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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MBC에 채용 공고가 떴다. 기자, PD 등 30명에 이르는 인원을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계약직이었다. 하지만, 언론사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대부분에게 방송 3사 입사는 '인생의 목표'일 수도 있기에 달콤한 제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를 100일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MBC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한 방송 차질을 메우기 위한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방송사 파업은 특권층에 유리한 편파적 행태의 보도와 인사를 해 온 '회사'에 대한 거부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이번 계약직 채용은 사측이 구성원들의 정당한 요구를 듣지 않고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임시직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행위는 방송의 공정성을 지켜야 할 언론인의 사명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임시직  기자 채용 방침에 반발해 MBC기자회 소속 조합원 100여명이 보도국 사무실에 앉아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임시직 기자 채용 방침에 반발해 MBC기자회 소속 조합원 100여명이 보도국 사무실에 앉아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 MBC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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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분노하기

나는 MBC의 채용 공고를 지난 18일 확인했다. 자주 언론사 시험을 치르는 내게 언론이란 사적 이익을 위한 집단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예전에도 심했지만) 나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더욱 노골적으로 권력집단의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언론을 봤다. 때문에 이 길을 계속 가야하는 것인가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MBC 계약직 채용 소식을 접했다. 나는 예비 저널리스트들의 분노를 모으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18일 블로그를 급하게 만들고 채용 거부 선언문을 써 올렸다(블로그 바로가기). 이후 트위터와 포털 게시판 등 온라인 공간과 대학교 과학생회방 등을 돌아다니며 서명을 받았다. 계약직 면접이 예정돼 있었던 4월 27일까지 총 211명의 지지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자신의 실명으로 '정의'를 외치며 좁은 채용시장에서 '입사거부'를 선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MBC를 포함해서 '비판적 세포'의 유입을 막고 싶을 주류 언론들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당당히 선언에 참여했다.

"계약직이라 쓰고 하수인이라 읽는다"

선언에 함께 한 많은 이들은 "파업이 승리하면 정권의 여론장악이 실패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편한 진실"(정호인)이라는 등 파업의 원인이 정부의 방송 사유화에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거 쓰는데 용기가 필요할 정도로 막장인 이 나라 현실이 개탄스럽네요!"(임상아) "MB의 악몽이 우리의 꿈이다!"(지은철)라고 정부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또 MBC 사측의 이번 계약직 채용에 대해 "계약직이라 쓰고 하수인이라 읽는다"(김현철) "상위 1%를 위한 권력의 관제언론으로 개편된 MBC라면 연봉 1억을 준데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성유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MBC 노동조합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직 봄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있는 곳이 봄을 만드는 최전선이에요!"(강나연) "파업승리를 위해 무한도전하세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짜릿한 감동을 티브이 속이 아닌 현실에서 만들어 보자구용"(이은비)이라며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응원했다.

오징어와 MBC 파업의 공통점은?

파업에 대한 사측의 공격으로 해고 등의 징계자가 속출하고 3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당하는 현실을 의식한 듯 "죽은 개는 발로 차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용맹하게 권력에 저항하며 외쳤기에 저들이 이토록 모질게 공격해대는 것이겠지요. 우리가 죽지 않았음을, 우리가 살아있음을 보여줍시다!!"(노성진)라고 당부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기록적인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이번 파업의 의미를 "기록적 파업이란 기록적 시대현실의 반영!"(홍아름) "오징어와 MBC 파업의 공통점은? 질기고, 영양가가 많다!"(하영)고 정리하기도 했다.

"파업 장기화로 경제적으로 힘드실텐데, 이렇게 방송이 맛 가도록 방관한 국민의 한사람으로 죄송하구요"(차지현)라며 미안함을 드러내기도 하고, "조용한 혁명이 제 안에 일어났습니다. 파업이란 생떼가 아니라 희망을 일구는 일이란 걸 여러분의 행동 덕분에 알았습니다"(주혜민)라며 파업 덕분에 자신이 변했다고 전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파업의 나아갈 길에 대한 주문도 있었다. "모두가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할 때 묵묵히 여럿이 함께 절망의 벽을 넘는 담쟁이처럼 살아가보아요"(배진우)라며 도종환 시인의 시를 활용해 희망을 잃지 말자고 강조했다. 또한, "더러운 집을 치우다보면 먼지가 납니다. 발전을 위한 상처에 주눅들지 말고 힘내주세요! 함께 청소해요"(윤민) "거칠게 몰아붙이는 정권에 맞서 더욱 거칠게 휘몰아치는 파업 부탁드립니다!"(한바다)라며 탄압에 굴하지 말고 굳세게 싸울 것을 당부했다.

생각하는 언론인의 선택은 '꼼수채용' 거부

이들 이외에도 용감하게 파업을 지지하며 채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언론인의 꿈을 키우며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27일 MBC노동조합에 보낸 트윗에서 "아무 생각없이 MBC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서류합격했네요 … 파업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써 정신차리고 면접을 가지 않겠다"(@hedgehogJ)며 MBC 노동조합을 응원했다.

이 사용자는 "당당하다면 면접을 당연히 엠비씨 본사에서 봐야지 이건 좀 아니네요"라며 MBC 사옥이 아닌 을지로입구역 주변의 한 건물에서 면접이 진행된다는 안내문을 찍어 알리기도 했다.

제대로 된 언론을 위한 싸움이 MBC 뿐만 아니라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부산일보 등에서 전개되고 있다. 언론사에 종사하는 단순한 기능인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정신을 가진 저널리스트라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 '꼼수' 채용에 반대하면서 파업을 엄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MBC 땜질 입사를 거부하는 언론사 시험 준비생들의 선언
방송과 권력이 "우리 결혼했어요"하며 자신들만의 "해피타임"을 보내고 있다. 뉴스는 정권엔 "불만제로"인 채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스텐바이"하는 바람에 공공성을 확보해야 할 언론은 거짓과 편견 가득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맞서서 MBC 노동조합이 양심과 진실을 향한 "무한도전"으로
마침내 MBC를 국민의 방송으로 "위대한 탄생"시키려는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

그래서 우리는 예비 언론인들을 정권 방송 연장 도구로 사용하려는 채용을 거부한다!

계약직 전문기자 채용, 프리랜서 앵커 채용에 이어 또 지난 4월 17일 30명에 달하는 이들을 계약직으로 기자, PD 등에 채용하려는 MBC의 땜질 채용 공고는 신분이 불안한 임시직 노동자들을 이용해 권력의 부속품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자 노조원 해고에 이어 정당한 파업을 공격하려는 도발이다.

입사지원서가 아니라 해고항의서를!

공영방송을 응원하는 사람들 모두 파업 대열로 "놀러와" 함께 이 어려운 "세상을 바꾸는 퀴즈"를 풀어나가자. 새날을 위해 "웃고 또 웃고" 기어이 맞이할 "기분 좋은 날" "그날"이야말로 "MBC 스페셜"이리라. 부딪혀야 얻을 수 있는 "공감 특별한 세상" "함께 사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 얼싸안고 "뽀뽀뽀 아이조아" 할 때까지 분노하고, 행동하자!

덧붙이는 글 | 서명에 참여한 211명의 메시지는 언론파업을 지지하는 예비언론인 선언 블로그(http://blog.daum.net/youthjournalist)에 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땜질채용거부#MBC파업#입사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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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혁'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노래 만들고 글을 쓰고 지구를 살리는 중 입니다. 통영에서 나고 서울에서 허둥지둥하다가 얼마 전부터 제주도에서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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