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에 앞서 지난 12일에는 복지국가정치추진위원회가 출범식을 갖고 내년 지방선거에 이상이 대표를 경기도지사 후보로 내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안철수 의원 쪽 관계자는 "추진위원회 인사들이 안철수 신당에 집단 참여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합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류근찬 전 의원도 26일 민주당을 탈당했고, 김효석 전 의원도 탈당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안철수 신당 입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들이 안철수 신당에서 충청남도지사와 전라남도지사로 출마하게 될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권노갑·정대철·김덕룡·인명진·이부영 등 구 여야정치인 33인이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을 창립했는데, 안철수 의원이 창립대회에서 "국민동행의 고귀한 뜻에 저도 함께 하겠다"며 "같이 부축하고 어깨를 내밀고 손을 맞잡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 '중도정당, 제3당' 노선의 논리와 역사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안철수 신당과 함께 할 것으로 보도되는 인물들의 면면은 '새 정치'라기보다는 '중도정당'에 맞는 사람들이고, 그야말로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다. 이는 안철수 세력이 그동안 '새 정치'와 안철수 신당의 정체성을 '중도정당, 제3당'으로 규정한 것에서 기인하는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안철수 의원이 내세우는 '새 정치'가 도무지 아무 내용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안철수 의원 측은 이렇게 반박해왔다. 

"새 정치라고 하면 무언가 새로운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합리성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의원의 임무는 국민이 염증을 느끼는 기존 정치의 틀을 깨는 것이고, 그 염증의 핵심이 바로 정치권의 '편 가르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 '내 편 네 편 따지지 말고 옳은 게 있으면 함께 하자', '편 가르기 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가자" (금태섭 변호사, <프레시안> 2013. 5. 17)

"안철수 신당이 유력한 중도정당으로 부상하여 작금의 양당제 구도를 깨주길 바란다. … 그리하여 중도신당과의 연합 없이는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조차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없는 다당제 구도를 완성해야 한다." (최태욱 교수, <경향신문> 2013. 3. 29)

"무엇보다 민주당과 하나가 될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안철수 세력'이 민주당을 대체해 버리든 아니면 그 당에 흡수되든 그 결과는 모두 '새 정치'와는 무관한 것이다. 도로 양당제일 뿐이다." (최태욱 교수, <경향신문> 2013. 7. 19)

안철수 세력 중에서 이에 반대되는 입장을 밝혔던 사람이 최장집 교수였는데, 최 교수는 지난 5월 안철수 의원 싱크탱크인 '정책 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에 취임할 무렵 강연에서 "안철수 신당은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을 추구"한다며, "민주당보다는 분명히 진보적인 스탠스를 갖는 정당이 필요하고, 그것에 내가 힘이 된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최장집 교수가 '정책 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직을 사임한 것은 사실상 안철수 신당의 노선이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의 '중도정당, 제3당'으로 정리되었음을 의미했다.

최 교수는 '내일' 이사장 사퇴 후 한 인터뷰에서는 "범야권 지지층을 두고 경쟁을 해야지 보수층까지 포괄하는 제3 중도세력? 이런 건 현실화될 수 없을 것 같다. 보수 세력은 상당히 잘 결집돼 있고 점점 더 강해지는데다가,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제 하에서는 제도가 강제하는 양당제 효과도 굉장히 강하다"고 비판했다. (<시사인> 2013. 8. 24)

안철수 신당의 '중도정당, 제3당' 노선은 28일 정치세력화 선언에서도 분명히 드러나는데, 안 의원은 "산업화 세력도 민주화 세력도 각자 존중의 대상이지, 적이 아니다"라며 안철수 신당의 '탈이념'을 강조했다. 그는 안철수 신당이 "극단주의와 독단론이 아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정치 공간이며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논의구조,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춘 국민통합의 정치세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정당·제3당으로 합의제 정치·복지국가 건설은 어불성설

안철수 신당의 '중도정당, 제3당' 논리는 안철수 신당이 보수와 진보의 양대 진영에 매몰되지 않고 중도정당을 목표로 제3당을 해나가면 우리 정치가 현재의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변화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 정치문화도 유럽처럼 합의제 정치로 변화되며,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복지국가가 실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말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이 주장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논리다. 비유하자면 여름이 왔기 때문에 반팔 옷을 입는 것을 혼동하여, 반팔 옷을 입으면 여름이 온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중도정당, 제3당' 노선은 한 마디로 겨울이 시작되는데 반팔 옷을 꺼내 입으며 반팔 옷을 입어야 여름이 온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그것은 현실적으로 먼저 감기에 걸리고, 다음에는 동상에 걸리고, 결국은 얼어 죽을 운명인 노선일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 있다.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알베르토 알레시나 교수와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가 2004년 쓴 <복지국가의 정치경제학(Fighting Poverty in the US and Europe)>(한국에는 2012년 생각의 힘에서 출간)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유럽 복지국가와 미국 신자유주의의 차이를 만든 핵심 요인이 경제적 요인보다 선거제도에 있다고 분석하며 유럽 복지국가를 만든 원동력은 비례대표제와 그 정치적 결과물인 다당제에 있다고 지적한다.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에 비해 더 큰 소득 재분배 정책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첫째, 소선거구제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종종 선심성 지역개발사업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비례대표제에서는 보편적인 사업, 즉 연금생활자, 노동자, 가난한 사람 등 대규모 집단에게 이득이 되는 소득이전 정책을 지지하는 경향이 크다. 둘째, 비례대표제에서는 다당제가 가능하며 … 예산을 수립할 때도 모든 사람의 이익을 반영하여 지출 프로그램을 확대하려고 한다."(위의 책, 134쪽)

그런데 이런 비례대표제는 어떻게 유럽 여러 국가에 도입될 수 있었을까? 과연 기존의 지배계층이, 부자들이 소득재분배와 복지국가를 초래할 이런 제도를 쉽게 용납했을까? 안철수 신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중도정당, 제3당'이 등장해서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내 편 네 편 따지지 않고 편 가르지 않고 합리적으로 정치를 해서 양당제가 극복되고 비례대표제가 실현되었을까?

한마디로 답하자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하버드대 알레시나 교수와 글레이저 교수의 분석을 보자.

"비례대표제는 일반적으로 이를 통해 자신들의 세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 사회주의자들이 내세운 정책이었다. … 그러한 점에서 비례대표제는 사회주의 세력의 존재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비례대표제 도입은 일반적으로 법과 질서가 와해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러한 개혁은 대부분의 경우 총파업이나 혁명을 통해 추진되었다.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좌파의 능력이 성장했다는 사실과 기존 제도를 방어하는 군대의 능력이나 의지가 붕괴되었다는 사실, 이 두 가지가 법과 질서의 와해를 가져온 요인이었다."(위의 책, 179쪽)

한 마디로 비례대표제 도입은 소련식의 사회주의 혁명을 포기한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노동자 총파업과 혁명의 대가로 얻어낸 피의 대가였던 것이다. 이처럼 역사 속에서 비례대표제의 도입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쉬운 개혁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과연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편 가르기 하지 않으면 새누리당과 재벌이 비례대표제의 전면적 도입을 쉽게 허용할까?

이처럼 지금까지 안철수 의원의 행보와 논리는, 그동안 인류가 피나는 투쟁을 통해 '민중에 의한 지배'인 민주주의를 실현해왔고, 그 과정에서 군주정과 귀족정, 독재와 엘리트주의에 맞서 힘겹게 싸워왔으며, 한 예로 비례대표제의 도입 역시 얼마나 치열한 싸움의 결과였는지 잘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철수 신당의 '중도정당, 제3당' 노선, 새누리당 선거 승리 보장

그렇다면 실제 한국 정치상황에서 안철수 신당이 중도정당으로서의 제3당을 목표로 하는 것의 현실적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안철수 신당 추진 세력만 모르고 모든 국민이 상식으로 아는 바 그대로, 향후 모든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압도적 승리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민주당 후보가 나오고, 이계안 안철수 신당 후보가 함께 나오면 어떻게 될까? 그런 구도면, 해볼 것도 없이 새누리당 후보로 웬만한 사람이 나와도 승리한다. 경기, 인천, 강원, 충남, 충북, 경남 등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신당 후보가 분열되면, 새누리당 후보의 압승은 명약관화하다. 이는 호남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마찬가지다. 야권의 표가 갈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40∼45%의 보수층과 영남의 지지기반을 가진 강력한 정당이다. 나머지 정당이 모두 힘을 합쳐야 겨우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필요조건을 만들 뿐이다.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필요조건일 뿐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 평가 과정에서 단일화에 매몰됐다는 비판이 등장하더니, 안철수 의원 측에서 단일화 프레임을 극복하겠다며 '중도정당, 제3당' 노선을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모든 나라들은 양당제로 귀결된다. 단순다수대표제인 소선거구제는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승리의 성과를 모두 가지는 특성 때문에 양당제로 귀결되는 특성이 있다. 미국, 영국, 일본, 한국처럼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나라는 모두 양당제다. 편 가르기를 좋아하고, 합리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제도적 특성이다. 그리고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그 나라가 역사적으로 진보적 개혁을 못해냈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초선거(定礎選擧)인 1987년 대선과 1988년 총선의 선거구도는 4당 지역분할이었다. TK·PK·호남·충남이 각각 자기 지역기반을 가지는 이런 4당 지역구도처럼 다당제가 계속 유지되기 좋은 정치구도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양당제로 귀결되었다. 더구나 당시 야당 지도자는 김대중이었고, 지역구도에서 왕따 당하는 소수파인 호남에 기반하고 있었기에 비호남의 민주세력 정당이 제3당으로 존재하려는 동력이 계속 있었지만 소선거구제라는 제도적 특성이 결국 양당제로 귀결되고 말았던 것이다.

안철수 신당 '중도 제3당' 아닌 민주당 흡수를 목표로 해야

이처럼 한국 정치사에서 양당제는 극복할 수 없는 일이다. 소선거구제라는 제도 때문에도 그렇고, 보수 세력이 워낙 강력해서도 그렇고, 또한 대한민국 정치사의 전통이 양당제였기 때문이어서 그렇기도 하다. 진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일 수 있지만 양당제 하에서 진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안철수 신당은 '중도정당, 제3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의 지속적인 승리를 보장해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도 두 눈 질끈 감고 '중도 제3당'으로 가겠다고 한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함께 '낡은 정치'로 공격하고 자신을 '새 정치'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3자(박·문·안) 구도를 끝까지 유지하고, 가능하면 끝까지 단일화를 늦춰서, 대선을 '낡은 체제 대 새로운 체제', '기득권 대 국민'의 프레임으로 끌어가려고 했던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을 만드는 것은 자유다. 더구나 지금 민주당이 제대로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새로 당을 창당하여 민주당이 못해내는 일을 대신 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칭찬받아야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안철수 신당이 목표로 하는 '중도 정당, 제3당' 노선은 민주당을 대체하겠다는 노선이 아니다. 한 마디로 야권을 계속 분열시켜서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주겠다는 노선일 뿐이다. 그것은 안철수 신당을 새누리당의 도우미, 박근혜 정권의 기쁨조로 전락시키겠다는 노선일 뿐이다.

따라서 안철수 신당은 '중도정당, 제3당'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기왕이면 민주당을 대체하고 흡수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민주당이 야권의 대표주자 역할을 못하고, 민주진보진영의 큰 그릇이 되지 못하므로 안철수 신당이 이것을 대신하겠다고 해야 한다. 그래야 안철수 신당도 미래가 있고, 민주당도 긴장한다.

그리고 역으로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을 대체하지 못하고 흡수하지 못한다면 자신들이 민주당에 흡수되고 대체되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아닌 '중도정당, 제3당' 노선은 유신시절 이철승 의원의 중도통합론, 제5공화국 때의 민한당, 국민당과 같은 관제야당의 재판에 불과할 뿐이다.


태그:#안철수, #안철수 신당, #박원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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