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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10시 30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장. 한국 청소년활동가 2명이 연단에 올랐다. 유엔인권이사회 국제사회포럼에서 학생인권조례와 청소년 운동에 대해 발제하기 위해서다.

'미운 오리' 학생인권조례, 유엔 '하늘' 날다

지난 2일 유엔인권이사회 국제사회포럼에서 발제한 전혜원(19), 전은창(20)씨
 지난 2일 유엔인권이사회 국제사회포럼에서 발제한 전혜원(19), 전은창(20)씨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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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관계자와 100여 명의 청중들이 숨죽인 채 이들에게 눈길을 모았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유엔 인권이사회 관계자는 "유엔 회의장에서 청소년들이 직접 나와 발제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인 발제'에 나선 두 활동가는 2010년부터 경기와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을 펼쳐 온 전혜원(19), 전은창(20)씨였다.

유엔인권이사회 부속기구인 국제사회포럼은 "'사회운동을 통한 민주적 거버넌스(통치) 행동 증진' 사례로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선정했다"면서 두 학생을 초대한 바 있다(관련 기사: "'미운 오리' 학생인권조례, 유엔에서 '하늘' 날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과)는 "한국 정부는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천덕꾸러기'로 취급했지만, 유엔인권이사회는 학생인권조례에 주목해 한국 학생들을 초청해 발표기회를 제공했다"면서 "이런 유엔의 모습은 시민참여를 통한 한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성과를 유엔 차원에서 높게 보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올해 1월 26일 서울시교육청이 공포했지만, 이후 교과부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무효 확인 소송'을 대법원에 내는 등 학교 적용을 막았다. 교과부는 다른 지역 학생인권조례 시행도 막기 위해 초중등교육법시행령 등을 개정해 학칙 제정 권한을 사실상 학교장에게 제공했다.

유엔 발표 뒤 15시간 비행기를 타고 지난 9일 귀국한 두 학생은 지난 10일 오후 "학생인권조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우리 정부가 부끄럽고 얄미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에서 있는 한 음식점에서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권조례' 자랑 정부보고서 받은 유엔 관계자도 만나"

- 주로 어떤 내용을 발표했나?
"한국 학생인권의 현실과 서울 학생인권조례, 그리고 한국의 청소년운동에 대해서 발표했다."

-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우선 우리나라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과정을 최대한 알리려고 했다. 서울은 청소년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주민발의를 통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다. 이런 것이 주목을 끌만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어렵게 만든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교과부의 방해가 심했다는 것도 말하고자 했다. 참석자들은 우리나라 청소년 운동에 관심이 컸다."

- 청중들의 반응은 어땠나?
"10분 정도의 발제를 끝낸 뒤 2~3명이 찾아와 아직도 학교체벌이 남아 있는 점에 대해 놀랍다고 말했다. 유엔기준으로 보면 체벌은 고문에 속한다. 또 학생인권조례가 주민발의로 된 과정이 신기하다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

- 발제 뒤 유엔인권이사회 담당자들이랑 특별히 따로 만났다고 하는데.
"인권이사회 과장과 아동권리 담당자 분 등 네 명과 따로 따로 만나 한국의 현실을 알렸다. 한국정부가 학생인권조례를 자랑하는 유엔보고서를 만들어 보냈는데, 이를 직접 받은 분도 만났다. 우리는 정부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유엔에는 자랑했지만 사실은 훼방하고 있다는 점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외교통상부는 올해 유엔인권이사회에 낸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를 위한 보고서'에서 "해당 조례(학생인권조례)들은 모두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어떤 조례는 집회의 자유도 보장하고 있다"고 자랑한 바 있다.

- 이런 한국 정부의 이중행동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나?
"솔직히 부끄러웠다. 왜 이렇게 학생인권조례를 막으려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나. 얄밉다. 일부 유엔 임원은 비공개를 전제로 이에 대응하는 시민단체들의 운동 방법에 대한 조언도 해주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밝히지 않는 게 좋겠다."

- 곽노현 교육감이 수감된 뒤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위기다.
"이대영 부교육감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걸 듣고 출국했다. 유엔 발표에서도 더 부담이 됐다. 그래서 절박한 심정으로 아득바득 유엔인권이사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news.eduhope.net) 610호에 실린 글을 깁고 더한 것입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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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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