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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을 하고 노사합의를 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노사 합의된 내용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불법적으로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스물두 명이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은 불법적으로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도록 이명박 정부가 알아보시라고 면담 요청하기 위해서입니다. 4월 21일 전국에서 수만의 노동자들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으로 모입니다.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이명박 대통령이 꼭 그 자리에 나와주길 바랍니다."

 

덕수궁 대한문에서 닷새째 길거리 잠을 자며 분향 객을 맞이하고 있는 문기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이 9일 청와대 앞에서 면담요청서를 들고 한 말이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22번째 죽음 이후 23번째 죽음은 막아야 한다며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린 것은 지난 5일이었다. 경찰의 제지로 길바닥에 작은 현수막 한 장을 펼치고 얼굴 없는 영정을 놓고 고인을 추모하려 했지만 경찰은 분향을 하는 도중에도 몇 번씩이나 영정을 찢고 현수막을 탈취했다.

 

종교계와 시민들이 분향소를 지켜주자며 연대해 겨우 분향소를 유지해오고 있지만 수시로 침탈과 폭력이 이어졌다. 9일 문기주 지회장은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하겠느냐.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느냐.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며 울먹였다.

 

상주로서 상복을 입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경찰은 '상복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며 화장실을 가거나 움직일 때마다 상복을 벗으라고 강요했다. 9일 청와대에 민원서류를 접수하러 갔을 때 앞길을 막아선 경찰은 길을 막은 데 대해 '상복을 입어서 안 된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문 지회장이 그러면 상복을 벗고 가겠다고 하자 서너 시간이 지난 후에 마지못해 통행을 허락했다.

 

문 지회장은 면담요청서를 접수하러 다녀와서 "민원서류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접수함에 넣으면 되는 것이더라. 서류함에 접수하는 데 꼭 15초 걸렸다. 15초 걸리는 민원서류 한 장 접수하는 데 3년의 세월과 22명의 목숨 값이 들었다. 그 서류가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나 이명박 대통령 자신에게 꼭 전달돼서 마지막 남은 임기에 옳은 일 한번 하는 뜻으로라도 4월 21일 4차 희망텐트가 열리는 평택에 와달라"고 호소했다.


태그:#쌍용차 22번째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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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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