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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풀에 대한 생각은 '산과 들에서 자라는 초록색 그 무엇, 나와는 거리가 있는 식물군, 기분좋은 생명체...' 와 같이 매우 막연한 것이다.

그런 풀이 시골에 오자 갑자기 나의 생활권 안으로, 그것도  매우 가까이 들어와 버렸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지하게 살아왔는지가 여지없이 드러나게 되었다. 초록색 그 무엇이던 풀이 가까이서 보니 종류가 수없이 많은 것이다. 저마다 생김새며 성질이 다른 개개의 풀인 것이다.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기도 하는 것이다.  

 풀꽃
풀꽃 ⓒ 김영희

나는 풀에게 말을 건넨다. 

얘, 풀들
우리 이제 좀 친하게 지내보자
그런데 너는 뭐라고 허는 풀이냐  
그동안 나는 네가  있는 줄도 몰랐구나
너도 내가 있는 줄 몰랐겠지
얘, 풀들
우리 인사라도 트고 지내야지

하지만 아무리 내가 풀에 대해 갑작스레 친근감을 느낀다 해도, 내눈에 다 신기하고 이뻐보인다 해도, 시골집에서 내가 살려니 어쩔 수 없이 풀을 베어야 한다.왜? 풀 속에 뱀이 숨어있다. 마당에 한걸음 내딛다가 발밑을 스윽 스치는 뱀과 마주칠 수 있다. 뱀과 아주 친하게 지내지 않을 바에야 풀을 베어야 한다. 또 콩도 심고 옥수수도 심으려면 풀을 베어야 한다.

 낫을 휘두르자 풀이 쓰러진다. 참,?사람이라는 것이 별것 아니다. 나 살겠다고 풀과 싸우는 존재다. 잠시 져주는 풀들. 그러나 .영원한 승자는 풀이다. ?
낫을 휘두르자 풀이 쓰러진다. 참,?사람이라는 것이 별것 아니다. 나 살겠다고 풀과 싸우는 존재다. 잠시 져주는 풀들. 그러나 .영원한 승자는 풀이다. ? ⓒ 김영희

그렇다 하더라도, 풀을 베더라도, 이름이나 알고 베어야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나는 아직 풀에 대한 예의를 지킬 수가 없다. 모양이 죄 다른 풀들을 보면서 그 이름을 모르니 내자신이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풀에 대해 무지한 내가 한심하기도 하다. 내년이면 쪼금 나아질른지, 그래서 풀에 대한 예의를 쪼금 차릴 수 있을른지  모르겠다.    

 여러가지 풀
여러가지 풀 ⓒ 김영희

 여러가지 풀
여러가지 풀 ⓒ 김영희

 여러가지 풀
여러가지 풀 ⓒ 김영희

             


#귀촌 #섬진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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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두계마을에서 텃밭가꾸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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