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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뭄으로 인해 바닥까지 바싹 마른 윈난성의 한 호수. 중국 윈난성은 지난 반세기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가뭄으로 인해 바닥까지 바싹 마른 윈난성의 한 호수. 중국 윈난성은 지난 반세기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 윈난성 인민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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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무분별한 댐 건설이 물 부족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더 많은 데이터를 원하고 있다." - 제레미 버드 메콩강위원회(MRC) 사무총장

"메콩강의 수량 감소는 중국 서남부에 닥친 최악의 가뭄과 관계가 있을 뿐이다. 메콩강 상류인 란창(瀾滄)강에 건설한 댐과는 무관하다." -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

요즘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는 강물로 인해 국제 분쟁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분쟁의 발단은 메콩강에서 비롯됐다.

지금 메콩강은 중국 윈난(雲南)성과 동남아 일부 국가들의 가뭄으로 지난 반세기 이래 강물 수위가 가장 낮아졌다. 일부 구간은 수위가 불과 50㎝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강 유역 국가들은 어업과 수로 교통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농사를 위한 관개시설까지 위협받을 지경이다.

메콩강은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다. 중국 칭하이(靑海)성, 티베트 자치구, 윈난성을 가로질러 동남아로 빠져나간다. 중국에서 나온 강물은 버마, 라오스, 태국의 국경선을 가르고,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지나 남중국해로 흘러간다.

메콩강의 총 연장은 약 4180㎞로서, 세계에서 12위다. 하지만 강물의 초당 평균 방류량은 1만800CMS(cubic meter per second)로 양쯔강(長江)과 갠지스에 이어 세 번째다. 유역 국가도 중국과 동남아 5개국에 달한다.

유역 면적은 약 79만5000㎢나 걸쳐 있어, 강 주변에 사는 유역 인구만 6500만 명에 달한다. 중국 서남부를 포함, 동남아 국가 주민들의 젖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상류 독점한 중국의 잇단 대형 댐 건설

 메콩강은 6개 국가를 가로지르는 국제하천이다. 강물의 방류량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커서 마르지 않는 강으로 불려져 왔다.
 메콩강은 6개 국가를 가로지르는 국제하천이다. 강물의 방류량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커서 마르지 않는 강으로 불려져 왔다.
ⓒ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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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메콩강은 국제 분쟁의 싹을 키워왔다.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강물을 너나 할 것 없이 무분별하게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긴 세월 동안 동남아 국가들은 메콩강 개발에 그다지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유역 국가 간의 견제와 국제환경단체의 극렬한 반대가 그 원인이었다. 20여년 지속됐던 베트남전쟁도 한몫 했다.

1982년 태국은 파몽댐 건설 계획을 추진했지만, 라오스와 베트남의 견제로 무산됐다. 1990년에는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 주도로 메콩강 개발을 반대하는 국제적인 환경단체가 결성됐다.

국가 간의 분쟁과 국제적 관심이 커지자, 1995년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이 참여하는 메콩강위원회가 결성됐다. 메콩강의 보호와 개발을 위한 메콩협약도 체결됐다.

동남아 국가들 사이의 협력 움직임과 달리, 메콩강의 평화를 깨뜨린 것은 상류의 수자원을 독점한 중국이다. 중국은 금세기 들어 대형 댐 건설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중국 내에서 메콩강은 '란창(瀾滄)강'으로 불린다. 란창강은 간류(干流) 길이만 2000㎞에 달한다. 중국정부는 이런 란창강을 에너지 자원의 보고로 손꼽으며 막대한 자금을 투입, 개발에 나섰다. 중국정부가 티베트, 칭하이, 윈난 등 3개 성과 자치구의 공동 협력사업으로 펼치는 '란창강 수력개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란창강 중하류 지역에 8개의 계단식 수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천명했다. 이를 통해 이미 3개의 수력발전소가 지어졌고, 올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292m의 샤오완(小灣)댐이 완공한다.

 높은 292m의 샤오완댐은 동남아의 모든 저수시설을 합한 저수용량을 자랑한다.
 높은 292m의 샤오완댐은 동남아의 모든 저수시설을 합한 저수용량을 자랑한다.
ⓒ 난란현 인민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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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식수-쌀 생산 타격... 생물 멸종위기

샤오완댐은 2002년 1월 윈난성 난란(南瀾)현과 펑칭(鳳慶)현의 교차점에 착공했다. 2005년 물막이 공사를 시작했고 올 가을에 모든 공정이 완공되어 막대한 전력을 생산한다. 댐 저수용량은 엄청나서 동남아의 모든 저수시설을 합한 용적량과 맞먹는다.

중국이 란창강 프로젝트로 포문을 열자,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메콩강에 대한 대규모 개발계획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라오스는 아시아의 배터리 국가가 되겠다며 10년 내에 메콩강과 그 지류에 70여개의 크고 작은 댐을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캄보디아도 대형 댐 2개를 만들 예정이다.

중국정부는 "2008년 현재 란창강의 수력 이용률은 7%에 불과하다"고 항변하지만, 난개발의 고뿔을 당긴 원죄는 벗어날 수 없다.

이를 대변하듯, 작년 5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미 메콩강 상류에서 건설되는 댐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엔환경계획은 "중국의 대형 댐 건설로 인해 메콩강의 유량과 흐름에 변화가 오고 수질 악화와 생물 다양성 파괴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도 작년 9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메콩강 상류에서 건설되는 댐과 수력발전소는 동남아 주민들의 식수 공급과 쌀 생산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1997년 이래 메콩강 유역에서 타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1200여종의 새로운 생물이 발견됐지만 급속한 개발과 기후변화로 이들이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초 시솽반나(西雙叛納)의 주도 징훙(景洪)시를 가로지르는 메콩강. 중국 내 메콩강 변은 각종 개발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월 초 시솽반나(西雙叛納)의 주도 징훙(景洪)시를 가로지르는 메콩강. 중국 내 메콩강 변은 각종 개발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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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에 한번도 양해 구하지 않은 중국

중국정부는 동남아 국가들과 국제기구, 환경단체가 보내는 의심의 눈초리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태국 후아힌에서 폐막된 메콩강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쑹타오(宋濤)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중국 서남부에 닥친 반세기 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2300만 명의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며 "메콩강 수량감소는 가뭄이 주원인으로 댐 건설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메콩강 정상회의는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메콩강위원회에 참가한 국가 정상들과 중국, 버마 대표 등 6개국이 참석했다. 참가국은 회의 기간 내내 메콩강의 수위가 낮아진 원인과 유역에서 벌어지는 난개발 문제를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특히 중국은 건설 중이거나 완공된 댐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 공개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중국의 거듭된 발뺌에 동남아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행동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3일 태국의 환경운동가 250명은 방콕에 있는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대형 댐을 건설하여 수위가 낮아졌다"고 강력히 성토했다.

저명한 환경운동가 니왓 로이카에우는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중국이 댐 건설 이전 한 번도 주변국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은데다 사업 추진 이후에도 줄곧 주변국의 우려를 무시한 점"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국가들은 강력해진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에 눈치를 보느라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윗 쿤끼띠 태국 천연자원·환경장관은 "메콩강은 국제하천이기에 중국만은 비난할 순 없다"면서도 "문제는 중국의 댐들에 저장된 물에 관해 정확한 정보가 없어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중국의 일방주의적인 정책 집행과 투명치 못한 정보공개가 국제 분쟁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깊고 넓은 강물 덕분에 풍족한 삶을 영위했던 동남아 국가 주민들. 지금은 메콩강의 낮아진 수위로 기본적인 어업 활동마저 위협받고 있다.
 깊고 넓은 강물 덕분에 풍족한 삶을 영위했던 동남아 국가 주민들. 지금은 메콩강의 낮아진 수위로 기본적인 어업 활동마저 위협받고 있다.
ⓒ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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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강#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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