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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마르 공화국과 히틀러

어느 선지자가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우리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꾸짖은 적이 있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을 연상시킨다.

1917년의 러시아 혁명이 없었다면, 아마도 바이마르 공화국의 성립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당시 독일은 이러한 사회주의 혁명을 저지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가장 큰 폐해인 빈부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정치를 펼치면서 활기차게 복지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점차 경제위기가 엄습하면서 정치·사회 불안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증폭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좌파는 심각하게 서로 대립한다. 반면에 우파는 나치스를 중심으로 뭉친다. 급기야는 군부·자본가·농민·중산층까지도 나치스 쪽으로 기울면서, 1932년 제국의회 총선에서 나치당이 드디어 제1당으로 부상한다. 당수인 히틀러는 합법적으로 총리에 등극한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혼란이 결국은 히틀러를 불러온 것이다.

다른 한편 공산권의 몰락 없이도 소위 '좌경 정권'으로 불리기도 하는 DJ, 노무현 정부의 출범이 과연 가능했을까. 바이마르와 유사하게 두 대통령 역시 개혁정치와 복지체제를 발전시켰다. 이명박 정권이 그 뒤를 이은 것도 비슷하다. 히틀러는 정권을 장악하자 대대적으로 아우토반 건설을 시작하였다. 반면에 지금 우리는 대운하 건설문제로 시끄럽다. 그리고 히틀러에게 유대인이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근원적 처방'한다더니 '근원적 탄압'?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이 전직 대통령이 비통하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나라다. 그리고 지금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시국선언 행렬은 아마도 단군 이래 최대일 것이다. 이처럼 대다수 국민들은 이 정권이 들어서면서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에 통분하며 간곡히 국정쇄신을 촉구하였다. 

바로 이러한 비상시국을 맞아 드디어 우리의 대통령이 나섰다. 난국 타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극히 자랑스럽고 천재적인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오랜만에 국민들의 심장을 감격적으로 뛰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온 것은 '근원적 탄압' 구상뿐이었다. 국민들은 이제 절망에 빠지고 있다. 물론 인적쇄신 같은 것은 찾을 길 없다. 오히려 국민을 그토록 분개토록 만든 용산참사 및 'PD수첩' 수사의 총지휘관인 최고 공안통을 보란 듯이 검찰총장에 임명하였다. 청와대는 지금 국민들을 상대로 한 세계 대전을 벼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집권여당은 또 어떤가? 야당으로부터 "신 독재시대의 개막"이라 비난받는 단독 국회까지 불사하면서라도 기어코 국민의 대의를 거스르면서까지 악법을 통과시키겠다며 칼을 갈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처방전'이 아니라,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문'을 자랑스레 꺼내들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갈등을 부추기고 만들어내는 "근원적 트러블 메이커"로 전락했다고 개탄하는 절규가 드높다.

"각하, 저는 미친 사람이 아닙니다"

그에 덧붙여 태안 기름유출사건, 남대문 화재, 쇠고기 광우병 파동 등 이 대통령 취임을 전후하여 우리 역사상 전무후무할 정도의 저주스러운 사회 현상이 줄을 잇지 않았는가 하는 불길한 한탄까지 가세한다. 지금 우리는 정치 위기가 아니라 정치 자체의 위기를 겪고 있다.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손톱으로라도 샘을 파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정부는 스스로 이 샘을 파기 위해 삽을 든 시민들을 불법 폭력배라 매도한다. 이처럼 목마른 사람에게 물 대신 모래를 뿌려야 하는가.

히틀러가 총통에 취임한 얼마 후 한 정신병원을 시찰한 적이 있었다. 총통이 온다고 입원환자 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히틀러가 병원에 들어서자 전원이 "하일 히틀러!" 하고 경례를 부쳤다. 그런데 딱 한 사람만 구석에 그냥 묵묵히 서 있기만 했다. 히틀러가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왜 나에게 경례를 하지 않는가?"
"각하, 저는 간호사입니다. 미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정부·여당에 이런 간호사 같은 분이 과연 한 명이라도 있을까?

덧붙이는 글 | 박호성 기자는 옥스포드 대학 객원교수입니다.



#히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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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창간될 때부터 신랄한 시대정신과 예리한 작풍에 매료됐습니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와 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지낸 뒤 지금은 명예교수로 있어서 강단에 서지는 못하지만, 제게 능력과 기회가 따라준다면 오마이뉴스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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