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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고둥 순천만에서 잡은 갯고둥. 각양각색의 무늬에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갯고둥순천만에서 잡은 갯고둥. 각양각색의 무늬에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 김학용

요즘 먹을거리를 즐기다 보면 가끔은 촌스러운 옛 맛이 그리워진다. 혹시 어릴 적 '번데기'에 이어 최고의 사랑을 받았던 '쪽쪽이 고둥'을 기억하는가? 30~40대 중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길거리에서 부모님을 졸라 한컵 가득 쪽쪽 빨아먹은 기억이 있으리라.

이동식 좌판에 수북이 쌓여 모락모락 김이 나며 우리를 유혹했던 '쪽쪽이 고둥'은 소풍길에 나들이길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추억의 간식거리이다. 어린시절 한번쯤 먹은 추억의 군것질이 이제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갯고둥
'바다 다슬기'라고도 불리는 이 '쪽쪽이 고둥'의 정확한 이름은 갯고둥이다. 복족류에 속하는 갯고둥은 껍데기 길이 약 3cm, 지름 약 1.3cm까지 자라며 원뿔형으로 두껍고 단단하다.

껍데기 표면은 돌층계 모양의 검은 띠가 있는데, 봉합 밑에 흰 띠가 있는 개체나 종륵(縱肋)이 분명한 개체도 있다. 껍데기 주둥이는 반원형이며 주둥이의 안쪽 입술에 흰색의 매끈한 층이 발달한다. 뚜껑은 원형으로 얇고 갈색을 띠며 다선형(多旋形)이다. 배꼽구멍은 없다.

조간대의 개펄이나 하구 근처의 모래펄에 떼 지어 산다. 우리나라 해변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고 생활 장소에 따라 변이가 심하다. 잡식성이며 해초 등을 먹는다.

지역에 따라 빠래고동, 꼬디고둥, 갯고동, 말똑고동, 삐리고동이라고 불리는 이 고둥은 아직도 유원지나 놀이공원의 좌판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에 길에서 파는 갯고둥은 베트남이나 중국산이 대부분으로 국내산과는 색깔이나 모양이 전혀 다를 뿐 아니라 위생상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물에 끓여 간식으로 먹기도 하며, 알맹이만 따로 모아다 민물다슬기국(올갱이국) 끓이는 것처럼 된장국을 끓여도 일품이다. 남은 껍데기는 화분에 올려 놓으면 미관에도 좋다.

- 네이버 백과사전 일부 발췌

지난 주말 순천만이 시작되는 해룡면의 와온마을 앞을 우연히 지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갯가에서 열심히 무엇인가를 줍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 가족도 차를 세우고 가까이 가보니 그야말로 갯고둥 천국이었다.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은 백사장 바로 아래쪽에 무수히 깔린 고동을 줍고 있는 것이었다. 굳이 갯벌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로 눈앞의 해변에는 그야말로 '뻘반 고둥반'이었다. 우리 가족도 갯고둥잡이 시작한 지 10여분 만에 한 대야도 훨씬 넘는 수확을 했다.

'아! 추억의 그 맛을 다시 맛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집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갯고둥의 해감을 빼기 시작했다. 갯고둥은 뻘속에서 사는 이유로 해감(바닷물 따위에서 흙과 유기물이 썩어 생기는 냄새나는 찌꺼기)을 없애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추억의 맛'만 생각하고 성급하게 준비했다간 입속에서 자글자글하며 아스락거리는 모래와 뻘의 이물감을 각오해야만 한다.  

우선 갯고둥을 한참동안 물에서 비벼가며 박박 씻은 후 굵은 소금을 한줌 넣고 하룻밤을 재웠다. 다음날, 어느 정도 해감이 빠졌지만 아직 요리를 하기에는 한참 멀었다. 뻘속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녔던 놈들이라 넉넉잡고 하루는 더 해감을 빼야 한다.

이렇게 해감을 뺀 갯고둥을 냄비에 약간의 물을 널고 다시마와 약간의 소금을 넣고 끓여주면 된다(이렇게 끓여서 우러나온 물은 조심스레 윗부분만 따라서 보관했다가 된장국을 끓여도 일품이다). 처음엔 센 불로 10분 정도 끓여주고, 끓고 나면 약한 불로 10분 정도 더 끓인다.

 다시마와 소금을 넣고 푹 삶아진 갯고둥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있다.
다시마와 소금을 넣고 푹 삶아진 갯고둥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있다. ⓒ 김학용

짜잔~! 이렇게 해서 추억의 간식인 '갯고둥'의 요리가 끝난다. 재료부터 조리까지 돈 한 푼 들이지 않은 최고의 웰빙간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갯고둥은 골뱅이나 소라고둥처럼 큰 고둥류와는 달리 삶으면 알맹이가 쏙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알맹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알맹이를 이쑤시개로 빼먹으면 되지만, 이런 방법(?)으로 먹으려고 했다면 애초부터 준비하지 않았으리라.

예전에 좌판 아저씨들이 했던 고전방식 그대로 재현하기로 했다. (조금은 비위생적이지만) 공구함에서 '니퍼'를 과감히 집어 든다. 그리고, 갯고둥 하나씩 꽁무니를 '또각'소리를 내며 잘라내기 시작한다. 꽁무니가 잘려나간 갯고둥의 주둥이를 입에 대고 '쪼옥~'소리를 내고 빠는 순간 알맹이가 입속에 쏙 들어온다.

 조금은 비위생적이라도 '니퍼'로 꽁무니를 또각 소리를 내며 부러 뜨린후 주둥이에 입을 대고 ‘쪼옥~’소리를 내고 빨아먹어야 제맛을 느낄수 있다.
조금은 비위생적이라도 '니퍼'로 꽁무니를 또각 소리를 내며 부러 뜨린후 주둥이에 입을 대고 ‘쪼옥~’소리를 내고 빨아먹어야 제맛을 느낄수 있다. ⓒ 김학용

"아! 바로 이 맛이야!"

짭조름하면서도 씁쓰름한 이 맛. 약간은 모래와 뻘맛이 느껴지더라도 그것조차 묘미로다. 어릴 적 쪽쪽 빨아서 재미있게 먹던 추억을 되새기며 오늘밤은 추억의 맛에 밤새 빠져보리라. 너무 많이 먹어 배탈 나는 한이 있더라도….

"여보! 설령 설사가 나오더라도 꾹 참게나, 추억의 맛을 아무나 맛보는 건 아니라네…. 알았지?"

 욕심을 부린 탓인지 잡아온 갯고둥이 너무 많아 일부는 냉장고로 향하고 말았다.
욕심을 부린 탓인지 잡아온 갯고둥이 너무 많아 일부는 냉장고로 향하고 말았다. ⓒ 김학용


#갯고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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