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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재선을 보도하는 영국 BBC 홈페이지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재선을 보도하는 영국 BBC 홈페이지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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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89)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집권 기간을 38년으로 늘렸다.

AP·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4일(한국시각)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31일 실시한 대통령 선거에서 무가베 대통령이 가장 많은 61.9%의 지지로 당선됐으며, 모건 창기라이 후보가 득표율 33.9%로 2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창기라이 후보가 이끄는 민주변화운동(MDC)은 앞서 이번 선거에 부정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결과 불복을 선언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국의 아버지'에서 '독재자'가 된 무가베

무가베 대통령은 33년간 지난 짐바브웨를 통치하며 앙골라의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 대통령, 적도 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대통령 등과 함께 전 세계 최장기 지도자로 꼽히고 있다.

어린 시절 흑인 민족주의 운동에 참여했으며 가나에서 교사로 재직하다가 짐바브웨로 돌아와 영국을 상대로 독립 운도에 참여한 무가베는 1963년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ZANU) 창립 간부로 활동하다가 이듬해 정치범으로 체포돼 10년간 수감됐다.

1974년 가석방돼 ZANU 의장에 취임한 무가베는 더욱 큰 세력을 만들기 위해 조슈아 은코모가 이끌던 짐바브웨 아프리카 인민동맹(ZAPU)과 함께 애국전선(PF)을 결성, 1980년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했고 그해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건국한 짐바브웨의 초대 지도자에 올랐다.

백인 정권을 몰아내고 짐바브웨를 통치한 무가베 대통령은 정치적 동지 은코모를 쿠데타 음모 혐의로 몰아내면서 독재의 길로 들어섰고, 결국 은코모는 해외로 도피했다.

무가베 대통령이 '건국의 아버지'에서 '독재자'가 되며 짐바브웨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짐바브웨 경제를 지탱하던 백인들은 점차 떠나갔고, 무가베 대통령은 토지·화폐 개혁 등을 무리하게 시도하며 국가를 파탄으로 몰아넣었다.

짐바브웨는 2008년 물가상승률이 2억% 이상에 달하고 100조 지폐가 나왔을 정도의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사실상 경제 기능이 마비됐다. 결국 자국 통화를 버리고 미국 달러를 채택하는 등 국가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창기라이 후보와 맞붙어 1차 투표에서 패했으나 양측간 유혈 충돌이 벌어지면서 200명 이상이 사망했고, 결국 남부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의 중재로 무가베 대통령과 창기라이 총리가 이끄는 거국 정부가 구성됐다.

무가베 33년 집권, 앞으로 10년 더?

이번 대선에서 무가베 대통령과 창기라이 총리는 다시 맞붙었고, 전 세계는 과연 무가베 대통령의 장기 집권이 마침내 막을 내릴 것인가에 주목했으나 결과는 무가베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났다.

앞서 짐바브웨는 대통령 임기를 5년씩 두 차례로 제한하는 새 헌법을 지난 3월 국민투표를 통해 승인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에게는 소급 적용하지 않아 무가베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서도 승리할 경우 99세가 될 때까지 향후 10년이나 더 정권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창기라이 후보 측은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창기라이 후보는 무가베 대통령 측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불법을 저질렀고, 짐바브웨 선관위가 발표한 640만 명의 유권자 중 수천 명은 사망했고 일부는 주소와 주민번호가 바뀌어 중복됐다고 주장했다.

창기라이 총리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는 거대한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이번 선거는 완전 무효"라고 강조하며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도 무가베 대통령이 이끄는 애국전선이 전체 의석 210석 가운데 헌법 개정도 가능한 3분의 2 이상의 158석을 확보하며 50석에 그친 창기라이 후보의 MDC를 압도했다.


태그:#로버트 무가베, #모건 창기라이, #짐바브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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