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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노랑턱멧새  암컷
 노랑턱멧새 암컷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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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 지나고 어느덧 2011년, 저도 고등학생이 되어버렸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교복입은 형들이 무섭거나 부러웠는데…
스스로 고등학생이 돼 보니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3일간 감기로 방 안에 틀어박혀 꼼짝없이 고생만 하다가 드디어 몸이 조금 나아진 듯 해 4일 밖으로 나와 새를 보았지요. 햐~ 바깥 공기 상쾌하고 좋네요. 역시 사람은 아프다고 방 안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밖에도 나와줘야 하는 것 같아요.

엄마차를 타고 경기도 파주시 교하면 이마트 쪽에 있는 공릉천에서 내려 법흥리 유승까지 걸어가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상류라서 이런저런 오리라든가 조그만 새들은 많습니다. 쇠부엉이도 이쪽 지역에 있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안 보이네요.

황조롱이 암컷
 황조롱이 암컷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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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 암컷이 전봇대에 앉아 있기에 조금씩 접근해서 찍었습니다. 나를 쳐다봤다가 다른 걸 쳐다봤다가, 나를 쳐다봤다가 다른 걸 쳐다봤다가를 반복하는데 나 말고 다른 곳을 볼 때를 노려 한 발짝 한 발짝씩 접근했습니다.

그래도 어느 때가 되면 날아가버리는데 새는 바로 한 칸 앞쪽에 있는 전봇대로 날아가 앉았습니다.

오리들
 오리들
ⓒ 김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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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종말처리장이 있는 상류. 물이 얕아 오리가 많습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
 붉은머리오목눈이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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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오리
 황오리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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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머리오목눈이도 노랑턱멧새와 마찬가지로 쉴새없이 움직이며 조잘조잘 떠드는 작은 산새입니다. 뱁새라고 불리기도 하면서 뻐꾸기들이 제일 많이 탁란하는 녀석들이죠. 예민한 황오리 녀석들, 전 신경도 안 쓰고 걷는데 괜히 날아가네요. 얼굴 비싼척 하긴….

노랑지빠귀로 추정되는 새
 노랑지빠귀로 추정되는 새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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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종다리
 멧종다리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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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본 멧종다리. 눈 내린 풀숲가지에 앉아 있는 멧종다리가 너무너무 예뻐보이더군요.

날아가는 쇠기러기들
 날아가는 쇠기러기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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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기러기
 큰기러기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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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쇠기러기들. 쇠기러기는 이렇게 배에 검은색 가로줄이 나아있습니다.  보통 검은 팬티를 입었다고 부르죠. 큰기러기는 보시다시피 쇠기러기처럼 검은 팬티를 입고 있지 않습니다.

논밭에 앉아 쉬고 있는 기러기들
 논밭에 앉아 쉬고 있는 기러기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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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앉아 쉬고 있는 오리들
 물가에 앉아 쉬고 있는 오리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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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처음 탐조하던 날 이 장소에서 굉장히 많이 앉아 있던 기러기들을 다 날려버렸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엔 별로 없네요.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기러기들이 나를 경계하긴 하지만 평소에 이곳을 새들 신경 안 쓰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새들은 내가 산책하는 사람인 줄 알고 경계를 조금만 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멈춰서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녀석들은 날아갈까 말까 갈등을 하다 곧 날아가 버립니다. 이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나는 한 장만 찰칵! 찍고는 쳐다보지도 않고 걸어갑니다.

때까치
 때까치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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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만난 때까치. 때까치는 덩치가 참새보다 좀 더 클 뿐인데도 뱀이나 개구리 또 쥐도 잡아먹는 맹금류입니다. 그리고 그걸 아카시아 나무 가시 같은 데에 꽂아 먹이 저장을 해 도살자라고 불린다고 한다는 군요.

저도 녀석이 먹이를 저장해둔 게 있나 찾아봤지만 근처에 가시나무가 없어 찾지 못했습니다. 때까치를 실컷 찍고나니 때까치가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날아갑니다.

양진이  수컷
 양진이 수컷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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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본 양진이. 몸이 붉은 녀석을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내가 내 마음을 잘 조절하지 못해서 무턱대고 다가갔다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참새들처럼 가까이 다가가도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가까이 갔는데 그게 아니네요.

날아가버린 맹금류
 날아가버린 맹금류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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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천교라고 하는 긴 다리를 건너는데 보행자 도로가 아니라서 위험합니다. 사실 무모한 짓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건넙니다. 건너면서 저기 멀리 맹금류가 나무에 앉아 있기에 빨리 다리를 건너가서 봐야지 하고 좀 빠른 걸음으로 다리를 건너던 도중, 맹금류가 있는 쪽에서 검은색 차량이 오더니 이내 맹금류인 새를 날려버립니다.

그래서 날아가는 거라도 찍어둬야지 하고 공릉천교를 건너던 도중 사진을 찍다가 하얀색 차 하나가 내 옆을 지나면서 경적을 빵~~! 하고 크게 경적을 울렸습니다.

아까 맹금류를 날려버린 그 검은색 차량인데 차 안에서 먼저 창문을 내리며 말을 겁니다. SLR클럽 회원으로 자기도 사진 찍으러 왔는데 새 사진은 아니고 상고대 때문에 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쪽 100m만 더 가면 개리들이 있고 하구쪽으로 가면 새매가 한 마리 있다고 알려줍니다. 사람을 외형으로 판단하면 안되지만 인상도 좋아보이고 목소리도 좋아 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와~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를 연달아 말하며 100m 앞에 있다는 개리를 보러 갔습니다.

기러기들
 기러기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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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고라니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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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앞 쯤 가니 과연 개리 같이 생긴 것들이 있긴 있더군요. 근데 기러기들이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고라니 한 마리가 먼저 달려가고 그 다음에 한 마리 더 달려갔습니다. 예민한 기러기들이 갑자기 논 안 쪽으로 들어갑니다.

기러기들을 놀래킨 자동차
 기러기들을 놀래킨 자동차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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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동차 때문인데 새들이 바위로 생각해 크게 경계하지 않는 자동차가 지나가는데도 도망가는데 맨몸으로 걷는 내가 기러기를 날리지 않고 저 길을 지나갈수 있는 확률이 0.0001%처럼 보입니다.

음,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날리지 않고 지나가지? 둑방 밑으로 길이 있나 찾아보고 몸을 엎드려 지나가는 방법도 생각 해봤지만 방법이 없더군요. 그래서 아까도 써먹었던 방법!   '쳐다보지도 않고 뚜벅 뚜벅 일정하게 걸어가기'를 택했습니다.

쇠기러기와 큰기러기들
 쇠기러기와 큰기러기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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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최대한 자연스럽게 걸어가면서도 녀석들이 날아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한두 마리는 날아가더군요. 그래도 3분에 2쯤 지나가자 경계를 풉니다.

북방검은머리쑥새인지 검은머리쑥새인지
 북방검은머리쑥새인지 검은머리쑥새인지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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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검은머리쑥새 인지 검은머리쑥새인지 새들을 공부할려면 아직도 멀고 멀었습니다.
새들이 갈대에 앉아 지지배배 노래를 부릅니다.

논밭에 무언가 앉아있다.
 논밭에 무언가 앉아있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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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들을 지나치고 논둑 쪽에 저 동그란 저건 뭐지 하고? 카메라로 줌해서 찍은 다음 사진에서 또 확대해서 확인한 결과 고양이과 동물로 추정되는데 삵 같기도 합니다.

제발 삵이어라, 삵이어라… 저것이 들고양이가 아닌 삵이길 빌면서 가까이 가서 카메라로 다시 확인한 뒤 "와~ 삵이다!!" 하고 기뻐하면서 다른 사진도 확대해 재차 확인하고는 녀석이 있던 자리를 보니 삵이 없어져 버렸더군요. 그래서 녀석이 다시 나타날 때까지 무릎을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는데 어떤 검은색 차가 다가와서 또 내게 말을 겁니다.

한 언론사의 기자라는 그 사람은 내게 뭘 찍고 있냐고 물어봤고 나는 조금 고민 하다 삵을 보고 있다고 말을 하니 그는 얼른 차에서 내려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그 아저씨는 내가 삵이 있는 곳을 알려주자 성큼성큼 다가가 논밭에 앉아 있는 삵을 찍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엎드려 찍는데 그 아저씨가 앞에서 엎드려 찍는 바람에 저는 어쩔 수 없이 뒤에 무릎을 쭈그려 반쯤 앉은 자세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저씨는 혀로 쭈쭈쭈 소리를 내면서 삵이 이쪽을 쳐다보길 유도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조용히 해달라고 하며, 이 때부터 계속 후회했습니다.

'신발끈 묶고 있었다고 할 걸….'

논밭에 앉아 있는 삵
 논밭에 앉아 있는 삵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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삵은 살쾡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예전에 장항습지에서 삵이 차 앞으로 쌩~하고 지나가서 봤긴 봤지만 제대로 보지 못한 적이 있고 이번에는 내가 발견한 삵을 제대로 보고 찍는데 이 아저씨가 벌떡 일어납니다. 혼자였더라면 여유롭게 쳐다보면서 삵을 지켜볼 텐데 말입니다. 아저씨가 벌떡 일어난 덕분에 삵이 수로를 이용해 도망갑니다.

도망가는 삵
 도망가는 삵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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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는 내쪽으로 오고 있기 때문에 도망가는 것 같지 않다고요? 삵같이 고양이과 동물은 일직선으로 가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수로를 이용해 몸을 숨기고 일적선으로 움직입니다. 이 내용은 DMZ생태연구소에 계신 한 분께 들은 사실입니다. 아이고… 아저씨야. 태어나서 장항습지에서 봤던 것을 빼면 처음보는 삵인데 다음부터는 누군가에게 내가 보고 있는 걸 절대 알려주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삵이 수로 쪽으로 도망을 쳤는데 왼쪽으로 도망칠지 오른쪽으로 도망칠지 모르니 아저씨는 왼쪽으로 가고 나는 오른쪽으로 삵을 찾아 나섰습니다. 가다보니 삵이 멈춰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이 상황에 저 삵을 찍으면 저 아저씨가 "아! 저기에 삵이 있구나" 하고 오겠지요?"그래서 한 장 잽싸게 찍었는데 하필 그게 뒷통수네요.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걸 잽싸게 한 장 더 찍을 걸 그랬어요.

멧비둘기들은 멀리 있었지만 삵을 눈치채고 일치감치 날아가버립니다. 사진 기자 아저씨는 삵은 기다리면 나온다라는 말을 해주시고는 가고 나는 더 걷어가는데 뒤에서 황조롱이가 나왔습니다.

칡부엉이가 있는 쪽에도 한 분이 와 계셔서 칡부엉이를 찾고 계십니다. SLR클럽 그런 사람들은 아니고 초등 교사들 야조회라고 하네요.

쇠기러기
 쇠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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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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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부엉이가 안 보여서 금눈쇠 올빼미나 보려는데 고라니가 나무 옆에 숨어서 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아유 깜짝이야 하고 카메라로 얼른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 4초쯤 나를 쳐다보고는 도망갑니다. 항상 고라니들은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고 도망갑니다. 도망가는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금눈쇠올빼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이나 글을 보면 금눈쇠올빼미가 있긴 있는 모양이더군요.

삵의 오줌
 삵의 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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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눈쇠 올빼미를 찾다가 도로 위를 걷고 있는 삵을 또 발견했습니다. 그때는 내가 왜 그랬는지 막 급하게 눈 위를 달려가서 삵이 있는 도로 위로 나왔을 때 삵은 이미 이렇게 오줌을 싸고 도망갔습니다. 기다리면 나오겠지 하고 앞에 눈 속에 숨었다가 너무 차가워 전봇대 뒤로 숨어 3시까지 기다려 봤지만 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걷다보니 저기 앞에 또 뭐가 있습니다. 맹금류 같은데 저 녀석한테 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무언가에 크게 화들짝 놀란 그 놈이 내 쪽으로 날아옵니다. 오히려 내가 당황해서 제발 잘 찍혀라 하며 셔터를 눌렀는데 마지막 3장 째를 찍을 때 뭔가 잘 찍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매 암컷
 새매 암컷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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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맹금류가 날아가고 나서 사진을 확인하니 우왓! 기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덩실덩실 춤이 절로 나오더군요. 오늘 운이 정말 많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3m 거리에서 녀석이 너무 가깝게 날아와 170mm로 찍었습니다. 초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라서 마구 난사했거든요. 녀석이 날아가다가 바로 앞에 앉았습니다. 그래서 살금 살금 접근을 하려는데 녀석이 눈치채고 또 날아가버리네요. 좋은 기회였는데….

유승 쪽으로 다시 걸어가다가 만난 기러기들. 얘네들은 날리지 않고 걸어갈 방법이 없어 어쩔수 없이 쳐다보지 않고 계속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몇마리는 날아갔지만 그래도 꽤 많은 숫자의 기러기가 계속 땅에 앉아 있더군요. 내가 많이 위험하게 보이지 않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배고파서? 힘이 없어서? 

까치
 까치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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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무언가 열심히 뜯어먹습니다. 뭐 맛있는 건가 봅니다. 저도 오전 10시인가 11시쯤에 와서 오후 4~5시까지 굶고 계속 탐조를 했기 때문에 저 까치처럼 뭔가 먹을 게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법흥리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사 마셨습니다. 걸어서 탐조를 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때는 대중교통인 버스를 타고 돌아갔습니다.

집안에 오랫동안 틀어박혀 있다가 오랜만에 나와서 그런지 오늘 탐조는 너무너무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탐조가 진행되길 빕니다.

해질녘의 한강
 해질녘의 한강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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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어진 기자는 고등학생 기자입니다. 2010년 부터의 저의 탐조 기록이 담겨있는 블로그입니다. http://blog.daum.net/sgigig/?t__nil_login=myblog



태그:#공릉천, #삵, #탐조, #환경, #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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