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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제주 올레길
 최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제주 올레길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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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외국인을 상대하는 영자신문사(제주 위클리) 기자입니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제가 만난 모든 외국인들은 다들 제주에 미쳐있다는 것입니다. 제주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다는 말입니다. 그들은 모두 제주의 자연환경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제주가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모두가 초록색 마음을 지닌 환경운동가지요. 환경을 생각하는 그들의 아름다운 시선을 저는 초록색 눈을 가진 외국인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 친구를 소개하겠습니다.

"물질해서 쓰레기를 건지다"

제 친구 쉐린 히바드씨는 쉰 살이 넘은 여성인데도 아직도 20대처럼 팔팔하게 제주 바다의 물살을 가르는 해녀입니다.

지난해 그녀는 한림에서 한수풀 해녀학교를 다녔고, 지난 4월 11일 해녀물질대회에 참가해서, 60명 중에서 60등을 했지요. 왜 꼴찌를 했냐고요? 망태기에 해산물이 아닌 바다 속 쓰레기를 잔뜩 담고 왔기 때문입니다. 괴짜 같긴 하지만 이런 면에서 그녀는 진정 제주의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행동주의자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쉐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4곳을 포함해서, 생물권 보전지역, 조류 보호지역, 습지, 오름, 올레길, 폭포, 아름다운 해안선, 독특한 전통 문화 의식 등 모든 부분들이 제주가 녹색관광과 문화관광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하지만 한국의 녹색 수도가 되기 위한 제주의 잠재력과 가능성들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쓰레기들, 불법적인 쓰레기 소각, 자동차 매연, 서식지 파괴, 지나친 어획물 포획 그리고 고층 건물 개발 등이 제주의 독특한 환경에 대한 가치를 빼앗고 있다"며 "이것은 편리에 의해 환경의 관심이 내팽개쳐진 사회에 대한 결과"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깨끗한 해변과 해안선, 쓰레기 없는 올레길 그리고 길거리를 상상해 보세요. 사람들이 자전거 우선 도로를 지나 자전거로 통근하는 모습, 차 없는 도로, 낮은 도시 건물들, 친환경 소재와 에너지 효율적인 전력을 사용해서 건축하는 관광 개발업자들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녀는 오늘도 행동합니다. 오는 7월과 8월 환경 지키기 행동의 일환으로 200km 정도 되는 제주 바다 한 바퀴를 도는 수영을 할 것입니다. 약 30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하나의 행동이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 멋진 친구입니다.

"가보라! 강정천"

비양도에 케이블카 건설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한반도 막둥이 섬에 쇠기둥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비양도에 케이블카 건설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한반도 막둥이 섬에 쇠기둥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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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일대에 건설 계획 중인 해군기지를 취재 한 제주위클리 존 워커 기자도 저에게 한마디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가 외국인 친구들에 대해 글을 쓴다고 하자 자신의 생각을 서슴없이 말하더군요.

사실 존은 한국에 오기 전 일본 오사카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큰 도시를 벋어나 자연과 환경이 어우러진 평화롭고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었고, 그래서 제주에 오게 됐습니다.

그는 제주도에 사람들이 여행 오는 이유에 대해 "'제주시' 같은 도시를 보기 위함이 아니라,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교외를 돌아보기 위함"이라며 "제주가 한국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주의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아름다운 길 등 요소들이 사람의 손에 의해 개발되지 않는 상태에서 보존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해군기지 취재를 하면서 느꼈던 점도 얘기했습니다. 그는 "아직 한국의 경제와 개발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개발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반드시 환경영향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며 "어떤 개발이라도 환경에 최소의 영향을 미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개발을 이유로 제주의 아름다운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항상 걱정하는 착한 친구입니다.

"제주에 세계환경대학 만들자!"

지금 소개할 이 친구는 제주의 환경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대안과 함께 그런 대안을 시행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는 든든한 친구입니다.

UN 사무차장을 지냈던 모리스 스트롱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Mr. 환경'이라고 불리는 그를 제주에서 만났을 때 그는 82세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만큼 열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지금 제주에 세계환경대학을 설립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는 "제주만큼 환경대학을 설립하기에 적당한 것은 없다"며 "제주라는 섬이 갖는 외형적 특성과 아열대성 기후 그리고 베이징, 서울, 도쿄 등 주요 도시와 근접해있는 지정학적 요인도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모리스는 이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지식을 대가 없이 제주에 바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단서를 달았습니다. "제주를 가장 제주답게 유지하고, 제주의 자연을 해치는 개발은 허용치 말아야 한다"고 말이지요.

그는 "자연을 잘 활용한 개발을 모색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제주의 미래 경제는 자연의 가치에 바탕을 둬야하지 잘못된 개발로 제주의 특성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이 친구의 충고는 제주의 미래를 위한 경고입니다.

"그냥 내버려둬!"

마지막으로 소개할 친구는 제주의 생태관광(Eco tourism)을 취재했던 제주위클리 데런 사우스코트 기자입니다.

이 친구와 저는 성산일출봉에서 제주를 방문한 환경운동가 헥터 세바우스 라스쿠라인씨를 만났습니다. 헥터씨는 1983년 처음으로 에코투어리즘(Eco tourism)이란 용어를 사용한 이 분야 선구자지요.

데런은 그와의 만남을 정리하며, "제주가 생태관광에 큰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현재 제주는 관광객 과밀과 개발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히 한라산을 등반할 때면 등산로 가득 찬 사람들은 마치 제주시청의 토요일 밤거리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주장합니다. 제주의 자연에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고, 최대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모슬포와 중문을 잇는 새 도로에 차들이 텅 빈 것을 예로 들면서 "더 이상 도로를 건설하지 말고, 제주를 방문한 사람들은 가끔 더 느린 길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두렵다고 말합니다. 제주의 환경을 지키는 데 너무 늦어버린 게 아닌지. 그는 "파헤쳐진 도로와 무분별한 개발에 의해 제주의 특징과 매력 그리고 문화와 아름다움이 영원히 사라져 버리고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이처럼 제주에 반해 제주에 살고 있는 외국인 친구들은 제주의 환경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제주는 제주만의 것이 아닌 세계인의 보물입니다. 우리 모두가 제주를 지켜야 하는 이유인 것이지요.

초록색 눈의 친구들의 눈빛이 더욱 찬란히 빛날 수 있도록, 여러분도 우리 친구들과 함께 멍들어 가고 있는 제주를 지키는 데 앞장서 주시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주환경운동연합 소식지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제주, #환경, #생태관광, #외국인, #제주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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