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재보선 선거일인 27일, 울산 동구청장 투표를 하던 50대 현대중공업 직원 남자 2명이 투표소에서 자신의 기표지를 휴대전화로 찍다 선관위에 적발됐다.

27일 오전 6시 15분 동구 일산동 제1투표소인 일산동주민센터 1층 투표소에서 하아무개씨와 또 한 사람은 기표소 안에서 본인의 투표용지를 촬영하다 '찰칵' 소리를 들은 선관위 직원과 민주노동당 참관인에게 발각됐다.

울산동구선관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투표용지를 찍은 사람이 현대중공업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하지만 기표지를 찍은 이유에 대해서는 '그냥 찍었다' 출근이 늦어서 회사에 확인시키려 찍었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당시 휴대폰의 사진을 삭제토록 하고 신분을 확인한 후 돌려보냈지만, 논란이 되자 오후 2시 현재 이들을 선관위로 불러 조사중이다.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민주노동당 참관인에 따르면 하씨는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 "회사에 보여주기로 해서"라는 말을 남긴 채 "선관위로부터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동구청장 선거 기표용지 인증샷 왜?

울산 동구는 야4당 단일 후보인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와 정몽준 의원의 직계인 한나라당 임명숙 후보가 박빙의 선거전을 벌이고 있고 무소속 이갑용, 천기옥 후보가 가세해 4파전을 벌이고 있다.

또한 최근 현대중공업노조는 한나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해 논란이 일었고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현대중공업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연이어 제기했었다.

울산시민연대는 27일 긴급 성명을 내고 "(27일자 한겨레신문) 언론보도에 울산 동구에서 거대 기업과 한나라당이 한 편이 되어 노동자들한테 1번을 찍고 인증사진을 보고하라고 했다고 나왔다"며 "이는 기업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선거결과를 왜곡하는 것으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구는 현재 여야후보가 박빙의 차이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곳"이라며 "불법으로 인해 선거결과가 왜곡될 소지가 많은 곳이라 사실이라면 이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울산시민연대는 "현재중공업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은 이미 지역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회사 측에서 강력하게 부인해 왔다"며 "아직 명확한 진상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투표지를 사진으로 찍은 사건이 발생한 것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현대중공업과 관련된 많은 의혹이나 제보가 있었던 것으로 미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시민연대는 이어 "현대중공업의 특정후보 지지 강요 및 사진인증설에 대한 진상조사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참정권마저 침해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짓이므로 선관위는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남은 시간 동안 투표소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도 자료를 내고 "오늘 일산동주민센터 1층 투표소 기표소 안에서 본인의 투표용지를 촬영하다가 선관위와 우리 쪽 참관인에 의해서 발각됐다"며 "하지만 선관위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행위를 현장에서 목격하고도 정확한 진술서를 확보하지 않은 채 휴대폰의 사진만을 삭제하고 간략한 신분만을 확인한 후 돌려보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선거법위반행위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하여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조치하라"며 "'회사에 보여주기로 해서'라는 말만 남긴 채 선관위로부터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고 돌아갔는데, 이와 같은 유사행위가 계속 발생할 우려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선관위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고 강력한 제재를 통해 고발조치해 줄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태그:#4. 27 재보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