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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장비로 악천후에도 안전한 조업이 가능하다.
▲ 신강수도(新江水道)호 선장실 모습 첨단장비로 악천후에도 안전한 조업이 가능하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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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모두 올리시고 포인트로 이동합니다."
"자, '뚜~'하고 한번 울리면 내리고 '뚜뚜~' 2번 울리면 올리시면 됩니다. 잉"
"여기는 걸(수중여)이 시니까 손으로 한번 잡고 내려줘야 돼요."

며칠째 계속된 강풍과 풍랑을 동반한 꽃샘추위로 발만 동동 구르던 조사들이었지만 18일은 날씨가 풀렸다. 새벽 3~4시 사이에 군내리 선창장 포구에는 사전예약을 마친, 전국에서 모여든 조사들이 붐볐다. 며칠째 풍랑과 강풍으로 출항을 하지 못해 몸이 달은 선상낚시선 신강수도(新江水道)호는 드디어 굉음을 내면서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백도·삼부도·거문도권인 먼바다이다.

현대인들에게 정신적인 즐거움을 주는 '선상낚시'

한번에 열마리 볼락을 걸어올린 순천에서 온 명성천막사 사장님!
▲ 낚시대에 주렁주렁 꽃이 핀 볼락! 한번에 열마리 볼락을 걸어올린 순천에서 온 명성천막사 사장님!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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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의 묘미는 준비와 설레임에 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기상과 물때에 대한 정보와 수온 파악은 기본이다. 수시로 바뀌는 조항에 따라서 남보다 더 많은 고기를 잡기위해서는 완벽한 낚시채비가 중요하다. 출조를 계획한 조사들은 출조 전부터 당일까지 닐대며 봉돌·새미줄·낚시바닐과 미끼에 이르기까지 빈틈없이 준비를 마쳐야 한다.

많은 조사들이 그렇듯 물고기를 잡기 위해 질좋은 미끼에는 돈을 펑펑 쓰면서 막상 자신은 배를 쫄쫄 곪으며 입갑(미끼) 준비에만 인심 좋은 조사님들이 부지기수다.

'아따 조사님들! 이것도 다 묵고 살자고 하는 짓거링께 내묵을 것도 챙기는것 잊지 마시랑께...'

선상낚시란 말 그대로 배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비교적 손쉬운 낚시장르다. 선상낚시는 대상어에 조금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포인트를 다양하게 옮겨가는, 즉 대상어를 모으는 낚시보다는 대상어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서 낚시를 즐기는 다소 동(動)적인 낚시방법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선상낚시선은 눈부신 과학의 발전과 세계 1위의 해양강국답게 첨단의 장비를 갖추고 과학적이고 안전한 낚시를 하고 있다.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리고 운항할 수 있는 네비게이션, 안개와 악천후에도 바로 바로 주위의 배와 암초까지 파악할 수 있는 레이더, 수중의 지형과 어군을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최신어탐(어군탐지기)이 보급되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든지 이미 오래되었다.

오늘의 낚시는 열기볼락 낚시채비이다. 낚싯줄에 낚시가 10개 정도 주렁주렁 달린 카드(채비)밑에 80호의 봉돌을 끼운다. 거문도 백도부근의 심해에서는 전동릴이 필수인데 전동릴은 현재의 수심은 물론 버튼 하나로 70미터의 수심도 2~3분 내에 낚시를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고가의 낚시 장비이다.

전동릴 낚싯대는 일본의 어부들이 많이 사용하는 낚시장비 기법으로 우리나라에도 몇 년 전 도입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가장비이나 심해에서 무거운 메탈지그를 반복 운용하면서도 힘이 적게 들고 정확한 수심을 알수 있는 것이 전동릴의 장점이다.

신비의 섬 백도를 낚아 올리다!

부자는 아닌데 낚시가 좋아서 인생을 즐긴다는 여성 낚시광
▲ 남원에서 온 배터랑 낚시 아지매 부자는 아닌데 낚시가 좋아서 인생을 즐긴다는 여성 낚시광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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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리에서 30노트 속력으로 2시간 항해 끝에 도착한 첫 포인트는 수심 50~70미터를 능가하는 백도 부근으로 심해 수중여들이 즐비한 곳이다. 며칠째 계속된 높은 풍랑탓에 바다도 지쳤는지 사방은 온통 고요와 잔잔함만 흐른다. 낚시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탓에 오늘 조사들의 기대와 각오는 범상찮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동이 틀 무릅 백도에서 500여 미터 이상 떨어진 부근에서 조사들의 낚싯대가 하나둘씩 펴지기 시작했다. 미끼는 크릴과 민물새우, 잘게 썬 생오징어를 끼운다. 배위에 고정된 전동릴 낚시대가 윙 소리를 내며 한참을 내려가더니 70미터에서 멈춘다.

대어를 올릴 것에 대한 조급함과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한참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그런데 옆 사람의 낚싯대가 포물선을 그리기 시작하며 한참을 끌어올린다. 부러움도 잠시 낚아 올린 것은 대어가 아니고 걸(수중여)에 걸려 줄이 터진 것이다. 아무래도 이곳은 수중에 있는 직벽 암초가 장난이 아닌듯싶다.

선장님이 보내는 뚜! 뚜~뚜! 신호 속에 한참을 반복하며 주변에서만 왔다갔다 옮겨 다니기를 수회... 그간 걸어 올린 고기들은 씨알이 잘아 어종이 시원찮고 걸로 인해 낚시어장 손실이 크다.

열기낚시 포인트는 삼부도가 최고!

사진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다들 비교적 좋은 조과를 보였다.
▲ 오늘의 열기낚시 조과 결과물 사진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다들 비교적 좋은 조과를 보였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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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물때를 봐야 하는데 이미 틀린것 같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선장님이 포인트를 옮길 테니 운항할 채비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이렇게 첫 포인트는 실패로 돌아갔고 다음 포인트는 백도에서 30여 분을 달려 거문도에 인접한 삼부도를 향해 질주한다.

삼부도 달 밝은 밤에 선상에 홀로 앉아
낚시대 드리우며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대물입질은 남의 애를 끊나니!

삼부도를 향해 물살을 가르는 동안 선상에 걸터앉아 잠시 모든 시름을 잊는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수루에 걸터 앉아 나라를 걱정하며 시조를 읊었다면, 낚시에 빠진 한가한 인생은 언뜻 떠오른 한산섬에 대한 시조를 나름대로 개사를 하며 넋을 잃고 있을 때쯤 조사들이 낚아 올린 대물소리에 정신이 바짝 든다.

낚싯대를 넣자마자 고개를 처박으며 건져올린 낚싯대에는 주렁주렁 꽃이 핀 열기볼락들로 가득하다. 금새 분위기가 좋아지고 열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가장행렬이 시작된 듯하다. 평균수심 50미터에서 낚아 올린 열기볼락은 씨알이 굵고 손맛 또한 아주 그냥 죽여준다. 지금까지 준비한 조사들의 수고와 시름은 한순간에 희열로 교차되고 여기저기서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온다

선장님만이 아는 삼부도의 포인트를 수십군데 돌아 다닐 즈음 어느새 쿨러가 부족하다. 가득 찬 쿨러에는 볼락들의 열기와 만선의 기쁨이 넘쳐난다.

선장님 말씀에 의하면 "볼락의 종류는 참볼락·열기볼락·조피볼락(우럭) 3가지로 구분된다한다. 참볼락은 갯바위에 서식하고 열기볼락은 수심 깊은 바다 걸(수중여)에 서식한다. 깊은 바다에 사는 열기는 전혀 오염이 안 돼서 다른 고기와 달리 내장을 하나도 안 꺼내고도 먹는 청정 어종이다.

건져 올린 열기는 사시미에도 좋지만 매운탕을 끊일 때 비늘만 치고 쓸개만 떼어버리면 되기 때문에 주부들의 손질도 간단하단다. 또한 포인트에 넣자마자 달려드는 선상낚시는 조사들의 기술보다는 선장이 얼마나 정확한 포인트를 잡아 주느냐에 따라 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초보자도 쿨러를 가득 채울 수 있다 한다.

한편, 신강수도호 김두성(50) 선장님이 운영하는 선상낚시가 <FISH-TV 낚시는 즐거워>와 <KBS 세상의 아침>에 나와 유명해 지다보니 2주 전 <KBS 무한지대>에서 외줄 열기낚시에 대해 촬영이 예정되었다 한다. 하지만 16일까지 이어진 풍랑주의보로 인해 출항하지 못해 촬영이 취소되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대신 먼저 소식을 전하는 행운까지 얻었다.


태그:#선상낚시 , #신강수도(新江水道)호 , #외줄열기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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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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