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말농장 도면과 경작자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일본에 산지 13년 만에 주말농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사는 마을 이웃에 논이 많이 있는데 그 가운데 일부입니다. 논 주인은 그간 이웃집 농군에게 논을 소작으로 빌려주었는데 그 마저도 이제 여의치 않아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논 주인은 그냥 놀리기 아까워 자신의 논을 15평방미터(가로 5미터, 세로 3 미터, 통로 30 센티미터 포함)씩 나누어 주말농장으로 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주말농장을 시작하는 첫해인 올해 15평방미터 한 덩어리를 사용하는 비용은 2천 엔입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한 해에 3천 엔이라고 합니다. 

시가켄(滋賀県) 한 가운데 비와꼬(琵琶湖) 호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호수 남쪽에 말발굽형으로 오츠시(大津市)가 있습니다. 오츠시의 동편은 구사츠시(草津市)와 이어져 있습니다. 이 오츠시 동쪽 구사츠 시와 이어지는 경계면에 저희가 사는 아오야마(青山)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이곳 저희 마을 주변에는 산과 논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말농장이라는 말이 확실히 정착하여 생활화되어 있고, 경험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여러 블로그에 올려놓거나 책까지 쓰신 분들도 계십니다. 이곳에서 제가 참가한 곳은 패밀리 농원이라고 합니다. 일본 역시 값싼 중국 농산물에 밀려 자국의 농산물 자급률은 매우 낮습니다. 논농사를 짓는 분들 역시 정부 수매가 없기 때문에 지역 단위 JA(한국의 농협과 비슷함)에 위탁 판매하거나 주위 친지들에게 쌀을 매매합니다.  

처음 저희 집 우체통에 주말농장을 한다는 낱장 광고지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주말농장일이 남자일이라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으나 집사람이 그래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하기로 하고 광고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하자 주말농장 경영자 할아버지가 좋은 시간에 찾아오겠다고 했습니다.

주말농장 경영자가 찾아와 농사를 지은 경험이 있는지, 주말농장을 왜 하는지 등을 확인하였습니다. 주말농장은 1 년 단위로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니 농사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주변 농사짓는 사람에게 방해되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라는 주의 사항을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을 문서로 정리하여 주고 갔습니다. 약속대로 3월 20일 경 은행에 입금을 하였습니다. 주말 농장은 4월 1일부터 사용한다고 합니다.

4월 1일 주말농장에 나가보았습니다. 역시 입구에 주말농장 경작자 이름이 도면 위에  꼼꼼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논에는 가로 5미터, 세로 3미터를 한 덩어리(구획)로 나누어 네 귀퉁이에 말뚝을 박아 두었습니다. 주말농장은 모두 89덩어리입니다. 입구 도면을 확인한 결과 두 덩어리를 활용하는 사람, 한 덩어리를 사용하는 사람, 네 덩어리를 쓰는 사람, 세 덩어리를 쓰는 사람 등이 있었습니다.

4월부터 시작하여 무슨 농사를 지을까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1 년간 2천 엔을 내고 사용하는 것이니 효과적으로 사용하고자 고민했습니다. 주위에 농사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상의하여 정했습니다. 일단 4월부터 6월 중순 경까지 시금치를 재배하고, 이어서 검정콩을 뿌리고, 11월 초순에 배추나 무을 심기로 정했습니다.

드디어 4월 1일 삽과 괭이, 호미를 준비하고, 시금치 씨와 퇴비를 구입하여 밭에 나갔습니다. 우리 땅은 두 덩어리로 거의 한 가운데였습니다. 먼저 말뚝을 기준으로 우리 땅으로 정해진 곳에 선을 치고 물이 빠지도록 도랑을 팠습니다. 논이던 곳에 흙을 고르게 갈아놓았으나 진흙이 덩어리져 있어서 일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도랑을 판 뒤, 땅을 고르고 퇴비를 뿌리고 씨를 뿌릴 밭이랑을 만들었습니다. 밭이랑은 모두 31개였습니다. 밭이랑에 시금치 씨를 뿌리고 흙으로 덮었습니다. 그리고 밭 주위로 붉은 색 강낭콩을 심었습니다. 과연 투박한 논흙에서 시금치나 콩이 싹을 틔울지 걱정입니다. 그래도 자연이 하는 일이니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금치 씨를 뿌린 주말농장(가로 2.4 미터, 세로 9.7 미터 )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그간 한국에서 경험한 바로 시금치는 가을철 김장용 배추를 뽑고 씨를 뿌린 적이 있어서 처음 봄에 시금치 씨를 뿌리라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그러나 확인한바 한국이나 일본에서 가을에 심는 시금치는 동양 종으로 시금치 뿌리가 붉고 시금치 잎의 양옆이 물결처럼 푹 파여 있습니다. 그런데 서양 종은 뿌리가 그다지 붉지 않고, 잎은 긴 타원형으로 키가 큽니다. 서양 종은 더위에 강하고 꽃대가 늦게 올라온다고 합니다. 최근 이 두 종의 좋은 성질을 이용하여 개량 품종이 만들어져 여름에도 재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아사히 신문 2009.3.11).

제가 구입하여 뿌린 시금치 씨는 씨앗 봉투를 확인해 본 결과 덴마크에서 수입해 온 것입니다. 가로 9.7 미터 세로 2.4 미터 땅에 시금치 씨앗 160(40 X 4) 밀리리터를 뿌렸습니다. 씨앗 봉투에 찍힌 사진을 확인 바 아무래도 서양 종입니다. 그리고 밭 주위에는 붉은 강낭콩 400 그램을 심었습니다.

저는 청소년기를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논농사나 밭농사 짓는 것을 옆에서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주말 농장을 통해서 일본 사람들의 생활이나 사고방식을 새롭게 체험하면서 하나하나 배우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그:#시금치, #주말농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