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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고 홍보한 G20 정상회의가 11월 11일 서울에서 열린다. 그러나 이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며 노점상과 이주노동자를 내쫓고 노숙인을 내모는 정부의 모습에서는 '세계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후진성이 보인다. '사람'은 없고 '회의'만 남은 G20 정상회의의 단면을 점검해봤다. [편집자말]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 서울시

서울시가 논란이 되었던 '택시기사 흡연시 과태료 120만원', '세수나 면도를 하지 않거나 머리를 감지 않고 택시를 운행하면 과태료 10만원' 등의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서울시가 무리하게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10월부터 택시기사들이 지켜야 할 준수사항을 발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는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 사항은 아래와 같다.

▲ 택시 안의 바닥, 시트 등 찌든 때, 먼지, 바닥 흙 청소 ▲ 택시 내부 악취 및 담배 냄새 제거 ▲ 규칙적인 세면, 면도, 머리 감기 ▲ 정기적으로 착용 복장 세탁 ▲ 상의는 지정된 복장, 하의는 단정한 긴 바지 착용 ▲ 슬리퍼를 신은 상태 혹은 맨발로 운행 금지(양말 착용) ▲ 티셔츠, 추리닝, 반바지, 찢어진 청바지 차림, 모자 착용 운행 금지 - 위반시 과태료 10만원'

▲ 택시 내에서 흡연 ▲ 택시 승차 공간 내에 의류, 신발류 등 개인용품 보관 및 진열 - 위반시 과징금 120만원

한마디로, G20 정상회의 때문에 택시기사들의 세면 및 두발 상태까지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내용은 비판을 받아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택시기사 흡연 과태료가 120만원이면, 공무원 뇌물수수는 사형?"

4일, 서울 시내에서 만난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냉담했다.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거리에 차를 세우고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택시기사 김충덕(59)씨는 이번 서울시의 정책에 대해 "타당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옆에 있던  택시기사 박정수(56)씨도 김씨의 말에 공감했다. 박씨는 "산모나 어린이들도 택시를 이용하는 이상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안 좋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과태료 120만원은 과하다, 한 달 봉급보다 많은 액수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씨는 "택시기사가 담배를 피워서 (벌금이) 120만원이라면 공무원이 뇌물수수죄로 걸리면 사형시켜야지"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택시기사의 청결 상태에 대한 규제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씨는 "(공무원들이) 와서 머리도 감기고 면도도 해줄 거냐"고 반문했다. 박씨도 이에 동의하며 "되지도 않을 정책은 만들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뉴스를 보고 전화해 항의했는데 자기들(공무원)도 (정책에 대해) 잘 모르더라"며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기사 이경희(59)씨도 "(서울시가) 무리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택시기사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형평성은 지켜야 한다"며 "이번에는 원칙을 벗어난 것 같다, 공무원들의 직권남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택시기사 김완진(55)씨도 "(공무원들이) 할 일이 없나 보다"라며 황당해했다. 그는 "(택시기사가) 씻었는지 안 씻었는지 어떻게 확인할 거냐"며 웃었다.

G20 정상회의 앞두고 택시기사 규제? "국민에 대한 과도한 통제"

다른 시민들의 견해도 비슷했다. 박정후(20)씨는 "공무원들이 서울을 하나의 기업체로 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흡연 등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우에는 규제가 필요하겠지만, 택시기사 개인의 청결 상태까지 규제하는 건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김도영(19)양도 "흡연은 과태료를 부과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몸을 씻는 개인적 차원의 일까지 규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런 논란에 대해 서울시청의 한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와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본질적인) 의도는 택시의 청결을 유지해 (시민들의) 택시 이용을 늘리자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서울시와 정부는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국의 총기류를 압류하거나 이주노동자·노점상 등을 대상으로 일제 단속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에 대한 과도한 통제'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미나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G20#서울시#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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