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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영. 조무영. 조무영!"

 

SBS 수목 드라마 <시티홀>의 마지막 회. 극 중, '조무영'이란 함성을 듣는 순간, 필자는  역사 속으로 산화한 한 정치인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연민으로 가슴 찌릿함을 느꼈다. 그런데 이런 남다른 기분을 경험한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닌 모양이다.

 

<시티홀>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필자처럼, 그 정치인을 떠올리며 감명을 받았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시티홀>을 본 시청자들이 머릿속에 떠올린 사람.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조무영'이란 단어를 듣고 어떻게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난 것일까? '조무영'이란 단어는 노 전 대통령과는 상관없는 <시티홀> 속, 조국(차승원)의 팬클럽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시티홀> 조무영=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이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궁금했다.

 

그런데 다행히 <시티홀> 마지막 회에 해답이 있었다. 드라마 화면에 나타난 녹색 풍선,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 그리고 그들이 외치던 '조무영, 조무영, 조무영'이란 뜨거운 함성은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영락없는 재현이었다. 그렇기에 적어도 <시티홀>의 마지막 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오마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미래와 조국, 인간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

 

사실, <시티홀> 주인공 신미래(김선아)의 모습이 노 전 대통령의 삶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는 여러번 있어 왔다. 물론 사람 눈이 제각각이라, 어느 정치인은 신미래와 노 전 대통령이 전혀 닮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딱 잘라 외면하기엔 뚜렷한 공통점이 많았다.

 

시청자들 역시 신미래의 모습에서 노 전 대통령이 연상된다고 했다. 어려운 환경을 뚫고 정치인이 된 점과, 자신의 소신을 과감하게 말하는 점, 그리고 서민 친화적이라는 점이 <시티홀>의 신미래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시티홀> 주인공 김선아 역시 한 언론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연기하는 인주 시장 신미래가 노무현 대통령과 어떤 면에서 닮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조국 역을 맡은 차승원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틋함을 여러 매체 인터뷰를 통해 밝혀왔다. 그렇기에 <시티홀>은 분명 노 전 대통령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드라마였다.

 

필자도 <시티홀>을 즐겨보며 극중, 신미래에게서 노 전 대통령의 향수를 느꼈다. 또한 신미래 뿐만 아니라 조국에게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신미래에게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던 '인간 노무현'의 열정이 떠올랐다면, 조국에게선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타협점을 찾으려고 애쓰던 '정치인 노무현'의 고민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서로 사랑하지만 신념의 차이로 끊임없이 부딪쳐야 했던 신미래와 조국의 갈등을 보며 '인간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의 갈등이 떠올랐던 것은 왜였을까? 아마도 <시티홀> 주인공들의 갈등 양상이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기의 갈등 양상과 비슷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라크 파병, FTA 등 끊임없이 자신의 신념과 국익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어쩌면 <시티홀> 신미래와 같은 해피엔딩은 자신이 가장 꿈꾸던 이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정치'에 있어서 현실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티홀>의 신미래와 같은 희망을 남기지는 못했다.

 

현실의 정치는 드라마의 대본보다 몇배는 더 잔인하고, 냉혹하며 어려웠던 까닭이다. 신미래와 같이 세상을 탈바꿈 시키지 못하고 현실 정치의 피해자로 역사 속으로 산화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시티홀> 신미래에게서 인간 노무현을 떠올린 것은 올곧은 신념과 서민을 위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시정(市政)이 조금이나마 옳은 방향으로 가고, 덧붙여 신미래와 조국이 행복하게 사랑하며 끝나는 <시티홀>의 해피엔딩을 보며 '현실'의 슬픔을 잠시나마 잊어본다.

 

그런 <시티홀>의 해피엔딩 속에서 현실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더 큰 감동을 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드라마 속 신미래와 조국의 모습에서 묻어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인주 보궐 시장 선거에서 민바닥 민심으로 방해 공작에 맞서 승리한 신미래는 말단 공무원 출신. 그런 신미래에게는 상고 출신에 2002년 대선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조국 역시 마찬가지다. 마지막 회에 나타난 녹색 풍선, 그리고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 잘 다듬어진 연설, 그리고 명동에 울려퍼진 '"조무영. 조무영. 조무영!"이라는 함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기에 <시티홀>은 '노무현'에 대한 오마주였다고 평가해도 될 듯 하다. 그것이 연출자가 의도한 메시지건, 그렇지 않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시티홀>을 보며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린 시청자들이 많았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이니 말이다.

 

필자는 <시티홀>의 마지막 회에서 사람들이 외쳤던 "조무영, 조무영, 조무영!"이라는 명동 거리의 뜨거운 외침이 아직도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드라마 속 근사한 정치인을 닮았던 현실의 멋진 정치인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드라마의 끝에서 미래를 본다. 다시금 우리 정치권에<시티홀>의 신미래, 조국 같은 이가 나타나려면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까? 언젠가 <시티홀>의 시즌2가 나온다면, 그때는 드라마 뿐만 아니라 슬픔으로 끝나야 했던 현실 속 '신미래'의 정치도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라본다.


태그:#시티홀, #신미래 ,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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