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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보물을 발견하듯 23년만에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다. 희미하게 보이지만 하단부에 '제28회 금석국민학교 졸업기념'이라고 적혀있다. 단 한장으로 만들어진 졸업앨범이다.
▲ 달랑 한장뿐인 졸업사진 마치 보물을 발견하듯 23년만에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다. 희미하게 보이지만 하단부에 '제28회 금석국민학교 졸업기념'이라고 적혀있다. 단 한장으로 만들어진 졸업앨범이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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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졸업사진을 찾았다! 조만간 올리마.”

마침내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내가 간직하고 있는 졸업앨범 중 유일하게 분실한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찾았다는 것이다.

난 반가운 마음에 이제나 저제나 사진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매일 카페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23년 전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졸업사진 찾기 위해 초등학교 동창 카페를 만들다

지금으로부터 4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다가 다른 학교로 전학가는 바람에 서로 다른 학교에서 졸업을 한 친구를 만났다.

계룡시에서 장사를 시작해 요즘은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된 친구여서 난 가끔 그 친구 가게에 놀러간다. 눈코 뜰새 없이 바빠야 하지만, 어디 요즘 그렇게 장사가 잘 되는 가게가 있으랴. 이 친구도 단골손님 위주로 장사를 하고 있어 그리 바쁘게 지내는 편이 아니어서 가게 안에 인터넷을 설치해 자주 애용하고 있다.

친구가 장사를 하고 있는 인근에 볼 일이 있어 잠시 가게에 들른 어느 날, 친구가 컴퓨터 화면을 보며 실없이 웃고 있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인가 싶어 살짝 훔쳐보니 모니터 화면 가득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의 단체사진이 보였다.

“무슨 사진이냐? 뭔데 그리 싱글벙글이냐?”
“응. 초등학교 졸업사진. 카페에 올라온 사진인데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초등학교 졸업사진?”

“어. 니네는 카페 없냐?”
“없는데? 졸업사진도 없고”
“카페 하나 만들어. 그리고 연락가능한 애들한테 카페홍보하면 누군가가 졸업사진 올릴껴.”

가뜩이나 초등학교 졸업사진이 없어 수소문하려는 차에 친구의 말은 내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일단 카페를 개설하고 뒷일은 또 차근차근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 이름으로 카페를 개설하고 우선 예전에 기사를 쓰려고 찍어뒀던 초등학교의 최근 사진을 대문 사진으로 내걸고 간략하게 소개글도 썼다.

카페가 개설되고, 곧 죽마고우를 비롯해 내가 연락처를 아는 친구들 모두에게 카페가 개설되었음을 알렸다.

하지만, 회원수는 카페지기인 나와 장사를 하는 친구 둘 뿐이었고, 이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날 카페에 들른 난 회원이 다섯명으로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했고, 이내 가입자를 확인했다.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물론 초등학교 동창들이었다.

‘이제 조금씩 회원이 늘어가는구나. 그 중에서 졸업사진 가지고 있는 애 한명 없겠어?’

하지만, 나의 이런 바람과는 달리 공지사항에 띄우고 연락을 취해봤는데도 졸업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긴 다른 학교와 달리 한 반 밖에 없었던 터라 졸업사진도 달랑 한 장뿐이었기 때문에 2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곱게 보관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졸업사진에는 친구들의 얼굴 말고는 추억이 없다. 소풍가서 찍은 사진, 운동회 사진, 수학여행 사진 등 수많은 추억이 있었지만 우리의 졸업사진에는 그러한 추억들이 담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의 얼굴만 볼 수 있다면 그와 같은 추억은 졸업앨범이 아니더라도 나의 머릿속에 앨범에서 끄집어 낼 수 있기에 달랑 한 장이지만 졸업사진을 찾고 싶었다.

졸업사진을 찾았다는 글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 반가운 소식 졸업사진을 찾았다는 글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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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개월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카페에 반가운 글이 하나 올라왔다. 졸업사진을 찾았다는 내용이었다. 난 반가운 마음에 곧바로 댓글을 달아 빨리 올려달라고 재촉했다.

어차피 찾은 거 아무 때나 올리기만 하면 될 것을 뭐가 그리 급했는지 바로 댓글을 달아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재촉에도 불구하고 찾았다는 졸업사진은 4일이 지나도록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마침내 23년 전의 친구들을 만나다

졸업사진을 올린다는 연락을 받은 지 5일째, 드디어 23년 전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 사진이 카페에 올라오자 난 곧바로 대문사진을 졸업사진으로 대체했고, 기억을 더듬어가며 생각나는대로 사진 아래에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얼굴을 보며 쭈욱 이름을 써내려 가는데 다 기억이 났다. 그것도 한명 한명과의 추억과 함께...
 얼굴을 보며 쭈욱 이름을 써내려 가는데 다 기억이 났다. 그것도 한명 한명과의 추억과 함께...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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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이 몇 명 안돼서인지, 아니면 기억력이 좋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들의 이름은 모두가 기억이 났고, 몇몇 선생님들의 이름만 기억이 나지 않는 것 말고는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한명 한명과의 추억과 함께 초등학교 시절이 영화필름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난 그토록 원했던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구했다는 기쁨에 한동안 사진을 들여다보며 깊은 회상에 빠져보기도 했다.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친구들한테 다 알려줘야지. 그리고 카페 개설을 제안했던 장사꾼 친구놈한테도’

이렇게 해서 난 어렵사리 23년 전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추억속에서만 기억될 나의 모교 금석초등학교.
▲ 지난 2003년 폐교된 나의 모교 추억속에서만 기억될 나의 모교 금석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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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아직까지는 서로가 살아가기 바쁜 탓에 사이버 공간속에서, 때로는 전화를 통해서만 만나고 있지만 빠른 시일내에 34명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일 날을 기대해본다.

‘보고싶다 친구들아!’

덧붙이는 글 | 혹시 금석초등학교 28회 졸업생 중에 이글을 보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카페(cafe.daum.net/gumsuk28)로 찾아오기 바랍니다.



태그:#금석초등학교, #졸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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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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