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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백범 일지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겨울철이라 그리하는지 겉옷만 벗기고 양직(洋織) 속옷은 입힌 채로 결박하고 때릴 때, "속옷을 입어서 아프지 않으니 속옷을 다 벗고 맞겠다."며 매번 알몸으로 매를 받아서, 살이 벗겨질 뿐 아니라 온전한 살가죽이라곤 없었다.

독립운동가 대부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문을 받아 왔다. 오히려 동료를 배신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만큼 말이다. 손이 잘리면 발로, 발이 잘리면 몸뚱이로 독립운동을 할 만큼 뜻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일개 독재자에게 무릎을 꿇을 수 있겠는가. 그들이 싸워 왔던 상대에 비하면 오히려 독재자들은 우스운 잔챙이로 보였을지 모른다. 그렇게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시대의 아픔 속에서 독립운동가들은 자연히 민주화 운동가로 바뀌었다. 그들이 죽으면 자식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독재정권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당연히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독립운동가라는 명예가 있으니 국민들의 눈을 봐서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민족반역자를 대거 등용하고 처벌도 흐지부지하게 끝내 버렸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독립운동가를 때려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권력자에게는 총, 칼보다 더한 무기가 있었으니 그 무기의 이름이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히는 '반공'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올라온 글. 대부분 저런 가벼운 이유로 마을사람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올라온 글. 대부분 저런 가벼운 이유로 마을사람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갔다.
ⓒ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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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는 반공논리를 들먹여서 정권에 반하는 사람을 잡아들이고 살해했다. 그 중 가장 잔혹했던 것이 바로 '보도연맹사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영신(고 이은주)을 비롯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총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최규석의 만화 '백도씨'에서는 주인공 할머니가 영문도 모른 채 동네사람들과 죽임을 당한다.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이 바로 '보도연맹'이다.

쉽게 말해 빨갱이로 몰아 국민들을 죽인 사건인데, 단군이래로 가장 큰 국가적 범죄 중 하나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와서야 겨우 진실을 규명하는 단체가 만들어졌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이마저도 흐지부지 되는 중이다. 진실이 밝혀질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친일파와 독재정권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나온 논리가 이것이다.

'과거에 집착하지 마라. 국민을 분열시키지 마라.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우리네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삶이 그렇듯 약간은 긴 이야기가 될 듯 합니다. 가독성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나누어 연재하는 점 양해해 주시길.



태그:#광복절, #보도연맹, #독립운동, #독립유공자,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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