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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별관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분위의 최종 처분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단삭발 및 철야단식농성 등에 돌입한 가운데 삭발을 하고 있는 김수림 상지대 보건과학대학 학생회장.
 26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별관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분위의 최종 처분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단삭발 및 철야단식농성 등에 돌입한 가운데 삭발을 하고 있는 김수림 상지대 보건과학대학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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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얼굴의 여대생은 길었던 머리가 한 움큼씩 잘려나갔지만 입술을 꼭 깨물 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다만 그를 쳐다보기가 가슴 아파 고개를 돌려버린 친구들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쉼 없이 흘렀다.

방학을 맞아 자기계발에 힘써야 할 대학생들과 교수들이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서울의 거리 한복판으로 내몰려 제 머리를 깎게 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상지대 사태,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해결하라"

26일 오전 상지대학교 교수, 학생, 교직원 등으로 구성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오는 30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최종 처분을 앞두고 집단삭발식, 철야단식농성 등 김문기 전 이사장 및 옛 비리 재단의 복귀를 막기 위한 저항운동에 돌입했다.

비대위 소속 교직원과 학생 100여 명은 이날 교육과학기술부가 있는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최종 결정을 백지화하고, 교과부가 사분위에 즉각 재심을 청구토록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26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별관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분위의 최종 처분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단삭발 및 철야단식농성 등에 돌입했다.
 26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별관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분위의 최종 처분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단삭발 및 철야단식농성 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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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섭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모든 사학비리자의 원대복귀'를 관철시키기 위해 김문기씨에 대해서 막무가내식으로 경영권을 회복시키려는 사분위와 교과부의 태도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분위가 최종 처분을 강행하면 즉각 가처분 신청과 행정 소송을 제기하고 감사원에 직무감찰을 청구하는 등 법적·행정적 대응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 위원장은 "교과부가 계속 사분위에 굴종한다면 재심청구의 책임을 방기해 직무를 유기한 교과부 장관과 관련된 책임자들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상지대 사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과사회이론학회 소속 변호사와 교수들도 이에 앞서 '상지대 사태 해결을 위한 전국 법학교수 및 변호사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부 장관은 사분위에 즉각 재심을 청구하고, 대법원장은 김문기 전 이사장과 유착 의혹이 있는 사분위원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제자·동료·친구 머리카락 깎으며 눈물바다 된 삭발식

기자회견과 함께 집단삭발식도 진행했다. 약 50여 명의 교직원과 학생들이 일렬로 앉아 차례로 삭발을 이어갔다. 깎이는 사람들의 표정은 오히려 덤덤했지만, 깎는 사람들은 눈이 빨개지도록 눈물을 흘렸다. 깎는 손은 단호했지만 동료 혹은 제자의 깎인 머리카락을 털어내는 손들은 안타까움에 떨어질 줄 몰랐다.

이병석 상지대 총학생회장은 삭발을 마치고 "비리를 저질렀던 사람이 교육계에 복귀하는 것이 말이나 되냐"며 "사분위의 이러한 행태는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가 교육비리를 척결하겠다고 하는데 이와 같은 비리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대통령과 정부는 교육비리 척결 의지가 거짓이 아님을 상지대 사태 문제해결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섭 위원장이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다"고 말했던, 삭발식에 참가한 유일한 여학생인 김수림 상지대 보건과학대 총학생회장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지만 감정으로라도 호소해보겠다"며 "김문기 전 이사장과 그에 관한 모든 것에 반대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삭발식 내내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그는 다독이는 친구들의 품속에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26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별관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분위의 최종 처분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단삭발 및 철야단식농성 등에 돌입했다.
 26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별관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분위의 최종 처분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단삭발 및 철야단식농성 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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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면담 요청도 거부하고 입 꼭 다문 교과부

삭발식을 진행하면서 비대위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정부중앙청사 건물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들이 강력하게 막아서는 바람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대위 측은 "공식적으로 면담 신청을 했음에도 교과부 측이 일방적으로 거부, 무시하고 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에 경찰들은 더욱 확고히 입구를 막아서며 경계태세를 갖추었고, 급기야 "불법집회로 변질됐다"며 1차 해산 명령을 했다. 하지만 비대위는 "집회를 다 끝내고 면담을 위해 들어가려는 것인데 오히려 경찰이 길을 불법으로 막고 있지 않느냐"며 반발했다.

결국 비대위원장과 총학생회장, 대표 두 명이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담당자와 대화를 요구했지만 끝내 이들은 교과부 담당자와 만날 수 없었다. 오후 4시 현재 이들은 정부중앙청사 별관 후문에서 자리를 잡고 농성 중이다.

한편, 상지대 부속 한방병원노조와 상지대 평교수협의회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상지대 비대위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대법원 판결대로 김문기 설립자 중심의 정이사를 즉각 선임하라"며 별도로 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상지대는 1993년 김문기 전 이사장이 입학 부정과 횡령 등의 비리혐의로 구속돼 교과부가 파견한 임시이사가 학교를 운영해왔다. 2004년 정이사 체제로 전환됐으나 2007년 김 전 이사장이 소송을 내 대법원이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은 무효'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후 사분위로 넘어간 새로운 정이사 선임 과정에서 복귀를 노리는 옛 재단 쪽과 "사학비리 대명사인 김 전 이사장에게 학교를 넘겨줄 수 없다"는 학내 구성원이 대립하고 있다.

오는 30일 사분위가 김 전 이사장 측 이사 후보를 추천받아 인선하는 최종 처분을 강행하게 되면 사실상 김문기 전 이사장에게 학교의 운영권이 넘어가게 된다.

26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별관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분위의 최종 처분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단삭발 및 철야단식농성 등에 돌입했다. 이날 교과부는 비대위의 공식 면담 요청을 묵살했고, 경찰은 면담을 위해 정부청사 건물에 들어가려는 이들을 막아섰다.
 26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별관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분위의 최종 처분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단삭발 및 철야단식농성 등에 돌입했다. 이날 교과부는 비대위의 공식 면담 요청을 묵살했고, 경찰은 면담을 위해 정부청사 건물에 들어가려는 이들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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