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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는 시각장애인만이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안마사 면허는 시각장애인만이 가질 수 있다는 법 조항이 헌법재판소에 넘어간 것은 이번으로 4번째가 된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합헌→위헌→합헌으로 오락가락하는 결정을 내렸다.

<경향신문>은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장창국 판사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면허를 주도록 정한 의료법 82조 등의 위헌 가능성이 크다며 헌재에 심판을 제청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 판사는 발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다 기소된 전모씨(42) 사건에 적용되는 의료법이 크게 3가지 점에서 위헌이라고 했다.

첫째 이 제도가 시각장애인이 아닌 다른 장애인은 물론 생계가 어려운 일반 국민을 차별하고 있고, 둘째 대학에 마사지과를 만드는 것은 허가하면서 정작 마사지사 면허는 허락하지 않아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며, 셋째 소비자도 안마사를 선택할 수 없어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결정문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장 판사는 "시각장애인의 생계 지원은 복지 제도를 보완해서 해야지, 다른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지적했다.

마사지사 면허 자격을 둘러싼 법정 공방

시각장애인만이 안마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처음 헌재에서 결정된 것은 2003년 6월이었다. 당시는 시각장애인만이 안마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의료법이 아닌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되어 있었다. 즉 의료법에서는 안마제도만이 명시되어 있고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 사항은 하위 규정인 보건복지부령에 위임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위임이 적법한지가 판단의 중요한 논란이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직업선택이나 행복추구권의 차별문제는 다루지 않고 위임사항에 대한 적법 절차만 다뤘으며 합헌 5, 위헌 4로 가까스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한마사지사총연합회 등 비시각장애인 마사지사들은 이번에는 의료법이 아닌 보건복지부령에 대해 위헌 신청을 했고, 2006년 5월 헌법재판소는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된다며 합헌 1 위헌 7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 재판관들의 위헌 결정 이유는 상위법에 정하지 않고 하위 규정에 위임한 것이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일부 재판관들은 일반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헌재 결정에 대하여 시각장애인들은 극렬하게 항의했다. 마포대교에서 투신을 하거나 지하철을 점거하기도 했고 3명의 시각장애인이 투신해 목숨을 끊기도 했다. 결국 국회는 시각장애인만이 안마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는 규정을 보건복지부령이 아닌 의료법에 넣는 방식으로 의료법을 개정했다. 일단 국회가 시각장애인들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시 비시각장애인 마사지사들이 개정된 의료법이 위헌 가능성이 있다며 위헌 청구 소송을 냈고, 2008년 2월 헌법재판소는 합헌 6 위헌 3의 비율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시각장애인 복지정책이 미흡한 현실에서 안마사는 시각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라며 "현재로서는 (장애인 보호를 규정한) 헌법 34조5항을 지킬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안마 논란, 정부의 원칙없는 행정 탓

이번 위헌법률 신청을 한 장판사는 그 이유 중 하나로 대학에 마사지학과를 허가하면서 정작 마사지사는 허락하지 않아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대학의 맛사지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 교육부가 비시각장애인들은 맛사지를 할 수 없음에도 대학에 맛사지 관련학과를 허가해 준 것이 문제다. 대학 뿐만이 아니다. 1997년 이른바 IMF 외환 위기로 온 나라가 경제 위기를 맞았을 때 정리해고된 사람들의 재취업과 창업을 위한다며 여러가지 정책이 만들어졌다. 그 중 하나가 발맛사지 등의 교육을 고용보험의 예산으로 실시한 것도 하나의 사례이다.

법적으로 시각장애인 외에는 할 수 없는 맛사지에 대해 행정부가 취업과 창업을 유도한다며 예산까지 들여가며 실시한 것이다. 이런 문제에 시각장애인들도 분통을 터뜨린다. 현재시각장애인이 안마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맹학교 고등과정이나 대한안마사협회 산하기관의 안마수련원에서 2년의 교육 과정을 반드시 밟아야 한다.

그런데 이 교육과정에는 안마뿐만 아니라 침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특수학교법에 의해 설립된 맹학교에서는 고등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누구나 안마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 교육과정에는 해부, 생리 등의 기초의료 과정과 한방, 전기치료, 침, 안마 등의 이료과정이 포함된다.

그러나 현행 법으로는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경우 침치료를 할 수 없다. 침치료는 한의사만의 고유 업무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3호침 이하 두께 0.2MM이하의 침에 대하여는 안마사의 보조요법으로 침치료를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 유권해석으로 시각장애인 안마사 중 일부가 침술원 등을 하고 있으나 이는 현행법 위반이다. 실제 2010년 4 월 6 일 대구지법 형사2단독 한재봉 판사는 불법 침술행위를 한 혐의(보건범죄단속특별조치법, 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시각장애 안마사 송모(46)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과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고 선고했다.

한 판사는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침술행위가 안마사의 업무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는데도 보건복지부가 '안마의 보조요법으로 3호침 이하의 침을 놓은 것은 안마행위'라는 유권해석은 잘못" 이라고 했다. 이렇듯 시각장애인 안마사와 비시각장애인 맛사지사들은 정부의 원칙없는 정책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이다.

현재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비시각장애인 맛사지사들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 받는 것보다 더욱 엄청난 제한을 받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우선 일반학교의 입학이 거부된다. 어쩔 수 없이 특수학교법에 의해 설립된 맹학교를 가야 하지만 맹학교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안마 교육을 2년간 받아야 한다. 대학에 가고 싶어서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는 전체 13개 맹학교 모두가 공통된 상황이다. 다만 국립 서울맹학교만이 진학반을 별도 운영하며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안마를 공부하지 않아도 되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또 이 교육과정에 반드시 침 교육과정도 버젓이 포함되어 있으나 현행법으로 침시술은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교육 선택의 권리나 행복추구권의 권리, 직업선택의 자유권이 모두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안마 제도 처음부터 손봐야

안마가 우리나라에 들어 온 것은 일제시대 때였다. 당시 일본은 자기네 나라와 같은 특수학교를 서울에도 설치했다. 현 국립서울맹학교의 전신인 재생원이 그것이다. 재생원에서는 안마와 함께 침, 구(뜸)도 같이 교육했다. 자격증도 침사, 구사, 안마사의 3부문이 있었다. 과거의 이런 제도는 일본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해방 이후 미군정에 의해 침사, 구사는 없어져 버렸다. 다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다른점이 있다면 일본의 경우에는 안마사가 시각장애인만이 할 수 있도록하는 독점 조항이 아니어서 누구나 원하는 사람이면 안마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안마사를 시각장애인 유보직종으로 묶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도 시각장애인의 안마사 직업을 위해 여러가지 보호장치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안마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 3년간의 교육 과정을 거치고 국가에서 실시하는 국가 면허 시험을 통과하여야 한다. 그런데 일본은 이 교육과정을 매우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경우 안마사 교육기관은 크게 맹학교에 설치된 전공과와 국가에서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훈련센터, 그리고 일반인이 입학 가능한 전문학교나 대학등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1964년 토쿄올림픽 이후 일본은 침구에 대하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학교의 신설을 허용하고 있으나 안마 교육은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일반인의 경우 거의 50년 동안 안마사 배출 인원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 매년 침사나 구사의 국가시험 응시자는 대략 5,6천 명 정도인데 비해 안마 지압 맛사지사(일본은 안마 지압 맛사지가 하나의 면허이다.) 응시자는 1/3 수준인 1700명 정도이며 이중 시각장애인 응시자는 대략 4,5백 명 정도이다.

그리고 기업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안마인 헬스키퍼를 고용하는 경우에도 시각장애인만을 고용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의 경우 비시각장애인도 안마를 직업으로 선택할 수는 있으나 시각장애인의 안마사를 위한 보호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시각장애인만이 안마를 할 수 있도록 법으로는 규정해 놓고 실제로는 거의 방치하다 시피한 것도 사실이다. 몇 년 전에는 안마사와 업무 내용이 비슷한 피부미용사 자격 제도를 만들어 시각장애인들이 많은 항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마사가 의료법에 의해 2년간의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것과 달리 피부미용사는 간단한 교육 과정만 이수하거나 독학으로도  누구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업무 내용이 비슷한 수기요법에 대하여 한쪽은 2년간의 교육을 다른 한쪽은 이러한 규정이 없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놀랍게도 현재 안마사를 교육하는 교사에 대한 규정도 특별히 없는 실정이다. 특수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사들은 특수교육학을 전공하여야 한다. 이들은 각기 초등 특수교육이나 중등 특수교육학을 전공하며 영어, 수학등의 자신의 전공 과목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 안마나 침의 교육과정이 없다. 그래서 qaodgkrry의 경우 안마사를 취득한 특수교사가 안마를 가르치게 되고 따라서 시각장애인 특수교사가 안마를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특수교사가 되기 위한 시각장애인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에 전념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안마과정을 소흘히 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성매매 안마 이제 그만

또 하나 우리 사회에서 안마를 그릇되게 보고 있는 것이 성매매로서의 안마시술소이다. 사실 안마라고 하면 으레히 성매매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거의 대다수가 성매매업소로서의 안마시술소에서 일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왜곡된 자본의 안마업 진출과 관련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략 1000여 개의 안마시술소가 영업중이다. 이 중 90% 이상이 실제로 시각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이 운영하는 업소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성매매업소로서의 안마시술소 때문에 '안마'라는 수기요법에 의한 질병 예방 및 치료로서의 안마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해결되어야만 할 문제이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시각장애인 직업 문제를 위해서도 말이다. 그렇다면 어디부터 단추를 꾀어야 할까?

최근 우리나라에도 안마의 적용 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에서 시작된 '헬스키퍼'가 그 좋은 예이다. 헬스키퍼는 기업에 소속되어 그 기업의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직종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상당수의 시각장애인들이 헬스키퍼로 취직해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전 부산의 한 택시회사를 시작으로 현재는 KT, SKT등의 통신회사, IBM등 굴직한 기업에서 헬스키퍼를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헬스키퍼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노동자들도 매우 만족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현대의 노동 형태가 장시간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보거나 키보드나 마우스 사용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른바 VDT증후군이 많이 발생한다.

눈의 피로와 어깨 근육 결림, 요통등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이런 증상에는 안마가 매우 효과적인 예방책이 될수 있다. 기업에서 노동자들의 생산 효율성을 위해서도 장애인 복지를 담당하는 사회적 역할을 위해서도 매우 효과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헬스키퍼외에도 다양하게 안마가 적용되는 범위를 만들어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최근 매우 유망받는 직종이 있다. 그것은 '재택 재활 맛사지 서비스'이다. 이는 뇌경색이나 뇌출혈등의 뇌혈관질환이나 류마티스 관절염등의 만성적 질환으로 인해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들을 위해 안마 지압 맛사지사(일본에는 이들 자격증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가 환자의 자택을 방문하여 치료를 하는 서비스이다.

만성적 환자의 경우 특히 병원에서도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거나 근육의 경직을 진행하지 못하는 방면의 일환으로 실시되며 '의사의 동의서가 있을 경우 '건강보험'의 적용도 받는다. 이렇게 되면 전체 국민 의료비의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의 안마나 접골,  재활의학(일본에선 '의학요법사')등의 수기요법의 시장은 3조 원 정도에 해당한다. 이 시장이 수기요법이 아닌 일반 의료시장으로 담당하려면 그에 10배가 넘게 투여해야 한다.

이번 위헌 신청을 계기로 안마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성매매의 온상으로의 안마 문제, 맹학교의 안마교육 선택의 문제, 맛사지 등의 유사한 업종과 안마의 경계도 분명히 해야 한다. 안마교육을 담당하는 특수 교사의 자격도 새롭게 신설해야 한다. 또한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체의학을  맞아 우리나라도 새롭게 안마 제도를 정비해야한다. 그렇게 되면 현재보다 충분히 많은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

현재 일본은 안마사가 10만 명이 넘는다 우리는 그에 비해 1/10 도 안되는 6000 명 정도이다. 안마사를 시각장애인만이 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안마로 대표되는 수기요법으로서의 대체의학에 대하여 이해관계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신경호 기자는 일본 국립 츠쿠바기술대학 침구학 석사과정에 있습니다.



태그:#안마, #위헌 소송, #헌법재판소, #맛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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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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