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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신기옥 대한적십자사 경상북도지사 회장이 '김경준 기획입국 가짜편지' 사건에 직간접으로 관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상임특보였던 김병진(두원공대 총장)씨의 '윗선'으로 대통령의 친인척이 등장한 것이다.

 

이와 관련 신기옥 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가짜편지 사건을) 잘 모른다"고 부인하면서도 "김병진 총장이라고 있으니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잘 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가 가짜편지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한 김병진 총장과의 연관성은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들이 대선 당시에 '김경준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한 편지가 조작된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커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의 손위동서인 신기옥씨는 이른바 '그림 상납' 사건의 주인공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저녁식사 모임을 가졌던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신명 "양승덕씨가 신기옥 회장과 통화하는 것 여러 번 들었다"

 

2007년 대선 당시 '김경준씨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한 가짜편지를 대필한 신명(50·치과의사)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짜편지와 관련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양승덕씨가 신 회장과 통화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면서 "그래서 김병진 총장 뒤에 신기옥씨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신명씨는 한때 이 대통령의 '동업자'였던 BBK자산운용 김경준씨의 감방 동료 신경화(53·교도소 수감 중)씨의 동생으로 형을 위해 가짜편지를 썼다. 또 신씨가 대학(경희대 치대) 시절부터 알고 지낸 경희대 교직원인 양승덕씨와 경희대 교수 출신인 김병진(두원공대 총장)씨는 신씨에게 가짜편지를 쓰게 한 장본인이다.

 

신기옥 회장 연루 의혹은 당시 BBK 의혹을 추적했던 야권 관계자들의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2007년 10월 당시 BBK 의혹을 추적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당직자로서 익명을 요구한 A씨는 "당시 신경화씨가 한국으로 송환된다는 것을 한나라당과 우리가 동시에 알고, 우리가 동생 신명씨를 만나려 했는데 양승덕씨가 나왔다"면서 "그때 양씨가 '이틀 전에 신아무개 회장이라고 MB 동서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런데 내가 이름을 잘 몰라서 다시 한번 물었더니 신기옥이라고 했다"면서 "그러면서 양씨가 우리더러 '뭘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양씨는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양쪽에서 접근해오자 이걸 갖고 김병진과 상의한 것 같다"면서 "그런데 김병진이 MB 특보이고 대선에서 MB가 승산이 있으니까 그쪽으로 붙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MB 캠프' 핵심 관계자 "김병진씨가 편지 갖고 한나라당 여러 인사 만났다"

 

한편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오마이뉴스>가 '김경준 기획입국-편지조작 사건'과 관련해 신명씨가 쓴 편지를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현 당 대표)에게 전달한 라인의 한 명으로 지목한, 이명박 후보 상임특보 김병진씨의 역할에 대해 주목할 만한 증언을 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김병진씨가 편지를 갖고 한나라당 여러 인사를 만나고 다녔으며, 대선이 끝난 뒤 공직을 요구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면서 "나중에(2009년 10월) 김씨는 두원공대 총장을 맡게 되는데 이 과정에는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짜편지의 대가'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행정학을 전공한 김씨는 행정학회 회장을 지낸 정 전 실장의 추천으로 MB 상임특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문제의 편지는 우리가 시켜서 만든 게 아니라 김씨와 신명씨 등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MB 동서 신기옥 회장 "김병진 총장이 잘 안다"

 

신기옥씨의 해명도 이 대목에선 일치한다. 신씨는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묻자 "나는 잘 모른다"면서 "김병진 총장이라고 있으니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잘 안다"고 답변을 피했다. 이와 관련, 신명씨는 "편지 조작의 배후를 김병진 총장으로 해서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병진 총장은 이에 앞서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가짜편지 사건에 대해 묻자 "양승덕씨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인데 편지 사건은 난 모른다"고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재단 측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신기옥 경북 적십자사 회장과의 일문일답.

 

- 기획입국 관련 편지조작 사건을 취재하고 있다.

"나는 잘 모른다. 김병진 총장이라고 있으니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잘 안다."

 

- 김병진 총장을 아나?

"알죠."

 

- 신명씨가 검찰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병진 총장을 잘 아는 양승덕이라는 경희대 교직원으로부터….

"나는 잘 모르니 김 총장에게 물어봐라. 나는 내용을 잘 모른다."

 

- 양승덕씨와 신명씨를 아예 모르나?

"얘기는 들었지만, 난 모른다. 그리로 물어보면 잘 안다. 내용은 잘 모른다."


태그:#BBK, #이명박, #신재민, #신기옥, #나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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