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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학)는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함안보) 높이를 13.6미터에서 10.7미터로, 관리수위를 7.5미터에서 5미터로 낮추더라도 주변의 상당수 지역은 여전히 침수하게 된다며 관리수위를 3미터 이하로 낮추거나 위치를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8일 오전 함안보 공사 현장인 경남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환경영향평가 검토 과정에서 정부가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결과라며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함안보로 인해 경남 함안의 상당수 지역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함안보로 인해 경남 함안의 상당수 지역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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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경남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8일 오전 함안보 공사 현장을 찾아 공사 중단을 외쳤다.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경남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8일 오전 함안보 공사 현장을 찾아 공사 중단을 외쳤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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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이날 '4대강사업저지 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와 '함안보피해대책위원회', '4대강사업저지창녕대책위원회',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등의 단체가 함안보 공사 현장에서 마련한 "함안보에서 낙동강의 힘찬 숨결을 느끼며 새해맞이" 행사에 참석했다.

함안보 공사는 지난해 11월에 시작되었다. 당시부터 박 교수는 함안과 창원 등지에서 설명회를 열고, 함안보로 인해 함안의 상당수 지역이 물에 잠길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국수자원공사와 경상남도는 박 교수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함안보 높이를 낮추고, 관리수위도 낮추는 설계 변경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박 교수의 주장이 맞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침수 위험' 반박하던 정부, 슬그머니 '설계 변경'으로 전환

박재현 교수는 "관리수위를 5미터로 낮춘다고 해서 침수지역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3미터 이하로 더 낮추어야 한다"면서 "관리수위를 5미터로 하면 함안 광려천과 대산면 일대는 여전히 침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문가가 이야기를 했는데 틀렸다고 할 때 가장 속상하다. 수자원공사와 경남도는 함안보 주변지역이 습지화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는 공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박 교수는 "침수 문제를 제기했을 때 주변에서 압력이 있었다. 너무 세게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해왔다"고 털어놓았다.

박 교수는 "함안보 높이와 관리수위를 낮추겠다는 것은 여러 문제를 검토하도록 되어 있는 환경영향평가 검토과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환경성 검토를 절차에 따라 진행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가 8일 오전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마련한 '새해맞이' 행사에서 함안지역 주민들로부터 감사의 선물을 받고 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가 8일 오전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마련한 '새해맞이' 행사에서 함안지역 주민들로부터 감사의 선물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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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보 공사 현장. 철강빔으로 외벽을 조성해 놓은 공사장 안에서 보 설치 공사가 벌어지게 된다.
 함안보 공사 현장. 철강빔으로 외벽을 조성해 놓은 공사장 안에서 보 설치 공사가 벌어지게 된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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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등 낙동강에 짓고 있는 다른 보의 주변 지역 침수 문제에 대해, 그는 "정부에서 밝혀내야 하는 문제다. 지하수위 상승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지 않았다.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다른 보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침수 문제를 밝혀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날 박 교수는 함안보피해대책위에서 주는 기념품을 받기도 했다. 대책위는 "함안은 파프리카 생산지인데, 함안보로 인해 앞으로 더 이상 재배할 수 없을 것 같다. 마지막이 되기 전에 선물을 드린다"면서 파프리카 한 상자를 박 교수한테 전달했다.

함안의 예술가 조풍도씨는 <채근담>에 있는 "배움은 끼니와 같다"는 제목의 글귀("도는 공공의 것이니, 사람마다 이끌어 행하게 하고, 배움은 매일 먹는 끼니와 같으니, 마땅히 일마다 조심하며 깨우쳐라")를 족자로 만들어와 박 교수한테 전했다.

이 같은 선물을 받은 뒤 박 교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함안보가 생기면 주변지는 침수되는데 학자가 그냥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낙동강은 지금 우리의 것이 아니라 앞으로 후손에게 전해야 할 자산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냥 공사를 진행하면 함안지역이 피해를 보는데 전문가로서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정치인은 '애민'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4대강사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데 국민들에게 그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국토해양부 장관은 내년 홍수기 이전에 공사를 마쳐야 한다며 속도전을 이야기 한다. 그런 말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법 절차를 지키는 게 중요하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법이 없으면 바꾼 뒤에 해야 한다. 그런데 법적 절차가 있음에도 (이를 준수)하지 않고 진행하는 4대강사업은 문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8일 오전,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공사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공사 현장을 찾았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8일 오전,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공사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공사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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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대표 "4대강사업은 삿갓으로 태양 가리려는 것"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전 창녕 길곡면 오호리 농산물집하장에서 '새해맞이' 행사를 열었다. 이곳에 모이기 전에 참가자들은 함안보 공사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들이 함안보 공사 현장 입구에 나타나기 전 창녕경찰서는 현장에 경찰력을 대기시키기도 했으며, 공사를 맡고 있는 GS건설은 입구를 막았다.

함안보 공사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현장을 찾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4대강사업은 대운하가 분명한데도, 이명박 정부는 삿갓을 갖고 태양을 가리는 것과 같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함안보 등으로 인해, 비가 오면 감당하기 어려운 대재앙이 닥칠 것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는 4대강사업을 추진하면서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도 어려운데 강을 막아 뱃놀이를 하겠다고 한다. 정치권이, 국회가 4대강사업을 막아야 하는데 막지 못했다. 죄송하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운진 경남대 교수는 "대개 선거에서 당선한 자치단체장들은 뽑아주면 주민숙원사업을 해결하겠다며 사업을 추진해 왔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함안보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는 주민이나 국민의 숙원사업도 아니고, 정권숙원사업이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던 사업이다. 백성은 무식하니까 대통령이 시키면 하라는 식이다"고 말했다.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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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건설 공사 현장으로, 지금은 가물막이공사가 거의 끝난 상태다.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건설 공사 현장으로, 지금은 가물막이공사가 거의 끝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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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새해맞이' 행사 참가자들은 '발원문'을 통해 "낙동강이 언제나 저기서 흘러가기에 오늘도 내일도 어제처럼 변함없이 흐를 줄 알고 찾아보지도 않았고, 마음에 담아두려고도 하지 않았다"면서 "못난 사람들에 의해 낙동강이 찢기고, 우리 삶이 조각 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낙동강이 그저 흘러갔던 것처럼 그렇게 앞으로도 흐를 수 있기만을 바란다"고 밝혔다.

오호리 농산물집하장으로 옮겨 벌어진 '새해맞이' 행사에서는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고, 성요한 신부는 노래를 불렀다. 창녕 길곡면경영인회 이선찬 회장은 "함안지역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창녕은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모른다"고 말했다.

이경희 경남본부 공동대표는 "2010년에는 낙동강을 지키기 위해 싸우자. 더 기운차게 낙동강을 지켜내도록 하자"고, 조영건 경남대 명예교수는 "저는 경제학자인데 4대강사업은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새해맞이 행사에는 손석형 경남도의원,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집행위원장인 자흥 스님, 송순호 마산시의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성요한 신부가 8일 오전 함안보 공사 현장 인근에 있는 경남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 농산물집하장에서 열린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새해맞이'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성요한 신부가 8일 오전 함안보 공사 현장 인근에 있는 경남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 농산물집하장에서 열린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새해맞이'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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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함안보, #인제대 박재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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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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