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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트코가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8월 31일 울산 북구 진장동에 울산북구점을 개점할 예정인 가운데 지역 중소상인들이 29일 농성장을 꾸리고 있다
코스트코가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8월 31일 울산 북구 진장동에 울산북구점을 개점할 예정인 가운데 지역 중소상인들이 29일 농성장을 꾸리고 있다 ⓒ 박석철

지역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건축허가를 내 주지 않은 울산 북구청장을 검찰에 고소해 법정에 세운 코스트코측이 지역 중소상인들과의 자율협상과 중소기업청의 공지를 무시하고 오는 31일 개점을 강행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청은 중소상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6일 코스트코측에 '사업개시 일시 정지'를 공지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코스트코측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소기업청 주관하에 지난 28일 코스트코-중소상인 간 3차 자율협상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코스트코측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역 중소상인들은 "행정 절차를 무시한다고 구청장을 고소해 재판을 받고 있는데, 막상 코스트코측은 중기청이 중재한 자율협상과 중기청의 공지를 무시하고 개점을 강행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29일부터 코스트코 북구점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코스트코 개점 강행에 지역 중소상인 분노

미국계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를 유치한 진장유통단지조합은 지난 2010년 8월 울산 북구청에 건축허가 심의신청서를 접수한 이후 구청장이 세 차례 허가를 반려하자 상급기관인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건축 허가를 관철시켰다. (관련기사: "코스트코 불허했다고 기소? 법이 왜 있나")

이어
코스트코측은 "구청장이 행정심판위 건축허가 이행요구를 거부하는 등으로 심각한 손실을 봤다"며 검찰에 고소하는 한편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냈다.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윤종오 북구청장은 지난 8월 14일 울산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았고 다음 재판은 9월 25일 열린다.

이처럼 중소상인을 보호하려던 구청장이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코스트코측은 자율조정협상과 국가 기관의 사업개시 일시 정지 권고를 무시한 채 회원가입에 박차를 가하면서 31일 개점을 강행하는 것.

울산 수퍼마켓협동조합 등 지역 중소상인들은 앞서 지난 2월 중소기업청에 개점을 연기해 달라는 사업조정을 신청했고, 6월과 7월 코스트코측과 자율조정회의를 가졌으나 무위로 끝났다. 이에 중소기업청은 3차 자율조정회의를 28일로 통보했지만 코스트코측이 이를 거부한 것.

중소상인들은 '법정 공휴일과 일요일 전체 휴무, 하루 영업시간 10시간으로 제한' 등 안을 내놓고 있으며, 자율조정은 중소기업청 입회하에 양측이 협상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청 담당자는 29일 "코스트코측이 중기청의 권고를 무시한 데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언론에 이를 공표하는 것"이라며 "이미 건축허가가 났기 때문에 법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기청은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위원회를 거쳐 코스트코측에 사업조정권고를 한 후 이마저 이행하지 않으면 법의 심판을 받게되지만,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려 실효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중소상인들은 코스트코측의 행정절차 무시에 분노하면서 코스트코측이 자율협상에 응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울산중소상인네트워크 고남순 간사는 "코스트코가 중기청의 사업개시 일시 정지 권고와 자율협상을 무시하고, 상인들과 아무런 합의 없이 개점을 강행하는 것은 행정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행정 절차 불이행으로 구청장을 재판정에 세운 그들 자신이 행정절차를 어기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구청장 기소와 코스트코 개점 강행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는 힘 있는 자가 하면 합법, 힘 없는 자가 하면 불법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며 "사회 정의를 위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트코가 31일 개점함에 따라 인구 18여만 명인 울산 북구는 기존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4개이던 대형마트가 5개로 늘게 됐고 이는 인구 3만6000명 당 한 개꼴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지역 중소상인들의 어깨가 무거워질 전망이다.

이제 북구주민들은 중소상인을 보호하려던 구청장이 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 그 결과에 따라 구청장 직무가 중지될 수도 있고, 대형마트는 대형마트대로 늘어나 중소상인 피해가 우려되는 등 이중삼중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한편 이같은 상황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코스트코측은 "답변을 드릴 것이 없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울산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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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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