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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의 MBC 사장에 대한 '큰집 조인트' 발언으로 방송계가 외압 논란을 빚고 있고, 불교계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외압 의혹 등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독립성이 생명인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도 대통령직 인수위원과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내며 각종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인물이 위원장으로 전격 임명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7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위원장 엄상현, 이하 교원소청위)는 정부 정책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9명 등 중징계를 받은 38명의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교원의 지위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교원소청위가 법원에서 무죄와 유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교원을 학교에서 내모는 데 들러리 섰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사실, 교원소청위가 엄벌해야 하는 파렴치 교장이나 성추행 교사 등은 봐주고, 정부나 교장, 이사장에 비판적인 교사들에게만 철퇴를 내리는 결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결정은 교원소청위 위원장이 임기 중에 갑자기 대통령 인수위원과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MB맨으로 바뀌고 나온 첫 공식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원소청위원장, 시국선언 결정 앞두고 MB맨으로 전격 임명

전북대 사무국장이었던 김동옥씨는 지난해 1월, 교원소청위원장으로 부임했다. 김씨의 부임 당시 호남에 대한 지역 배려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임기가 3년인 김 위원장이 부임 1년만인 지난 2월, 갑자기 물러났다. 퇴임 후 곧바로 서울대학병원의 상임감사로 발령받은 것을 보면 일반적인 퇴임은 아니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형의 선고나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면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임기를 보장하도록 규정돼 있다. 교과부 장관 직속기관이지만 어떤 간섭도 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동옥 위원장은 왜 갑자기 물러나 직급도 없는 서울대병원 감사로 갔을까. 김동옥 위원장의 후임으로 MB맨이 임명된 것은 우연일까. 

엄상현 교원소청심사위위원장
 엄상현 교원소청심사위위원장
ⓒ 교원소청심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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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출신의 엄상현 교과부 학술정책연구실장. 그는 2007년 8월 경남 부교육감으로 발령받아 근무하던 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전문위원으로 임명돼 2008년 1월 파견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교과부 고위 공무원 중 인수위 파견은 유일했다. 인수위 임무를 마친 후 그는 그해 8월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교육과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스카우트되어 가면서 교과부에 사직서를 냈다.

엄씨를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발탁한 사람은 당시 한나라당 의원으로 인수위 사회문화분과 간사를 맡았던 MB의 교육계 최측근 이주호 의원이다. 이 의원은 이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거쳐 현재 교과부 차관이다.

<중앙일보> 2009년 1월 보도에 의하면, 이 차관은 2급인 경남부교육감 엄씨를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발탁하고 초기 개각에서 고위직으로 승진시키려 했다. 그러나 '강부자 내각'으로 비판받던 상황에서 재산 때문에 제외됐다는 정치권의 전언이다.

교육정책의 혼선과 촛불 시위에 대한 문책성으로 물러난 이주호 수석이 2009년 1월 교과부 차관으로 복귀하면서 엄씨도 곧바로 교과부로 특채돼 대학정책을 총괄하는 학술정책연구실장을 맡았다. 당시 이걸우 학술연구정책실장은 참여정부 측 인사로 분류돼 좌파 척결 논란 속에 1급에서 2급인 대구시 부교육감으로 좌천됐다. 당시 1급에 오른 행정고시 기수는 23기 정도였는데 무려 5기를 건너뛰고 파격적으로 28기인 엄씨가 임명된 것이다.

엄씨가 학술정책연구실장이 되어 추진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그는 그해 4월 경기대 차기총장 선출을 앞두고 후보로 등록한 이태일 총장을 두 차례 만난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인 현승일씨를 총장으로 앉힐 계획이라며 후보사퇴를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

2009년 5월 <부산일보>는 송은복 전 김해시장 겸 한나라당 김해시당협 위원장이 구속되자 김해출신 엄 실장 등이 당협위원장 자리를 노렸다고 보도했고, 그해 12월 <경남매일>은 한나라당이 추가공모를 통해 엄 실장을 임명한다는 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 엄씨는 교과부 실장으로 임명된 지 1년만인 지난 2월 다시 교원소청심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교원소청위의 일제고사 반대 교사 해임에 대해 법원이 취소 결정을 내려 소청위 내외부에서 비판적 여론이 거셀 때이자, 교사 시국선언 사건에 대한 결정을 목전에 둔 시기였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전임 김동옥 위원장의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한 문서. 교원소청위가 국회 안민석 의원에게 보고한 자료.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전임 김동옥 위원장의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한 문서. 교원소청위가 국회 안민석 의원에게 보고한 자료.
ⓒ 자료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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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맨+한나라당 출신' 위원장이 교원소청위 독립성 지킬까?

MB 정부는 MB의 정치적 멘토로 불리던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힌 것을 필두로 KBS, YTN, MBC 등에 자신의 측근들을 포진시켜 방송계를 장악하려 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한 임기 중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 위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총장 등을 물러나게 하는 등 문화예술계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교원에 대한 예우와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보장을 강화함"을 목적으로 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활동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나 사학법인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필수적이다. 'MB맨+한나라당 출신' 위원장이 과연 교원소청위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까.

교원소청심사위원장 이례적 교체에 대해 김동옥 전 위원장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계속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김 전 위원장은 서울대학병원 비서실을 통해 "통화하기 곤란하다"며 통화를 거부했다. 서울대학병원 공보실은 "교육부 퇴임 관료들이 감사로 임명돼 오는 경우가 자주 있다"라며 "교원소청심사위원장 자리는 부담이 큰 자리인데 병원감사는 부담도 적다, 서울대학병원 감사에 대한 대우가 소청위원장보다 결코 나쁘지 않다"고만 밝혔다.

한편, 교과부 인사과는 교원소청심사위원장이 임기제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을 알려준 뒤에야 임기제임을 인정했다. 인사과 담당자는 "엄씨의 이력을 놓고 교원소청심사위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겠냐는 문제제기가 있다"는 질문에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이나 한나라당 출신이라고 교원소청위원을 할 수 없다는 법적 규정도 없다, 당시 김동옥 전 위원장이 소청위원장보다 더 좋은 자리인 서울대 감사에 가게 돼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 것"이라고 답했다.

"차관을 제외한 최고위직인 교원소청위원장을 버리고 서울대병원 감사로 간 게 더 좋은 자리로 간 것으로 볼 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교원소청위원장은 관용차가 없는데 서울대병원 감사는 관용차도 나온다, 소청위원장을 포함해 공무원은 정년이 있는데, 서울대병원 감사는 정년이 없어 개인적으로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일제 고사 해직자인 정상용 교사(전 구산초)는 "안 그래도 소청위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결정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제 완전히 독립성을 상실하여 그 설립 취지를 무색케 한다"며 "일제고사 해임 취소 결정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 차원에서 교과부에 복직 촉구 입장이라도 내 줄 것을 기대했는데 더 힘들어진 것 같아 막막하다"고 씁쓸해했다.

이번 인사와 결정을 둘러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독립성 문제는 더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교원소청심사위, #엄상현, #교과부, #MB,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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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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